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 온천 나들이 중에 잊지 못할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외갓집인 음성과 요리가 아주 많이 닮았단 걸 칼국수에서 바로 느낄 수가 있었고
밑반찬, 깻잎장아찌, 열무김치까지도 어려서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맛이다.
약간은 촌스러운 맛, 꾸미지 않은 맛, 순한 맛, 결국 양념이 과하지 않고 소박하다는 소리.
할머니 혼자 장사하시는데 칼국수뿐 아니라 김치찌개, 된장찌개, 다슬기 국도 있다.
다음날 아침에 먹은 다슬기 해장국은 서울에서 절대 먹어 볼 수 없는 딱 외갓집의 그 맛.
생각날 거다..
(맛집소개하고 싶지만 또 맛도 멋도 모르는 맛집블로거들 가서
맛이 있느니 없느니,다시다와 조미료를 넣었느니 안넣었느니, 할머니에게 상처 줄까봐 소개 안한다.)
그중 내 마음과 내 입맛을 울렁거리게 한 것은 바로 칼국수.
진짜로 어쩜 그리 외할머니가 해주던 그 칼국수 맛이랑 똑같은지..
주방 쪽을 자꾸 흘깃거리게 되더라.
혹시나..
말도 안되는 혹시나..
외할머니의 모습이 아닌 주인 할머니의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
이건 뭐지?
실망과 허탈감까지..ㅠ
할머니가 계실리 만무하건만.........
콩가루 손칼국수
밀가루 3컵, 날콩가루 1컵, 소금 한 꼬집, 포도씨유 1/2 작은 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한 후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 숙성
밀가루를 묻혀가며 밀고 썰고 엉키지 않게 밀가루와 한번 휘이 섞어주기
재료와 반죽에서 중요한 건 콩가루.
콩가루가 들어가야 외할머니표 칼국수.
두 번째 포인트는, 최대한 면을 얇게 민다.
준비된 멸치육수 한통을 꺼내어 냄비에 붓고 끓인다.
호박을 채 썰어 칼국수와 함께 끓인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양파와 대파를 넣고 끓이다가 달걀을 풀어 휘이 젓고
한번 더 후루룩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그릇에 담고 김가루 올리고 조선간장으로 만든 양념간장 함께 내면 우리 할머니표 칼국수.
우리 외할머니는
특별히 따로 고명을 올리기보다는 호박, 양파, 파, 달걀을 풀어 칼국수와 함께 끓여냈지만,
또 다른 날은 살짝 내 식대로.
애호박을 돌려 깎기 해 채 썰어 들기름에 살짝 볶고,
금방, 젓 간장과 고춧가루 솔솔 뿌려 무친 부추도 조금 곁들이고,
마른 김 한 장 구워 부수어 올리면 더 이상의 고명이 필요 없는 칼국수 완성.
어려서의 이 입맛이 변하지 않아,
나는 지금도 바지락칼국수를 잘 안 먹는다.
멸치육수나 맹물에 끓인 칼국수가 더 맛있는 촌스러운 입맛.ㅎㅎㅎ
게다가 오동통한 면발은 아주 질색을 하는지라
외할머니표 칼국수는 어지간해서는 식당에서 얻어먹기 힘들다.
국물을 삼삼하게 한 후
이렇게 양념장을 넣어 먹는 게 훨씬 칼칼하고 맛있다.
청양고추와 파를 다져 넣고 고춧가루와 간장, 매실청을 넣어 잘 섞어
상에 함께 올린다.
헐..
고마해라~
마이 찍었다 아이가!
사진 찍는 새 줄어들고 있는 국물..ㅎㅎ
맵디매운 청양고추 양념만 골라 올린다.
내가 독한 편은 아닌데 매운 건 참 잘 먹는단 말이지..ㅋㅋ
방금 무쳐 올린 부추와 함께 먹으면 단숨에 클리어~
단백질은 부추와 달걀이가 채워주는거로.ㅎㅎㅎ
외할머니가 칼국수를 밀 때면
어김없이 외할아버지의 잔소리와 성화를 함께 보게 된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조금 더~ 조금 더 얇게!를 강조하셨다.
허리가 많이 굽었던 할미.. 아.. 누구였더라..
...한참만에 생각났다.. 때때 할미???
저 아랫집 때때 할미와 비교하며
그이는 그리 얇게 잘 미는데 어째 매번 잔소리하게 하느냐며 타박을 하셨다.
우리 할아버지..
그리 잔소리를 하시긴 했지만
할머니가 칼국수를 밀고 계시는 동안, 얼른 부엌으로 가셔서
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주셨다.
나는 슬금슬금 할머니 눈치를 살피다가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할머니에게 앙증맞은 부채질을 해주었었다.
그런데 삼촌들은 뭐 하고 있었지?
첫댓글 외할머니가 소천하셨나? 개점 휴업이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