[운동의 기계화는 무엇을 부추기는가]
원포인트 투수, 투수와 타자의 심리싸움과 타이밍싸움, 그리고 감독의 작전지시 등 모든 재미있는 요소는 시간을 단축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원포인트에 대한 규제가 없지만, 미국 메이저리그는 한번 투수가 올라오면 세 타자를 무조건 상대해야 하는 걸로 안다. 그런데, 원포인트가 가능한 제도가 사라지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가 사라진다. 원포인트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와서, 한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오는 투수를 말한다. 원포인트의 위치는 그 어떤 불펜투수가 가치가 높다. 이 원포인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승리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원포인트 투수는 보통 좌완이거나 언더스로 투수다. 언더스로 투수는 힘있는 강타자를 위기 때 상대하고 그 강타자를 막으면 자신의 임무는 다한 것이다. 원포인트 투수는 이 한 순간을 위해 모든 준비를 해야 하고, 또한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는, 선발투수가 6이닝을 던지는 힘을 단 한 타자에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원포인트 투수는 한 타자를 상대하면, 힘이 쭉 빠져버리는 게 정상적인 원포인트다. 그래서, 원포인트는 경기를 정말로 재미있게 하는 핵심적 요소이며, 이 원포인트가 승패의 중요 갈림길이 된다. 원포이트 투수가 가장 중요한 위기의 순간을 막으면, 팀은 분위기가 살아나서 승리할 확률이 아주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원포인트 투수가 제 역할을 못하면, 팀은 질 가능성이 보다 더 높아진다. 그래서, 원포인트는 너무나 중요하다. 좌투수는 좌타자 한 타자만을 상대하거나 좌타자가 줄줄이 나오면, 그 좌타자들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역시 원포인트 투수라 할 수 있는데, 좌투수는 좌투수란 이점 때문에 활용폭이 좀더 넓기는 하지만, 단 한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가기 위한 원포인트 투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좌투수 원포인트, 언더핸드 원포인트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원포인트만 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하기 싫다고 하는 경우는, 그 원포인트의 가치를 너무도 모르는 것이다. 원포인트 투수는 그날의 승리를 책임진다.
원포인트가 많이 나오면 물론 경기시간은 길어진다. 그리고 피치클락을 안 하면 투수와 타자의 심리싸움이 치열해진다. 야구를 오래도록 즐겨왔던 입장에서는 이 심리싸움을 벌이는 것도 야구를 즐기는 요소 중의 하나다. 서로간에 타이밍 싸움을 하고 또 심리싸움을 하면 물론 투수가나 타자는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그 치열한 심리 싸움과 긴장감 덕분에 야구가 보다 더 재미있어진다. 그런데, 피치클락을 해 버리면 이런 심리싸움을 볼 수가 없게 된다. 그냥, 무조건 빨리 던져야 하기 때문에, 심리싸움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치클락을 하면, 감독이 작전을 짜느라 시간을 보낼 여유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감독이 작전도 역시 단순하고 기본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모든 요소들은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메이저리그가 관중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재미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가 없는 구체적인 이유는 시간을 단추하는데 온갖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야구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없애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단축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또 재미있는 요소들을 언제까지 없애 버릴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야구의 재미있는 요소들이 다시 살아나길 소망한다. 그래서, 야구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