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화서>로 피는 여뀌꽃을 아시나요?
요천수(蓼川水)는 우리 고장 남원의 젖줄로 남원시를 가로지르는 국가 1급 하천이다. 예로부터 여뀌꽃이 많다 해서 여뀌 요(蓼)자를 써서 요천수라 부르던 이곳을 요즈음 용강이니 요천강(江)이니 해서 보다 큰 하천을 나타내는 식으로 부르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011.4.29, 독자 하진상 글 가운데-
위의 예문에 여뀌꽃이 나와 어떻게 생긴 꽃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렸다. “여뀌 :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40~8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피침 모양이다. 6~9월에 꽃잎의 끝이 붉은색을 띠는 연녹색 꽃이 수상(穗狀) 화서로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잎과 줄기는 짓이겨 물에 풀어서 고기를 잡는 데 쓴다. 잎은 매운맛이 나며 조미료로 쓰이기도 한다.”
꽃이 수상화서(穂状花序)로 피고 열매가 수과(瘦果)로 달린다는 말을 과연 몇 사람이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여기서 수상화서는 일본말에서 온 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을 보면 “穂状花序: 無限花序の一。伸長した花軸に柄のない花が穂状につくもの”로 풀이 되어 있다. 번역 대신 국어사전 풀이를 소개하면 “수상화서:穗狀花序) : 무한 화서의 하나. 한 개의 긴 꽃대 둘레에 여러 개의 꽃이 이삭 모양으로 피는 화서를 이른다.”로 일본 사전을 그대로 베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식물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미나리아재비 꽃은 “취산(聚繖) 화서로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라고 했으며, 콩에 대한 설명은 “총상(總狀) 화서로 피는 꽃”이라하고 담배는“원추(圓錐) 화서로 피고,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蒴果)”라 하는 등 하나같이 어렵기 짝이 없는 일본식 표현이다.
수상화서, 총상화서, 취산화서, 원추화서... 왜 이렇게 어려운 일본식으로 식물을 설명하는 것일까? 그것도 일본말이라고 밝히지도 않고서 말이다. 식물에 대한 설명은 사물을 섬세하게 보는 시인이나 자녀교육에 열심인 어머니들에게 맡기면 훨씬 쉬운 용어가 나올 것 같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콩 꽃의 부드럽고 예쁜 나비 모양을 “총상화서로 피는 꽃”이라고 설명해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대대적인 식물 용어 개선이 시급하며 아울러 일제 잔재청산에서 잠자는 대한민국의 대표 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의 대수술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쿠라훈민정음,인물과사상, 2010.11>에 이어 위 글은 2탄 원고임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이윤옥 소장님의 글은 언제나 세밀하고 정확합니다. 옳으신 말씀이라 저도 동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