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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빛이 제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오늘의 방문지는 바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호 나전칠기장 손대현 선생님의 작업장입니다!
선생님의 작업장도 다른 문화재 선생님들처럼 만선리 지역에 있어요~
작업장 가는 길에 보이는 다른 문화재 선생님들의 표지판이 반갑게 지나갑니다~
역시 빠른 우리 선생님들!
먼저 오셔서 손대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오늘의 리더 선생님께서 미리 이렇게 세팅을 해놓으셨네요~
선생님의 전시관에는 이렇게 큰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전칠기란 무엇일까?
소라 라(螺), 비녀 전(鈿) 자를 써서 나전이라 합니다. 나전과 옻칠이 합쳐져 나전칠기라고 하네요~
나전 : 조개껍질을 가공해서 문양을 만드는 것
+
칠기: 나무나 금속 등 다양한 곳에 접목하여 옻으로 칠을 하는 것
= 나전칠기!
제가 오해하고 있었던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나전칠기는 우리나라만의 문화였다는 잘못된 생각이었는데요.
'나전'이라는 워딩을 중, 한, 일 공통적으로 썼다 하니 동아시아에서 얼마나 성행했을까요?
하지만 나라마다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화려한 나전이 유명하고, 일본은 지리적인 특징으로 인해 습기를 잘 이기는 칠기 쪽에 방점을 두었다면,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나전과 보존성이 우수한 칠기를 결합함으로써 독보적인 문화를 구축했다고 하네요~
나전칠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당나라 때 성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동기 시대 때부터 발견되고 있다 하네요~
당나라의 나전은 신라에 전래되어 고려, 조선으로 이어졌다고 하고 합니다~
신라에서는 평탈기법의 유물이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나전칠기 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하시네요~)
기법은 같되 재료를 금이나 은, 혹은 다른 것을 사용해 검정색과 극적 대비를 이루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얼마 없는 고려의 나전경함
나전칠기는 고려시기에 와서 꽃을 피우게 됩니다~
유명한 고려의 나전경함이 그 예죠!
나전경함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20여 점 정도뿐이고 그나마 우리나라엔 단 한 점도 없었는데요...
2014년, 극적으로 우리나라에 한 점이 들어오게 됩니다~!!
KBS 천상의 컬렉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작품에 흠뻑 반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광주시에서 활동하시는 두 분, 손대현 선생님과 김의용선생님이 이 작품을 재현하신 것을 보고 두 번 반했습니다~
상위 1% 만 누릴 수 있었던 나전칠기
선생님께서는 '나전칠기 제품은 너무 비싸다, 사치품이다'라는 세간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나 봅니다~
나전칠기는 역사적으로 왕, 왕비와 같은 상위 1%를 위한 물품이라는 태생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아름다움이랄까요?
그래서 항상 가격적인 부분이 고민이라고 하십니다~
고민 끝에 항상 내리는 결론은 작품의 가치를 위해 신념을 지키시는 것이라고 하네요~!
현대사회에서는 핵가족화 때문에 개인주의가 만연하죠~ 그래서 개인에게 삶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손대현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서 그것을 구매한 사람이 평생 아끼면서 사용하다가 아들, 며느리에게 물려주면서 가정의 스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나전칠기에 대한 가격적인 부분을 단정하지 않았으면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에게 외면받으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소품, 식기 등 대중적인 작품을 개발하려 애쓰고 계신다고 합니다.
작지만 소중히 다뤄질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네요~
'수곡'이라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
광주시의 문화재 선생님들은 호를 가지고 계십니다. 손대현 선생님도 '수곡'이라는 호를 가지고 계신데요~
특이하게도 이 이름은 물려받으신 이름입니다. 1대 전상규 선생님부터 지어진 호라고 하네요~
원래는 선생님도 직접 지으신 이름이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손대현 선생님의 스승, 2대 수곡 민종태 선생님으로부터 수곡이라는 호를 받으셨다고 하네요~
수곡, 자그마한 골짜기를 지킨다는 뜻이라는데요.
