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부부의 이별이 결코 가족의 해체가 아닌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가족 간의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Ann Fine 작가의 [Madame Doubtfire(1987)]를 원작으로, 1994년 영화 [Mrs. Doubtfire]로 각색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공간적 배경과 캐릭터는 미국 원작을 따르고 있지만, 뮤지컬 안에 한국의 매력을 녹이고, 황석희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대사들로 번역되어 우리 일상에도 마치 있을 법한 친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첫 번째로, 한국의 유행 요소들을 잘 반영하였다. 원작은 영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춤이나 유명한 드라마 혹은 영화의 명대사를 인용하여 극에 투입한 것이 인상적이다. 캐릭터의 이름이 다니엘, 미란다 혹은 배경이 샌프란시스코로 설정된 것처럼 전체적인 배경은 미국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 덕분에 마치 한국 교포들의 일상생활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영화 범죄와의 전쟁, 영화 신세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명대사나 음식을 만들 때 백종원이나 고든 램지의 영상을 참고하는 등의 모습은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녹아 있는 문화이다. 영 대사를 이용해 한국식 개그를 잘 녹여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위트 있는 대사들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두 번째로,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을 한국식으로 납득할 수 있게 하였다. 소설에서는 다니엘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데 그저 4명의 낮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로만 짧게 언급하고, 뉴스 기사에서 차용하여 ‘Mrs. Doubtfire’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하지만, 한국 뮤지컬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Doubtfire라는 이름을 다급하고도 우연히 생각해내도록 연기한다. 자신의 거짓된 이름을 급하게 만들어내야 할 때, 뒤로 지나가는 커플들의 대화 중 “잘생기면 다 오빠야~”라는 한국에서 예전에 유행했던 말을 차용하여 ‘다웃파이어’라는 정체성을 완성하는 부분이 가히 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 번째로, 가족 간의 사랑이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집안의 한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던 다니엘은 이혼 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아이들을 위해 변하는 모습도 ‘사랑’으로부터 기반한 변화로, 나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었다. 또한, 어린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진행자가 된 다니엘이 자기 가족과 비슷한 상황의 사연을 소개하며 이러저러한 가족의 형태가 있고, 그런데도 부모는, 가족들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다시금 언급하며 가족 간의 사랑에는 어떠한 것도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다니엘이 조언해주고 되짚어 주는 부분은 작가가 의도한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 중간중간에 연결 요소가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서사가 차곡차곡 쌓여 자연스러운 감정선이 연결되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미란다가 어떠한 이유로 미세스 다웃파이어에게 마음을 열었고, 어떠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없음이 아쉽다. 또한, 부부간의 사랑, 교감보다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더욱 중시된 느낌이 들어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희생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혼 가정은 예전에 비해 호의적인 인식을 받고 있지만, 그 아이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여전히 가혹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위치가 달라졌을 뿐 서로 간의 사랑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가족이 될 수 있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도 그들 간의 교류와 애정 속에서 태어난 것임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처음에는 가볍고 재밌는 뮤지컬이라고 접하게 될지 몰라도, ‘가족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의 화두를 던지는 결코 극이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음을 언급하고 싶다. 이 작품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나는 15세 이하의 어린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에게 추천하며, 아이들과의 관계와 부부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