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짜나부리 1일 투어

[바보온달]

깐짜나부리 1일 투어 차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는데 여행사 가이드가 날 찾는다. 아직 약속시간인 8시가 10분 정도 남았는데 일찍 온 것이다. 서둘러 배낭을 메고 가이드를 따라 가니 투어 차량이 기다리고 있다. 두 세 군데를 더 들러 투어 손님을 태우고 제일 먼저 간 곳은 콰이강 철교다.

죽음의 철도 건설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

죽음의 철도 노선<펌>

콰이강 철교를 걸어보는 관광객들

철교 건너편 사찰

콰이강 다리 좌측 광장에 있는 동판에 새겨진 ‘죽음의 철도(Death Railways)’안내판 앞에서 콰이강 다리와 죽음의 철도에 대해 영어로 설명한다. “1941sus 2ck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미얀마를 비롯한 서부 아시아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보급로가 필요했으나 벵갈만 지역은 연합군이 차지하고 있어 바닷길을 통한 보급이 어렵자 태국 Nong Pladuk에서 미얀마 Thanbyuzayat을 잇는 철도를 부설하기로 하고 1942년 9월 16일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워낙 험준한 지형이라 5년은 족히 걸릴 공사지만 영국군과 호주군, 네덜란드 군 등 전쟁포로 6만 명 및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한국 등에서 징집된 20여 만 명을 동원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16개월 만에 완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 이면에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하루 12시간 이상 2교대로 강제노동을 시켜 공사 중 사고나 질병, 영양실조로 무려 11만 6천 명이나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의 철도란 별명이 붙었다. 지금 보는 철교는 원래의 것이 아니고 연합군 폭격으로 무너진 철교를 복구한 것으로 연합군 폭격이 있었던 날을 기념하는 ‘콰이강 다리 페스티벌’이 11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데 다리 건설과 폭파에 관한 역사를 조명과 음향을 통해 재현한다. 일본이 패망한 후 태국정부가 Sangkhlaburi의 Three Pagoda Pass에서 Nam Dok 구간의 철로를 제거해 지금은 깐짜나부리를 출발해 콰이강 다리를 지나 남똑 역까지 하루 3차례의 기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현지인들도 이용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에 열차를 타니 기대해도 좋다.”

나도 콰이강 철교에서 쎌카

죽음의 철도 설명 동판<한국인 노동자도 강제동원 됐음을 표시하고 있다>

설명을 마치자 투어에 참가한 8명은 각자 철교를 돌아보며 기념촬영을 한다. 나도 다시 한번 철교를 건너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으킨 전쟁에 전쟁포로와 강제 징집된 수많은 노동자들을 동원해 노동착취를 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제대로 사과하지도 배상하지도 않은 채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는 일본인들! 더구나, 중국과 북한을 빌미로 다시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인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제 과오를 반성하지 못하고 과오를 반복하는 자들의 말로를 보고 싶다.

샤이욕 노이 폭포(Sai Yok Noi Waterfalls)

투어 차량을 타고 북쪽으로 향한다. 가이드가 샤이욕 노이 폭포(Sai Yok Noi Waterfalls)를 간다고 하는데 이 길을 계속가면 헬 파이어 패스가 나오고 더 가면 미얀마 국경이라고 설명한다. 20여분 쯤 달리다 우측에 기념품 상가가 많이 있는 곳에서 투어 차량이 정차한다, 이곳이 싸이욕 노이 폭포라며 내린다. 가이드를 따라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이내 폭포와 물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폭포는 꽤 높으나 많은 수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떨어지는 폭포수는 투명한데, 아래로 떨어진 물은 에메랄드빛이다. 보기엔 깊은 것 같지 않으나, 성인 남자 기준 허리까지 잠길 정도의 깊이인데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난 흘러내린 땀을 씻으려고 폭포수에 손을 대 보니 물은 시원하지 않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를 보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폭포 옆에 전시된 기관차

폭포 위로 가보기 위해 우측으로 가니 쌩뚱맞게 녹슨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이곳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왜 이 무겁고 녹슨 기관차를 여기다 갖다 놨을까?

폭포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보

계단식으로 된 산비탈로 올라가니 폭포로 흐르는 하천이 있는데 수량을 조절하기 위해 조그만 보를 만들어 놓았다. 주변에는 간이식당과 상점이 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다.