선생님은 나전칠기의 천년을 이어온 예술적 가치를 지키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호를 바꾸셨고요. 이러한 스승님들의 의지를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늠 멋지지 않나요?ㅋㅋ)
"옻 타는 사람은 꿈에 스님만 봐도 옻이 오른다"
절이 보통 산에 있으니 나온 말이라는데요~
60년 동안 나전칠기를 해오신 선생님도 선배에게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옻이 심하게 오른적이 있다고 합니다~
눈도 그렇고 특히 머리가 너무 부어서 사람들이 피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공방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옻이 올라 충격을 받은 선생님은 청량리에서 소주 한 병을 들이키고 춘천행 기차를 탔다고 합니다.
그때가 청소년기였다고 하니 얼마나 감수성이 깊을 때였을까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의자에도 못 앉고 열차 사이 빈 난간에 섰다고 합니다. 소주를 마시고 난 후의 열감은 옻의 알레르기 성질을 돋우어 몸을 더 후끈후끈하게 했다고 하는데요.. 미칠 것만 같던 기분은 달리는 기차 창문으로 불어 들어온 차가운 바람을 맞고 조금씩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아, 시원하다..'라는 감정과 함께 얼굴에서 뜨거운 공기가 훅~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셨다고..
나중에 거울을 보니 거짓말같이 붓기가 가라앉았다고 하네요~!
집에 돌아와서 씻으니 까슬까슬하던 불편한 촉감도 싹 다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손대현 선생님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ㅎㅎ
속설에 옻이 오르고 나으면 아기 피부처럼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전공 여학생들도 1학기 때는 한껏 옻이 오르다 2학기 때 적응이 돼서 나으면 "너 피부 좀 좋아졌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네요~
저도 아기 피부가 되기 위해 옻칠 좀 배우러 가볼까요? ㅎㅎ
선생님은 왜 광주시에 계실까?
끝까지 쭉 계셔주세요~~~
선생님은 대한민국 명장 1호에 지정되셨다고 합니다~ 그 뒤 서울에 오신 후 무형문화재 제1호가 되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서울에 공방을 차리기란 여간 쉽지 않았습니다. 항상 꿈꾸기를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작업하고 싶으셨다는데요. 결국 광주시에서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시고 작업실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디가 수북이 쌓인 모습에 꽂혔다고 하시네요~ (오디는 못참지!)
처음 이곳에서 자고 일어나셨을 때 들렸던 새소리가 너무~ 좋으셨다고 합니다~
이제 선생님의 갤러리로 가볼까요?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껍데기(?)들이 들어있는 장이 눈에 띕니다.
소라류(장 위에 올려진 부분)는 저렇게 밝고 영롱한 빛이 나고요~
전복류의 조개는 오색 화려한 빛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두 항아리를 보니 어떠세요? 전복과 소라의 빛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빛깔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는 이 항아리가 도자기 위에 옻을 올린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삼베와 옻칠을 겹겹이 붙여내어 만들었다고 하네요! 어마어마한 옻칠 덩어리라 표현 하십니다~
"그래도 틀이 있을 거 아니에요? 어떤 틀 위에 칠을 하신 거예요?"
"삼베로 형태를 잡은 겁니다."
들어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제가 자꾸 이렇게 우문을 날렸더랬지요~ ㅎㅎ
이 작품은 삼베가 철근 역할을 하고 옻칠이 콘크리트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하십니다~
사진을 보시면 사람 키의 거의 1/3에 육박하는 크기를 보여주는데요, 신기한 건 전혀 무겁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삼베와 옻칠만으로 만들어진 억 겹의 시간을 들어보는 기분~!
경이로운 점은 안쪽에도 옻이 다 칠해져 있다고 하시네요~
나전칠기의 색은 검정만 알고 있었는데요!
요즘에는 티베트에서 나오는 안료에 옻을 게워내어 다양한 컬러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안료는 음식에도 쓰일 정도로 독성이 없는 천연안료라고 해요~
도자기의 균열 느낌을 표현한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달걀 껍질의 크랙을 이용해 만든 작품인데요, 균열의 모습도 다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어요~
이 작품도 많은 시간과 공력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합니다~
선생님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자개장은 올드하다는 편견이 단번에 날아갔습니다~
아름답고 화려하며, 심지어 현대적이기까지 하네요!
나전칠기 병풍은 사극영화에 나오면 한동안 이슈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염주를 넣어 보관하기도 하기 때문에 염주합으로 불린다고도 하는데요.
