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환한 것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밝은 햇살이 빛나는 날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또 그래서 실내에서는, 만약 전등 스위치의 권리가 내게 있다면 당연하다싶게 전등의 빛이 가장 환하게 스위치를 올립니다.
물론 그런 저의 뒤를 좇아다니시면서 스위치를 내리시는 어머니가 계심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시각에 민감한 저는 그래서 "빛"을 좋아합니다.
빛으로 보여지는 각 사물과 풍경, 사람들 .... 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3년전쯤인가 .... 저는 어떤 이유로 화실을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저에게있어서 '그림'이라는 것의 어떤 어려움이였던 "수채화"를 그려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특별한 깨달음을 갖게 되었는데요 .... 그것은 "그림자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저는 그림자를 참 못 그렸습니다.
맨 마지막 작업이었던 '그림자 그리기'는 저에게 너무도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한 사물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그림자'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수채화 작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고 .... 저는 김지수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그림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스승 이어령님과의 인터뷰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김지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스승 이어령님은 삶과 죽음에 대하여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살가운 일상사에 대한 문제를 거론해 주셨습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극과 극의 문제를 무겁지 않으나 가볍지 않게 논쟁적이지 않으나 고민할 문제답게 우리의 가슴에 두드려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인간은 어쩌면 지우개 달린 연필이야.” “지우개 달린 연필이라니요?” “연필은 기억하고 남기기 위해 있고, 지우개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 있잖아. 그런데 그게 어떻게 한 몸이 되어 지우개 달린 연필로 탄생했을까? 알고 보니 지우개 달린 연필은 한 형제가 낸 특허품이야. 그림 그리던 형이 밤낮 지우개를 잃어버려서 동생에게 찾아오라고 시키거든. 동생이 그러지 말고 지우개를 연필에 달아서 쓰자고 해. 그게 대박 나서 돈을 엄청 벌었어. 그런데 지우는 기능과 쓰는 기능을 한 몸뚱이에 달아놓은 그게 우리 인생이잖아. 비참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있고 망각과 추억이 함께 있으니 말일세.” ...p.203 |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
망각과 추억이 함께 있고, 비참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있는 사람의 인생을 스승 이어령님은 "지우개 달린 연필"이라고 하시며 아름답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설명해 주겠네. 여기 뱀 한 마리가 있다고 치세. 어디서부터가 꼬리인가?” “글쎄요. 한 10센티 정도 끝부분이 꼬리인가요?” “아니야. 뱀은 전체가 꼬리야. 연속체지. 그게 아날로그야.” “아하! 뱀이 아날로그면 디지털은 뭐죠?” “디지털은 도마뱀이야. 도마뱀은 꼬리를 끊고 도망가. 정확히 꼬리의 경계가 있어. 셀 수 있게 분할이 되어 있으면 그게 디지털이야. 아날로그는 연속된 흐름, 파장이야. 반면 디지털은 계량화된 수치, 입자라네. 이 우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즉 입자와 파장으로 구성돼 있어. 더 쉽게 얘기해볼까? 산동네 위의 집이라도 올라가는 방법이 다르지. 언덕으로 올라가면 동선이 죽 이어져서 흐르니 그건 아날로그야. 계단으로 올라가면 정확한 계단의 숫자가 나오니 그건 디지털이네. 만약 언덕과 계단이 동시에 있다면 그게 디지로그야.” ... p.272 |
디지털의 세상이 확산됨을 느끼면서
자칭 '아날로그'임을 자책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던 세상이 ..... 결코 아날로그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스승 이어령님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뱀과 도마뱀의 그 우위를 알 수 없는 것처럼 ..... 극과 극은 극 자체의 존재가 갖는 중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은 촛불과 파도사이에 있었군요. 정오의 분수가 왜 슬픈지 알겠습니다.” “촛불은 끝없이 위로 불타오르고, 파도는 솟았다가도 끝없이 하락하지. 하나는 올라가려고 하고, 하나는 침잠하려고 한다네. 인간은 우주선을 만들어서 높이 오르려고도 하고, 심해의 바닥으로 내려가려고도 하지. 그러나 살아서는 그곳에 닿을 수 없네. 촛불과 파도앞에 서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 ............. p.294 |
항상 삶만을 생각해 오다가...
죽음을 생각하게 될 때는 정말 마지막일까요?
높이 솟아오르는 파도는 반드시 내려가는 순서가 있음을 있지말라고 하시는 스승 이어령님께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 주시는 말씀의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물론, 이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다르게 다가가실 것입니다.
그런 중에
스승 이어령님께서 저에게 해 주신 말씀은
모든 순간 주어지는 삶과 죽음의 "파도"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삶과 죽음도 항상 우리 곁에서 "인생은 파도"임을, 기억해야 함을 .....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모두 중요하듯이,
삶과 죽음 모두 중요합니다.
비록 내 삶의 길이와 죽음의 길이를 공인된 척도로 측정할 수 있다하더라도
이제는 그 길이와 양이 어떠하던지, 빛과 그림자가 가지는 소중한 의미만큼
내 삶에서 삶과 죽음이 가지는 중요한 메세지를 저도 저 자신뿐 만 아니라 제 가까이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면, 이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수강생의 자격을 조금이나마 갖출 수 있을까요?
소중한 수업을 마련해 주신 스승 이어령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