사이욕 노이 폭포와 헬 파이어 패스 위치

헬 파이어 패스(Hell Fire Pass) 기념관

기념관에서 헬 파이어 패스 현장으로 가는 계단

다시 투어 차량을 타고 헬 파이어 패스로 향한다. 헬 파이어 패스(Hell Fire Pass)는 죽음의 철도 공사 중에 가장 어려웠던 공사구간인 '꼰유 Konyu' 지역으로 남똑에서 18km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주차장 앞 대나무가 우거진 숲에 호주 상공회의소에서 기념관을 설립해 운영 중인 기념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기 위해 잠시 들어간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없고 영어와 태국어 오디오 가이드만 있는데 그것도 2인 1개를 빌려 준다. 난 오디오 가이드를 다른 사람과 함께 쓰면 늘 붙어 다녀야 해서 NO. THANK YOU다. 일단 헬 파이어 패스 현장으로 향한다. 기념관 아래로 대나무 숲을 따라 설치된 나무계단을 따라 꼰유 절벽까지 내려가는데 경사가 매우 급하다.

헬 파이어 패스로 가는 길

남겨진 철로 침목

산을 깎아 철로를 놓았던 곳

헬파이어 패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

계단을 내려오면 자갈길이 나오고 곧이어 철거되지 않은 짧은 구간의 침목도 보인다. 좀 더 걸어가면 헬 파이어 패스란 안내판이 나오고 돌산을 깎아 계곡처럼 생긴 곳이 바로 헬 파이어 패스다. 이곳부터 전쟁포로들이 정과 곡괭이, 삽 만을 이용해 일곱 곳의 산악지형을 깎아냈는데 최초 400명의 호주인 전쟁포로와 추가로 600명의 호주, 영국인 전쟁포로가 하루 12시간 이상씩 이교대로 공사에 투입되었는데 공사에 투입된 전쟁포로 중 70% 가까이가 사망하기도 했다. 야간에 공사를 위해 불을 밝힌 공사지역의 모습은 지옥 불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헬 파이어 패스로 명명되었다.

이곳에서 죽어 간 전쟁포로들을 기리는 국기와 꽃, 사진

당시 사용했던 쐬꼬챙이 부러진 채 바위에 박혀 있다 

당시 사용되었던 침목과 쇠꼬챙이

계곡 곳곳엔 당시에 사용했던 정이 바위에 꽂혀 있고 계곡 한편엔 침목과 쇠꼬챙이도 보인다. 또 계곡 바위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호주, 영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미국 국기가 놓여 있다. 계곡 사이엔 당시의 철로 일부가 철거되지 않은 채 당시의 아픔을 말해주고 있다.

절벽 중간에 자라는 나무

 

계곡 중간에는 태국정부가 이곳의 철로를 철거 후 자란 것으로 생각되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베어내지 않고 그냥 둔 의미를 모르겠다.

헬 파이어 패스 추모비

국기게양대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

계곡이 끝나는 지점엔 이곳에서 희생된 전쟁포로들의 국기가 국기게양대에 걸려 있고 그 아래엔 추모비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기 게양대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헬 파이어 패스는 계속 이어지지만 길이 험해 보인다. 우린 이곳까지 구경하고 기념관으로 되돌아간다.

전망대에 놓인 추모 수반

기념관 앞에 마련된 전망대 끝에는 헬 파이어 패스 현장에서 희생된 전쟁포로들을 기리는 꽃이 수반 위에 담겨져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전쟁포로들

전쟁포로들을 이곳으로 이동시키는 모습

전쟁포로들이 강제노동하는 모습

사보타지를 일으켰다고 매질하는 일본군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포로수용소의 모습

기념관 내부는 헬 파이어 패스에 동원된 전쟁포로들의 참혹한 노동착취 모습, 포로수용소의 모습, 포로수용소 내 병원, 전쟁포로들의 생활환경 등을 설명하는 사진과 영상이 전시되어 있고 이곳에 끌려왔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노병의 육성이 영상과 함께 당시의 참혹한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산을 깎아 만든 길에 놓인 철로

철도공사는 평평하게 골라진 길 위에 침목을 깔고 그 위에 철로를 놓아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산이 있으면 퍼 내야하고, 절벽이 있으면 깎아야하며, 강에는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절벽을 깎고 산을 파내며 돌을 부수는 일에 기계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해냈는데 포로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강제 동원된 노역과 열대 정글의 풍토병에 노출되어 사고와, 병 그리고 기아로 죽어간다. 기념관에서는 당시 포로들의 모습이 담긴 필름을 보여주는데 아우슈비츠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피골이 상접한 포로들의 모습을 보며 ‘어찌 인간들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가?’란 생각에 잠시 눈물이 핑 돈다. 

기념관에 붙여진 브로슈어

기념관에 붙여진 브로슈어에 눈에 띄는 문구가 보인다. “SPEEDO! SPEEDO! ”노동착취를 위해 일본인 간수가 한 말이다. 매일 비가 쏟아져 진흙으로 범벅이 된 작업장에서 새벽부터 강제 동원된 포로들이 힘에 겨워 넘어지자 이걸 본 일본인 간수가 들고 있던 곤봉으로 피골이 상접한 포로의 어깨와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치며 한 말일 것이다. 그렇게 11만 명이란 엄청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16주 만에 완성했다고 뽐내던 이 철도도 연합군의 폭격에 제대로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무용지물이 돼 버렸으니 자업자득이 아닌가? 인간들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악독해져야 하는가? 일본인들이 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만행에 치가 떨린다. 그러고도, 반성이나 사죄조차하지 않고 일부 전범들마저 살아남아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망령에 사로잡혀 군사대국을 꿈꾸다니!

