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레츠 회원의 지역화폐 사용 후기
돈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1. 지역화폐 장터에서 구매한 모자를 쓰고 즐거워하는 이충현 씨
2. 민들레하나한의원 이정우 원장이 낸 소화제를 구매한 김은경 씨
과천에서 지역화폐를 통해 공동체가 재미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지난 10월부터 말로만 무성했던 지역화폐를 ‘순천레츠’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생겨나는 업무로 인해 무슨 일이 추진되는지도 모르던 중 실무를 담당한 김인아 씨의 전화를 받고 처음 열리는 장터에 참여했다. 장터에 나가면서 문득 최근 나에게 생긴 놀라운 즐거움인 ‘필사 습관’을 품목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책이 잘 안 읽어져 공책에 베껴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정말로 재미난 경험이었다. 책을 준 사람에게 너무너무 고마운 마음이 생겨 은혜를 갚고 싶을 정도로 그 책의 내용이 아주 깊게 다가왔다. 그 습관을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약간 애석하기도 하고 다소 장난 어린 마음으로 '습관'을 지역화폐로 내놓기로 했다. 보통 습관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화폐 3만 두루를 받을까 생각하며 순간 끼득 끼득 기분이 좋아졌다. 또 뭐가 있을까 싶어 집안을 둘러보니 냉장고에 먹지 않고 한 달째 자리를 지키는 복분자가 있었고, 엄마가 미나리나물을 무쳐 준 것으로 입맛을 돋을 찬으로 술도 한잔씩 팔기로 했다. 며칠 전 아는 언니가 보이차를 줬는데 언제 이걸 먹을까 싶어 차에 싣고 다니고 있었다. 암튼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앞에 내놓으면 제법 먹을거리가 될 만한 것을 들고 지역화폐장터가 열리는 순천광장신문사 사무실로 갔다.
사람들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있으려니 곶감에 귤, 커피포트, 차 내리는 도구, 책, 치약, 비누, 소화제, 등 벼라 별 제품들이 나온다. 물론 아무것도 들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빈손으로 구경삼아 온 사람도 있다.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지만 빈손으로 온 그이는 속으로 약간 눈치가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잠시 물건을 소개하고 장터가 열렸다. 거래는 돈이 오가지 않는다. 모두 가상의 화폐로 거래한다. 저 물건이 나에게 필요한지 잠시 생각하고 바로 구매한다. 물건을 사면서 기분이 겁나게 좋다. 그다지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일단 공짜이기 때문이다. 물론 통장내역에는 마이너스가 붙는다. 마이너스는 뭔가 나에게 필요치 않은 것이 생기면 그것을 나누면 된다고 생각하니 무엇을 사도 가벼운 마음이다. 또한 나에게는 별로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게 귀하게 맞이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게 좋다. 이 빚을 갚기 위해 우리들 사이에 뭔가 새로운 사건이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재미있지 않을 수 없다.
어제는 아버지가 벽에 거는 시계가 필요하다고 해서 살까 하다가 ‘순천레츠’ 카페에 올려봤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집에 하나 남아도는 시계가 있노라"고. 다음날 집에 있는 책이 널브러져 있어서 책을 정리하기 위해 책장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장을 구한다"는 글도 카페에 올려봤다. 어.머.나. 세. 상. 에. 몇 시간 만에 “책장이 있노라”고 문자가 왔다. 그리고 책장을 만드는 재주를 가진 최재훈 씨가 책장의 높이와 넓이를 묻는다.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아~갑자기 천국에 입성한 기분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었나? 하는 착각이 들며 순간 행복도 최고가 됐다. 지역화폐로 뭔가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매일 매일 재미난 사건을 만들어 줄지는 미처 몰랐다.
앞으로는 강좌도 개설할 계획이란다. 물론 돈이 들어가는 것은 현금을 내놓고 나머지는 두루로 해결한다. 이것은 무슨 즐거움을 줄지 모르겠지만 암튼 흥미진진한 세계에 진입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놀다보면 나는 언젠가 돈을 벌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어찌어찌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현재 순천레츠에 가맹점으로 참여한 업체는 현재 영어학원을 하는 양현정 씨, 민들레하나한의원, 광고업 이충현 씨, 서예가 장암 김승환 원장, 상담 조연용, 지적장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드린다는 허종 목사, 70대 이상의 노인들의 생애사를 영상으로 찍는 임숙영씨, 노래를 불러드린다는 박성훈 교수, 손재주가 좋은 손채영씨, 그 외 별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가입해 있다. 지역화폐 회원이 늘면 점점 서로 교류하는 것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절을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기를 기도하며 순천레츠를 안내한다.
순천레츠 http://cafe.daum.net/suncheon-LETS 문의 허종 010-7654-5276
지역화폐 강좌 1(사진 있음)
편백으로 좌탁 만들기 또는 베개 만들기
-일시: 12월 21일(일) 오후 1시 광장신문사에서 출발
-편백 좌탁은 현금 5만원+지역화폐 1만 두루~2만 두루(참여한 사람 숫자에 따라 달라짐)
-베개는 1만원+지역화폐 1만 두루
-주관- 최재훈(문의 010- 6794-2911)
지역화폐 강좌 2
핸드크림 만들기
-12월 18일(목) 오후 7시 지역화폐 모임에서 진행
-현금 2500원+두루2000두루
-주관 –손채영(문의 010-9115-5978)
첫댓글 최재운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