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요양원 두 번째 어버이 날 위문 공연
=== 2011. 5. 7. 토. 의정부 조은요양원 “조은효도잔치” ===
청운양로원을 비롯해 여러 양로원 등을 실로 여러 번 위문공연 다녔었다.
이젠 남편이 있는 의정부 조은요양원 위문 공연에 크게 마음을 쓰고 있다.
요양원 사람들을 기쁘게 해준다고 남편이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지난 크리스마스 처음 위문 공연할 때 그 감동하던 모습들을 잊지 못한다.
좋아서 기뻐서 즐거워서 흐뭇해서 행복해서 고맙다 하시던 진한 모습들을.
애들처럼 좋아하시고 감격해 눈물 흘리시도록 자주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지난 달부터 어버이날을 생각하니 그 분들이 나를 기다릴 것만 같았다.
떡이랑 먹을 것 안 갖고 와도 좋으니, 자주 와서 노래랑 불러 달라셨는데......
가족들이 자주 못 오는 어버이날은 유난히 더 쓸쓸하고 외로울게 아닌가!
요즘 무릎관절이 좋지 않고 바쁜 일이 많으니, 몸은 몹시 피곤한 상태이다.
안 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으련만 마음속에선 끊임없이 부채질이다.
일은 저질러야 성사된다고 믿으며, 먼저 요양원에 위문공연을 선포했다.
지난 해 함께 동참해주었던 엔젤합창단 홈피에 도와줄 사람을 요청하였다.
한 주가 지나도록 조회 수는 점점 늘어나나, 동참하겠다는 응답이 없다.
모두가 다 어버이날이니 엔젤합창단 사람들도 부모님을 뵐 것이 아닌가!
그렇다. 어버이날이니 우리 아들 며느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좋겠다.
전 같으면 바쁘다 힘들다 엄마 혼자 하라고 할 아이들이 모두 다 하겠단다.
세상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돗발이 이렇게 잘 받는가 감사하기 그지없다.
콩시루떡과 절편을 맞추고, 식혜 두유 양갱 바나나 과자 등을 혼자서 샀다.
쩔쩔 매면서도 기분은 한없이 좋아 승용차 트렁크에 실으면서 실실 웃었다.
온화는 이렇게 사는 거다, 내 삶은 이런 거다, 스스로에게 도장을 찍었다.
어버이날 전날인 5월 7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중계동 집으로 애들이 모였다.
전에 보면 꼭 늦을 법도 한데, 참 신기하게도 애들이 모두 시간 맞춰 왔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우리 애들이 하도 이뻐서 정말 신통방통 꼬부랑통이다.
큰 아들은 운전을 하고 옆 조수 석에 앉은 작은 아들은 음악 CD를 고른다.
나는 며늘애랑 뒷 좌석에서 요양원분들에게 드릴 물건들을 주머니에 담는다.
신나는 음악 리듬 속에 우리 가족들의 낄낄깔깔 웃음소리가 차 밖을 넘는다.
요양원은 ‘조은 효도 잔치’ 크게 써서 붙여 놓고 샹델리에도 환히 켜 놓았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며늘애가 활짝 웃으며 먹을 것 선물들을 나누어 드린다.
나도 후질근한 땀을 닦을 새도 없이 기타를 둘러메고 중앙으로 나갔다.
어버이날이라 먼저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어머니 마음을 불렀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어젯밤 꿈속에 나는 나는...”, “엄마가 섬그늘에...”
며늘애랑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 애교 떨며 함께 노랠 불렀다.
아들이랑 “사랑을 할거야 사랑을 할거야...” 아들은 폭발적인 환호를 받았다.
남편이랑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해 당신을...” 화음 넣어 듀엣을 했다.
기타 둘러맨 채로 이 분 저 분 다가가 눈을 맞추며 민요 매들리를 불렀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할머니가 춤을 추시며 마냥 즐거워 하신다.
요양사들도 한 몫 하게 하려고 모시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정성껏 노래한다.
원장님을 외쳐 부르니 얼떨결에 나오셔서는 “아빠의 청춘”을 열창하신다.
한 시간 남짓 속옷까지 땀이 흥건하도록 쉬지 않고 효도 레크 진행을 했다.
두유랑 바나나 등을 드시는 할머니가 보여 다함께 끝노래로 마무리를 했다.
박수갈채 속에서 아들 며느리가 대단하다며 모두들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한 할머니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셨다며 원장님은 진실로 감사하다신다.
아! 또 하나 참 잘했구나! 그래 역시 내게 주신 달란트로 또 해내었구나!
그리고 다음에 또 해주실 때에는 떡이랑 먹을 것 선물 가져오지 말라신다.
날짜랑 의논하면 먹을 거랑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요양원에서 준비하겠단다.
오셔서 노래랑 레크레이션 해주시는 것만으로 황송하고 고맙기 그지 없단다.
며늘애가 준비한 카네이션꽃 예쁜 바구니를 남편 침상위 탁자에 놓아드린다.
나와 남편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꽃을 달아준다.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남편은 휠체어 탄 채로 애들 손에 이끌려 햇살 속에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인근 횡성쇠고기 집에서 애들이 사주는 쇠고기 상추쌈에 막걸리를 마신다.
비록 남편이 불편하고 형편은 어렵지만 애들 모두의 효도 받으며 행복했다.
여전히 주님은 나를 특별히 이뻐하시는 게 틀림없다고 또 다시 감사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