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출간 되었습니다. 시집에 실은 시 한편 올립니다.
<연필로 그린 오른손>
감전 사고로 없어진 오른팔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굼뜨고 어설펐던 왼손만으로
일상의 안팎을 돌보며
어렵사리 자동차 운전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
사소한 일조차 버거운 긴장의 연속이다
날렵한 오른손이 해야 할 일은
삐걱거리는 팔목과 어깨까지 까마득한데
하늘을 휘휘 저어도
어디로 사라진 오른손은 찾을 수가 없다
정찬열 시인의 시집 속 정서는 애틋함에 있다. 성장기 고향의 서정 가득한 풍경과 가난하지만,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부모님의 삶의 정신을 착하게 잘 배우며 성장한 것이다.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시인에게 닥친 불행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임을 시속 정황을 통해 확인했다. 그렇기에 시 전반적인 정서가 안타까움이란 심리적 증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라보는 시적 대상도 보편적으로 애잔함이거나 비관적인 정서가 주조를 이룬다. 물론 시인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 자신이 처한 심정적 고통 지점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시로써 보여준다. 모두에 밝혔듯이 시의 모습은 삶의 진정성에 있고 그 삶을 변화시키는 데 최고의 활력 기제란 것이다. 정찬열 시인의 시 속에서 그런 징후도 있다. 여행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며 현실적 전환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런 기회를 자주 활용하여 지금의 모습보다 더 밝은 기운이 충만한 삶의 감각을 회복하여 한층 진전된 삶과 문학이 도래하길 바란다. 또한, 정찬열 시인의 시집《연필로 그린 오른손》발간을 통해 마음속 고통이 극복되길 바라는 응원도 곁들인다. 어차피 사람 사는 것의 중심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에서부터 현재와 다가올 미래까지를 망라해 궁극의 최상은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물로 지시되는 대상이 무엇인가를 구분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겠다는 자아를 긍정하는 것이 실존을 위한 최선이라고 본다. 정찬열 시인이 이루고자 하는 문학적 의미는 고통으로 점철된 의식의 부단한 전환 기제임을 부연하고자 한다.
-「시집 해설 중 부분」/ 박철영(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