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의 문헌과 성경의 관계>: 의존인가? 독창적인가?
오늘 저는 페북에서 성*문 교수님이 올리신 영상 하나를 시청했어요. 심용환 씨(교회 집사, 역사학자, 방송인)가 고대 근동의 길가메쉬 서사시와 아메나톤에 있는 노아 홍수와 십계명을 비교하면서, 성경이 이 근동 자료를 베낀 것이라는 내용의 20분 미만의 설명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언급한 내용은 한국교회에 편만해 있는 근본주의의 경향에서 보면 충격적이거나 반발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런 부류의 내용을 시청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어 나름 정리해봤어요.
일단, 이런 내용의 글을 읽거나 영상하면, 근본주의적 신앙을 가진 분들은 반발할 것이고, 진보적 사고를 가진 분들은 환영할 것입니다.
근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신념은 이런 것일 거예요. 성경은 무오하고, 독창성(다른 문헌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다른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 내용이 있다는 점에서)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근본주의의 입장을 가진 신자들은 대개 반지성주의의 경향을 띠기에 과학을 부정하고,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주의를 따르는 사람들 중에는 성경의 역사성과 성경 비평 또는 해석학적 방법론을 혼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근본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는 배덕만. [한국개신교 근본주의]. 대장간, 2010이 있음). 배덕만 교수는 통계 자료를 이용해 한국교회의 70~80%가 근본주의라고 합니다. 그런 교회에 출석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로서는 아래 소개하는 영상에 화를 내며 반발할 거예요. 하지만, 거기서 소개하는 내용은 이미 책으로 출판되어 널리 보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여기서 제기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영상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처럼, 그간 성경에 독창적이라고 생각된 내용들이 고대 근동에서도 회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겠습니까?
성경이 고대의 글을 그대로 베꼈으니, 성경 영감설과 고유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가요? 또는 성경은 세상의 이야기와 무조건 달라야 하니, 아무래도 그 문헌들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성경에 기록된 내용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어요.
첫째, 성경에 기록된 사건은 그 시대에 기록된 것이 아나리(문자의 발견과 글쓰기 문화가 보편화 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후대에 일어난 일이에요) 구전으로 전수되다가 역사의 어느 순간(글을 써서 문서를 보관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게 된 때) 글로 옮긴 것임을 고려해야 해요. 발굴된 다른 자료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어느 시기에 기록된 것임을 알아야 해요.
둘째, 기록된 문서의 선후가 반드시 문서를 베끼고 의존한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해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통 구전 전승이 있고 저마다 당대의 필요에 의해 기록으로 남긴 것이에요. 동일한 사실에 대한 기록마다 저술자의 관점과 해석이 다르니, 의존성(더 나아가 베낌) 문제와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제가 쓴 논문 “마가복음 우선설 비판”에서 다룬 문제이지요).
셋째, 성경은 당대 사람들의 문화, 정서, 세계관을 고려하여 그때 그 당시 언어와 표현을 채용한 것임을 알아야 해요. 소통의 문제인 것이지요.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는 고대의 글이 되어 해석이 필요하지만, 당대 사람들에게는 설명 없이 바로 전달되었던 거예요.
넷째, 같은 이야기라고 해도 전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성경 기록의 목적과 독특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어요. 비교종교학적/과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성경은 고고학을 비롯한 학문적 검증으로 밝혀진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이지 허구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역사적 사실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경에 같은 이야기가 왜 다르게 기록되었는지 질문하고, 그 대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해요.
근동의 자료, 주후 1세기의 자료는 성경 당시 사람들의 문화와 세계관, 정신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당시 자료를 잘 활용하면 성경의 표현들이 가리키는 내용을 더 잘, 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예수를 믿는다는 것과 성경의 내용을 믿는다는 것은 (한국교회에 성경 읽
기와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유명한 근본주의자<본인은 이렇게 명명되는 것을 싫어하겠지만>이신 어느 목사님이 주장하듯이) “덮어놓고”(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사용하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를 더욱 느끼게 됩니다.
아래 영상에는 찬반 댓글이 달려 있는데, 제가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어느 입장이든 다 고려할 만한 것이라는 거예요. 아무튼지 이 영상은 성경을 읽으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그리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느긋한 성경 읽기에 도전을 준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bmoxYr27x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