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노트]
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2강):
하이데거와 철학의 상태 점검, 그리고 ‘공백’이라는 보편성
철학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낡은 관성과 상대주의의 함정 속에서 어떻게 ‘진정한 존재’를 회복할 수 있는가?
정신분석가 백상현 원장의 바디우 철학 공개 강의 두 번째 시간은 현대 철학의 현장 점검(하이데거와 분석철학의 평가)에서 출발하여, 바디우 존재론의 핵심 무대인 ‘수학(집합론)과 공백’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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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철학의 상태 점검: 하이데거, 그리고 마지막 철학자
바디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사건』을 시작하며 오늘날 서구 철학의 위상을 세 가지 명제로 진단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하이데거는 보편적으로 인지 가능한 마지막 철학자이다"라는 선언이다.
철학의 본질인 ‘존재의 탐사’: 바디우가 말하는 철학은 인생 상담이나 소소한 처세술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플라톤과 파르메니데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가짜 ‘있음’의 허상을 깨고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짜 ‘존재의 질서’를 탐사하는 과학이다.
하이데거의 의의와 한계: 하이데거는 실증 과학과 기술 문명이 가져온 허무주의(니힐리즘)를 비판하며, 존재의 본질을 끝까지 추구한 마지막 철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과학의 언어를 거부하고 ‘시적(詩的) 언어’의 세계로 물러남으로써, 존재에 대해 발언할 권리를 다른 담론들에 내어주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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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이데거 이후의 시대: 분석철학과 ‘유사 정치학’의 폭력
하이데거 이후의 현대 철학(포스트모더니즘과 분석철학)은 비트겐슈타인처럼 철학의 ‘음담패설(사변과 환상)’을 청소하고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는 의미 있는 작업들을 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철학의 직무 유기와 상대주의의 카오스: 철학이 존재와 올바름에 대한 보편적 사유를 포기하고 상대주의("너도 맞고 나도 맞다")에 경도되자, 그 공백을 차지한 것은 폭력적인 권력들이었다.
상품 자본주의와 가짜 민주주의: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철학적 진리가 아니라, 모든 고유한 존재를 ‘상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상품 자본주의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수결 민주주의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우리의 선택지를 미리 제한하며 삶을 환상 속에 가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디우는 소크라테스처럼 다시 광장으로 나가, 철학자가 되찾아야 할 ‘존재와 보편성’을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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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대주의를 넘어: 보편적 존재는 어디서 발견되는가?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허무와 카오스 속에서, 바디우는 "언제나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보편적 진리(존재)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철학자들이 실패한 그 절대적 보편성을 과연 누가 찾아내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찾아낸 이들은 철학자가 아니라 ‘수학자들(집합론)’이었다.
존재의 이름, ‘공백(The Void)’:
수학의 집합론(체르멜로-프렝켈 공리계)에서 모든 집합의 기초가 되는 ‘공집합(Empty Set)’을 보라.
공백은 아무것도 없기에 변화시킬 요소조차 없어 영원히 변하지 않고, 복제될 수 없기에 언제나 유일한 ‘일자(The One)’로 존재한다.
고대 철학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궁극의 일자가, 수학의 ‘공백(공집합)’이라는 역설적인 형태로 세상 모든 곳에 편만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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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는말: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공백’
바디우는 "없음"을 "있다"로 전환하는 대담한 수학적 사유를 통해 존재론의 문을 연다.
우리를 옥죄는 낡은 지식과 자본주의적 환상의 체제(타자성)가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그 바닥에는 언제나 모든 것을 뒤흔들 준비가 된 ‘공백의 유령(균열)’이 배회하고 있다. 낡은 관성을 깨부수고 도래할 진리의 주체로 일어나는 일—그 지적이고 장엄한 항해가 수학과 존재론의 만남 속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https://youtu.be/J06PFY9Az98?si=H5m3pJ-McT-dsH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