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바람
명불허전 이은순
코끝을 맴도는 이 바람은 무슨 바람인가?
촉촉하게 샤워를 마치고
창너머 비집고 새어나오는 이 바람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낯익은 샴푸향과
낯설은 바람향이
서로 어설프게 만나
빈 가슴에 콩 내려 앉는 이 바람은
어디서 시작된걸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아니 모르고 싶다.
설레임을 끌어안고
뒹굴고 싶은 이 마음 잠재우고 싶지 않다.
연락없이 내게 다가온 봄 선비님
홀대하고 싶지 않다.
닭우는 소리
새우는 소리
삽살이 찢는 소리
황소 우는 소리
이 모든 정겨운 소리는
조찬의 향연이 되어가고
어둑 어둑 지쳐가는 도시의 고독에서
창너머 다가온 봄바람
지집년 남자 꼬시는 향기니
어찌 두팔 벌려 반기지 않을소냐
본처두고 첩을 향하는 남정네의 옷 고름
하염없이 풀어제끼는
너는 아느냐
그 위험함의 시작이 너라는 것을...
냄새를 맡지 못하는 내게
온통 너의 향기로 가득한
2026년 봄바람
유난히 어설픈 고해성사가 될 것 같네.
무슨 꽃이게
명불허전 이은순
숨이 차게 남편은 내게 묻는다.
이게 무슨 꽃이게?
이팝
이게 무슨 꽃이게
조팜
이게 무슨 꽃이게
벚꽃
이게 무슨 꽃이게
철쭉
이게 무슨 꽃이게
자운영
이게 무슨 꽃이게
회양목
...
그런데 난 네가 나비로만 보이니
남편의 애닮은 사랑은
시들어가는 청춘이 아니더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너의 숨결은
나의 영혼이 되어주고
백년해로의 언약이 희미해져갈 무렵
너의 울부짖음은
천년을 그리워하네
네가 떠난 그 빈자리
수 많은 꽃들 중에 한마리 나비 되어
이름을 나직히 되새겨 줄게
오늘도 남편은
이게 무슨 꽃이게...
한다.
고마워...
오래
오래
불러줘...
아이들이 전하는 말
명불허전 이은순
'가' 라고 읽어주니
정말 가더라.
아이는 당연한거고
그의 스승은 황당하더라
등이 살짝 문에 부딪치자
"호~" 해 주면 낫는다 솜틀 등을 내민다.
호~불어주니 아픔도 참고
아이의 시름이 이내 낫는다.
아이는 당연한것이고
스승은 전문의 의사가 되었다.
꽃잎이 떨어지자
아이가 '따뜻한 바람아 불어라'한다.
왜냐고 스승이 묻자
나무가 추울까 한다.
아이는 당연한것이고
스승은 반성한다.
배달 주문할 때 목소리는 늘 상기되고
주문의 숫자는 정확하고 당당하다.
아이는 당연한것이고
스승은 속이 타들어간다.
'왜 공책에는 그 숫자가 없니...'
그거 아니?
아이는 자기 나이 숫자만큼은 꼭 셀 줄 안다?
'LH' 아파트가 '내' 아파트가 되어도
아이들이 전하는 말은
미적분 공식 위에 있는
영웅이 하는 말이야.
" 알겠어! "
오늘도 난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