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 이야기 성경]출판을 준비하던 작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이 책에 거는 기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성경 읽어주는 아빠를 찾습니다.
지난 3년여 네덜란드어 어린이 이야기성경을 번역했다.
그 책이 올 12월 초에 두란노에서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경제 불황으로 인하여 출간이 연기되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책을 안 산단다.
그 중에서도 ‘성경시리즈’는 더욱 더 안 산단다.
이런 불황에 출판하는 것보다 경기가 나아지는 내년쯤이 좋겠다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흠! 일리가 있는 말. 그런데 내년에는 정말 경기가 좋아지는 건가?
유학시절 IMF 때문에 무지 고생했던 당시처럼
국가적 경제 상황을 내 일로 여기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12월 성탄 대목에 맞춰 출간되면 내년에는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혼자 좋아했는데,
출판 연기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 많이 허탈해졌다.
예찬이가 3살 때, ‘그림 성경’에 이어 읽어 줄 어린이 성경을 찾는데
맘에 드는 이야기성경이 없었다.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어린이 성경은 주로 그림 위주의 책이었고,
대여섯 살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풍부한 책이 없었다.
간혹 이야기 중심의 책이 있긴 했는데,
그것들도 성경해석 없이 단순 사건 나열이거나 엉뚱한 성경해석을 덧붙인 책들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좋은 내용의 여러 어린이 성경이야기를 접한 나로서는 아쉽기만 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 가정들은 매일 매 식사 때마다(그러니까 하루 세 번)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성경을 읽는다.
점심때는 가장인 아빠를 대신해 엄마가 성경을 읽는다.
식구들이 함께 하루 세 번이나 성경을 읽는 전통으로 인해 아주 다양한 종류의 성경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 있듯 쉬운 번역, 현대인의 성경, 개역 성경뿐 아니라
자녀들 나이에 맞춘 수많은 그림 성경과 이야기 성경이 있다.
어린이 이야기성경의 질과 양에 있어 네덜란드는 세계 최고다.
각 가정에서 꾸준히 하루 세 번 성경을 읽는 필요에 의해 수많은 성경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수준 있는 부모들만이 자녀들에게 성경을 읽어주고
그나마도 그냥 개역성경으로 읽는다.
어는 정도 하다보면 읽어주는 부모도 듣는 자녀도 어렵고 재미없어서 서서히 포기하는 분위기로 간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우리 가정은
초창기에는 다른 한국 기독 가정들처럼 겨우 하루 한 번 성경을 읽고 간단 큐티 비슷하게 했다.
개역 성경을 주로 읽으면서
그러다가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말씀 읽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에서 하던 습관을 되찾아 하루 3번 매 식사 후 성경을 읽게 되었는데
아침에는 개역 성경, 낮에는 쉬운성경,
저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네덜란드말로 된 이야기성경을 읽어주었다.
그런데 성경 읽는 시간이 막 2돌을 넘긴 예찬이에게는 인내력 훈련 시간이었다.
네덜란드 말은 어차피 모르고, 개역성경, 쉬운 성경은 우리말이지만 뜻이 안 오고...
예찬이는 점점 성경 읽어주는 시간을 싫어했다.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성경을 읽은 후 엄마와 이야기도 나누고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두 누나와 대조적이었다.
그래서 예찬이에게 네덜란드 말을 가르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우리말 성경이 재미있는 단계가 되려면 십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신 쉽고 재미있는 네덜란드 이야기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 말을 가르쳐 볼까 했다.
그런데 포기했다.
우리가 네덜란드에 산다면 모를까,
한국에 살면서 책 내용을 편안하게 이해할 만큼 외국어를 잘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
대신 큰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네덜란드 이야기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읽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아들을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말로 옮기다 보니 책 내용이 보통 좋은 것이 아니다.
성경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썼는데
그 내용이 좋은 설교를 듣는 것만큼 분명하고 감동적이었다.
이만큼 좋은 내용의 책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데 하면서 아쉬워 하다가
출판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수많은 기독 유아, 유치, 초등학생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자.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