(우리는 악세서리를 보관하면 되겠죠?)
나전과 대모(거북이 등껍질), 금속선을 병용하여 나오는 아름다운 색채 효과가 특징이라고 하네요~
고려시기에 나전칠기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선 일본에 있는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시고 책을 보시면서 재현하셨다고 하네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최근에 일본으로부터 환수된 고려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네요 ~!
전 세계에 단 세 점뿐이라면서요?
ㅎㄷㄷ..
끊음질.
자개를 가는 실처럼 썬 다음,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들어가며 자개를 끊어 붙이고 다시 이어나간다고 하네요~
저렇게 작은 문양의 선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끊음질의 조각인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이 작품을 설명하실 때 실제로 소름 돋은 거 있죠?
민화적으로 표현된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선생님께서 만드신 현대 작품이지만 시대는 조선시대의 작품 양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는 통치이념이 바뀌면서 미술 양식도 많이 변모하지요~
그래서 나전칠기의 문양도 포도나 사군자 등의 무늬가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개다리소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ㅎㅎ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작품인데요.
우리나라는 놋그릇이나 사기그릇 등 무거운 식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그 무게를 잘 버티기 위해 고안된 형태인데요~ 다리 모양이 개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개다리소반이라고 한다네요~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작품도 좀 특이하게 생겼지요?
전통건축물의 풍혈과 꼭 같은 구멍이 있는 것이 눈길을 끄네요!
바로 음식을 놓은 상을 머리에 이고 이동할 때 앞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라고 합니다~
우리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너무 귀여우셨어요~!!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손대현 선생님은 BMW, 삼성, 루이비통 등의 대기업은 물론이고요, 각나라의 메인 박물관의 전시품이나 국가원수들의 외교 선물도 많이 제작 하셨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나전칠기 입니다!
아드님도 대학에서 전공으로 나전칠기를 하셨다는데요!!
역시 젊은 감각은 다르죠?
해골 작품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저는 홀로 선반 하단의 식기에 관심이 갔는데요~
그나마 제가 구매할 수 있는 선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ㅎㅎㅎㅎ
옻칠로 된 그릇에 과일이나 음식을 넣으면 상하지 않고 오래간다네요~
적금을 들어야겠어요~
갤러리 관람 후에는 간단한 퀴즈타임을 가졌습니다!
정답을 맞혀야만 상품을 받고 집에 갈 수 있었는데요~
저에겐 선생님의 성함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ㅎㅎ 쉽게 상품 겟!!
반짝이는 빛을 따라 60년 외길을 걸어오신 수곡 손대현 선생님.
'한국의 나전칠기는 최고다'라는 것을 전 세계에 인정받고 싶으시다는 그 꿈, 이미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작품 활동 이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호 나전칠기장 손대현 선생님의 약력
1968 수곡 민종태 선생 사사
1980 수곡 칠기공예 연구소 설립
1990 제 15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문화재관리국장상
1991 제 1호 나전칠기 명장, 대통령 표창
1993 제 18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1996 문화재 수리 기능사 지정 1622호
1997 무형문화재 14호
1999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옻칠장
2002 철탑산업훈장 수훈
2008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외 다수
2011 BMW 7 시리즈 실내 나전 옻칠 작업
2013 밀라노가구조명박람회
2015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케이스 제작
2017 프란치스코 교황 124위 시복기념 바티칸특별전 나전칠화 『일어나 비추어라』
참고자료들
첫댓글 너른고을 광주시 문화관광해설사 역량 강화 활동의 일환으로, 해설사가 직접 찾아간 문화유산 답사 리뷰입니다 :)
답사를 준비하신 선생님들의 수고를 기억하며 리마인딩용으로 남기고 있는 기록입니다
혹여 잘못된 기억의 기록으로 선생님들께 누를 끼칠까 걱정됩니다
정정해야할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손아영샘의 리뷰후기로 해설 장소에 함께 참여하지 못해도
참여했던것처럼 소상하게 기록해 주셔서 넘 넘 감사해요~^^
현장감 있는 기록, 다채로운 캡쳐, 느낌,
광주시 해설사의 새로운 보물입니다. 감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