힌 닷 온천

우울한 마음으로 기념관을 나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점심식사를 한 후 온천으로 향한다. 힌 닷 온천(Hin Dad Hot Spring)은 숲 우거진 천연 계곡을 따라 조성된 노천 온천이다. 가게들이 늘어선 주차장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뒤편에 화장실 겸 간이 탈의실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우측에 샤워장이 있고 좌측으로 온천탕이 있다.

힌 닷 온천 옆 개울

두 개의 온천탕은 물의 온도가 다른데 위쪽에 있는 탕이 더 뜨겁다. 온천탕에서 몸이 데워져 냉탕이 그리우면 옆에 있는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된다. 탕에는 수영복을 입어도 되고 간단한 짧은 차림이어도 관계없다. 현지인들은 그들의 문화대로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간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은 모두 서양 사람들이다. 수영복을 가지고 오지 않은 난 현지인들처럼 옷을 입은 채로 탕에 몸을 담근다. 같이 온 분들 중 일부는 탕에 들어가지 않고 족욕만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 온천은 깨끗하거나 쾌적하거나 최신식 시설은 아니지만 계곡의 싱그러움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힌 닷 온천은 조용하고 숲이 우거져 그늘이 있고 따뜻한 물, 뜨거운 물, 시원한 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요금도 내국인 10B, 외국인 20B로 싸다. 이 좋은 곳에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가이드가 기차를 타러 가자고 한다.

탐크라새 역

투어 차량을 타고 도착한 곳은 탐크라세(Thamkra Sae) 역 주차장이다. 깐짜나부리 시내에서 50km 떨어진 이 역 입구에는 여느 관광지처럼 기념품 가게와 먹거리 가게가 즐비하다. 역사(驛舍)도 없이 플랫 홈과 시멘트로 지은 작은 승객 대기소가 전부인 역은 역을 표시하는 간판만 없으면 그냥 시골 철길이나 다름없다.

탐크라새 목조 다리 위 철로를 걷는 관광객

탐크라새 목조 다리 위 철로

탐크라새 목조 다리

그러나, 역 좌측으로 가면 볼 수 있는 쾌 노이 강(Khwae Noi River) 옆을 따라 이어지는 절벽에 기대어 나무로 지은 다리 위에 위험하게 놓인 다리인 탐크라세 다리(Tham Kra Sae Bridge) 위 철길을 걸어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이 역으로 몰린다. 이 위험한 목조다리 위로 놓인 철길을 따라 기차가 지나지 않는 틈을 타 관광객들이 철길을 걷는다. 나도 이 철길로 걸어가 본다. 오래 전 나무로 만든 다리는 조금씩 현재의 기법으로 보수공사가 되기도 하지만 전통을 잃지 않은 보수공법으로 옛것의 아픈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는 이들에 의하여 많은 이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크라새 동굴 난에 안치된 불상

탐크라세 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철길 옆에는 끄라새 동굴(Krasae Cave)이란 동굴이 하나 보인다. 제법 넓은 바위 동굴 안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으나 목조 다리를 만들 당시에는 휴식장소 겸 대피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탐크라새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

기차 안에서

목조 다리를 달리는 기차

역으로 돌아 와 잠시 기다리니 오후 4시 5분 완행 기차가 역으로 들어온다. 이 기차는 깐짜나부리에서 남 똑(Nam Dok)까지 하루 세 차례 운행되는 기차 중 하나로, 일일투어를 마치는 관광객들이 마지막 코스로 이용하기 때문에 역에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열차 내에는 관광객들과 학생들로 좌석이 꽉 차 좀 덥지만 기차가 출발하자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탐 크라세 다리 위를 느리게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서 관광객들은 오른쪽으로 몰려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기차 밖 풍경을 구경하거나 사진 찍느라 바쁘다. 깎아지른 듯한 왼쪽 절벽은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아 스릴을 더한다. 기차요금은 깐짜나부리에서 남 톡까지 구간에 관계없이 100B로 기차 안에서 차장이 돌아다니며 현금으로 직접 받는다.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농부들

타킬렌(Thakilen) 역

쾌 노이 강(Khwae Noi River) 주변으론 리조트들이 많이 보이고 한 정거장을 지나 강이 보이지 않자 붉은 황토 빛깔을 띤 밭들이 보이는데 그 밭에선 농부들이 사탕수수 수확이 한창이다. 탐크라세 역에서 4번 째 정거장인 타킬렌(Thakilen) 역에서 내린다.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곳에서 투어 차량을 타고 깐짜나부리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