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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먹는 것에서도 변화가 옵니다. 어릴 때는 먹지 않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가리는 음식이 제법 많습니다. 생선은 비린내가 나서 싫고 떡볶이는 매워서 싫고 핫도그는 소시지 냄새가 나서 싫습니다. 견과류는 배가 아파서 먹기가 싫습니다. 나이들수록 견과류를 먹어야 한다는데 저는 견과류와 인연이 없는 듯합니다.
지금도 마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 음식에 필수로 넣어야 하는 마늘이지만 마늘은 냄새가 나서 싫습니다. 누군가 모임 자리에서 총무 고생한다고 고기에 마늘을 넣고 상추쌈을 주면 난감해 합니다. 다큰 어른이 생마늘도 못 먹느냐고 핀잔을 줍니다. 그 중에서 파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잘 먹게 되었습니다. 파냄새가 안나는 것도 아닌데 파를 먹게 되는 것은 음식의 궁합과 관련이 있습니다.
파는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입니다. 웬만한 해산물에 파를 넣으면 감칠맛과 시원함이 폭발합니다. 해산물은 팔팔 끓는 물에 데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때마다 파를 넣고 함께 데치면 해산물 잡내도 사라지고 맛이 좋아집니다. 그런 파가 두뇌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입니다. 파를 억지로 먹기로 했습니다. 기억력이나 똑똑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자아성찰 탓에 파를 먹기로 했습니다. 자꾸 먹다보니 파김치처럼 중독성이 있는 반찬도 없습니다. 알싸하고 미끄덩한 숨이 죽지 않은 파김치도 좋지만 익을 때로 익어서 냉장고 문을 열면 강렬하게 파냄새를 풍기는 숙성한 파김치는 밥도둑입니다.
파를 먹어서 똑똑해질 머리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파를 안 먹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파김치를 반겨하고 많이 먹습니다. 입안에서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파냄새는 어쩔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