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의 하나는 '상생'이다. 그동안 호남과 영남, 수도권과 지방, 진보와 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유통업체와
소상공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으로 나눠지고 찢어지면서 우리는 '상생'을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상생(相生)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상생'은 음양오행설에서 금(金)은 수(水)와, 수는 목(木)과, 목은 화(火)와, 화는 토(土)와, 토는 금과 조화를
이룸을 이르는 말로,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가는 것을 지칭한다. 노자의 도덕경 상편 제 2장에서는 ‘유무상생’이란 구절이
나온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노자사상의 하나로,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데만
급급한 우리들이 되새길 만한 경구다. 미래학자들은 '상생의 원리'가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
이렇게 고전적인 단어가 융·복합 등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상생’의 반대말은 '상극'(相克)으로 둘 사이에 마음이 서로 맞지 아니해 항상 충돌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어느 한쪽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공멸하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상생'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상생'의 전제 조건인 서로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광주시가 유치에 나선 '광주신세계 복합랜드마크' 논란으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다 보니 대화와 타협은 없고 비방과
갈등만 난무하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시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광주시도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아직 시작 단계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간의 '의미있는 공존'이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광주신세계와 양동전통시장상인회 협의회(7개 상인회)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활성화 및 지역 관광 명소화를 위한 상생발전 협약을 맺은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손중호 양동전통시장 상인회 협의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 건립을 추진중인
이번 사업이 지역발전을 위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법인 광주신세계와 손을 잡고 대기업과 전통시장의 상생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치 나선' 광주시, 적극적 중재 역할을
이번 투자 유치는 광주시에서 적극 나섰다고 한다. 당연히 광주시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처럼 팔짱만 끼고 너희들끼지 알아서 하라는 식은 안된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당사자를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중재가 지자체의 역할이자 시민들이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자체가 중심이 돼
대기업과 협력업체, 대형유통업계와 소상공인 등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광주 상생협력 위원회' 등을 구성해 볼만도
하다.
광주신세계 랜드마크 논란의 해법은 있다. '무조건 해야 한다', '무조건 해서는 안된다'는 식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해 준 뒤
서로 만나면 충분히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급호텔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랜드마크는 광주신세계는 물론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고, 인근 재래시장과 상인 등은 광주신세계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다. 광주시는 지금에라도
적극 나서 광주신세계와 금호월드 등 인근 소상공인들간의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 이번 복합랜드마크 논란을 하루빨리 해결해 지역 사회가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협력자로 보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