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떤 사람들은 임사체험을 통해 죽은뒤 어떤일이 벌어지는가를 증언한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내몸과 영혼이 분리되었어요, 그리고 내 영혼이 지붕높이 올라가 내 육체를 바라보았죠, 내 몸 주위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슬퍼하고 있었어요, 와이프, 애들 나는 그들을 보고 너무 슬퍼하진 말어라고 말했죠"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어딘가 넓은 들판이 있었어요, 주변엔 온갖 꽃들이 만발했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자기를 부르며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를 쫒아가지 않고 돌아왔어요" 이렇듯 사후셰계를 증언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들은 코마상태에 있다가 생환했고, 의사들은 "과거에 그들이 경험했거나, 보았던, 또는 읽었던 내용들이 기억날 뿐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간혹 죽는다는것에 대하여 생각을 해본다. 어떤날 아침에 눈이 떠지면 "아! 오늘도 부활했구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느님이 자신과 동일한 형상으로 빚어 생명을 불어 넣었으니 매일같이 부활할 수 있는 능력도 부여했다고 생각해본다. 참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잠을 자고 아침마다 다시 눈을 뜨지 않는다면, 어떤이유인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그저 의식을 잃고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쩌면 죽음은 우리와 굉장히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노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고싶다고, 이것이 내가 바라는 마지막 소원이라고" 그러나 운명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죽고싶은 사람은 데려가지 않고, 생때같은 젊은 목숨은 데려간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이렇듯 과학이 증명하지 못하는 죽음을 생각해볼 때면 신이 어디엔가 존재하는구나 라고 생각도 해본다. 나는 어쩌면 덤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향로봉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튀어나온 바위턱에 걸리지 않고 계속 미끄러져 굴러갔다면, 분명 나는 죽음을 맞이했을것이다. 그러나 어째든 나는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게 남아있다. 언제까지 건강하게 산을 오를지 모르지만 기어서라도 오를수만 있다면 오르고 싶다. 현재는 향로봉이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지금처럼 출입금지가 되어있지 않았을 때는 향로봉을 타고 넘어 비봉을 올랐다. 내가 떨어졌던 등산로를 지나 약 20분 정도 올라가면 두갈래 길이 나온다. 왼편은 바위를 타고 오르는길이고 오른편은 계단을 오르는 길이다. 나는 출입금지가 되기전 (출입금지가 된지 한 10년은 된것 같다) 바위를 타고 올라 향로봉 정상을 거쳐 비봉을 다녔다. 향로봉 정상 3분의 2지점 쯤 가면 큰 바위에서 조금 떨어져나와 촛대 처럼 서있는 바위가 있다. 높이는 2~3미터 정도의 직각 바윈데 홈에 발을 끼우고 홀드를 잡으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조금 위험은 항상 따르고 신경을 바짝써서 올라야 한다. 그 바위를 오르면 좌우가 가파르고 너비가 약 1미터 정도 되는 좁은 바위길이 나온다. 그 길은 경사도가 심하진 않지만 길이 좁아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 길 중간쯤에 서서 아래 숲들을 바라본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날 두팔을 활짝벌리고 바람을 안는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날개를 벌리고 활짝 날아오르고 싶다. 조금 더 오르면 항로봉 정상이다. 지금은 그곳을 나무걸이로 막아놓았다. 그래서 내가 올라온길로 가볼순 없다. 조금은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위험해서 사고를 방지 하기 위해 막아놓았으니, 오른편 길은 계단을 오르는 길이다. 바위길이 출입금지되어 요즘은 이쪽길로만 다니고 있다. 한번은 옛생각이 나서 바위길을 올랐다가 감시원에게 잡힌적이 있었다. 바위길 끝부분에 감시원이 기다리고 있어 잡힐 수 밖에 없었다. 감시원은 내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곳은 위험해서 출입이 금지된 곳인데, 이곳으로 오시면 어떡합니까?, 벌금을 물려야 하지만 이번은 용서하니 다음부턴 이곳으로 오지 마십시요, 또 걸리면 그땐 봐주는것 없습니다." 그 이후론 계단을 쭉 이용하고 있다. 나는 산행을 하면서 계단을 만나면 한번에 치고올라가려 한다. 중간에 쉬면 올라가기가 더 어려운것 같다. 힘들더라도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오르다보면 어느센가 능선길에 당도한다. 이제부턴 비봉능선이다. 여기서 비봉까진 10분 정도 걸리고, 대부분 능선길로 평탄하게 비봉까지 갈 수 있다. 나는 능선에 다 올라도 쉬지않고 내처 비봉까지 간다. 비봉은 산악초소가 지키고 있는 방향(향로봉에서 사모바위로 향하는 방향)과 그 건너편에서 오르는 두가지 길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초소방향에서 비봉을 오르려면 헬멧을 쓰고 있어야 가능하다. 헬멧없이 오르려면 감시원이 제재를 한다. 초소가 없던 시절 (이것도 약 10년 정도 된것 같다) 이 코스를 통해 비봉을 올랐다. 이 코스 끝에 쯤 가면 길이 없어지고 90도 되는 깍아지른 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다. 물론 홈도 있고 홀드도 있어 그 길을 알면, 어렵지만 오를 수 있다. 바위 모서리에 왼발을 대고 오른팔로 홀드를 잡는다. 한껏 힘을 내 바위를 차고 오른다. 여기가 조금 어려운데 발을 디딜 모서리가 멀리 있어 위험하다. 조금 길게 오른발을 뻗어 모서리를 찾는다. 그 다음 손을 바꾸고 몸을 바위에서 조금 떨어트린 후 힘차게 올라간다. 말은 쉬워도 막상 오르려면 바위의 경사도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대부분 건너편 등산로를 이용하여 비봉으로 오르고 이 코스는 출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구간만 넘어가면 넓고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여기가 비봉 아래 내 아지트다. 나는 이곳에 올라 숨을 돌린다. 신발, 양말도벗고 더운날은 웃통도 벗고 편안히 드러눕는다. 지금은 초소에 막혀 이곳으로 오르는 사람이 많이 없다. 나는 건너편 길에서 올라도, 비봉으로 바로 가지 않고 둘러있는 길을 따라 이곳에 와서 한참을 쉬고 간다. 여름에도 살짝 튀어나온 바위가 있어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분다. 바로 앞에는 내가 우주인 바위라고 이름붙힌 우주인 머리모양의 바위가 있다. 그 우주선 바위는 큰 바위에서 홀로 조금 떨어져 있어 그 틈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그 틈을 통해 보면 바로 앞 봉우리에 참새같이 생긴바위,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같이 생긴 바위도 있다. 나는 가져온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신다. 지금 여기에서 쉼이 내가 한주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활력을 준다. 인생살이 "일장춘몽"이라 하는데 영겁의 세월로 보면 한갓 봄날의 꿈이거늘 무얼 그리 애면글면 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조금만 내려놓으면 편안길을 갈 수 있겠지 생각해본다. 멀리 남산타워, 잠실타워, 관악산이 보이고 방화대교, 계양산도 보인다. 나는 멀리 길게 바라다본다. 하늘이 맑고 쾌청하다. 파란 하늘에 한마리새가 유유자적 떠다니고 있다. 바람이 조용해선지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 바다속을 유영하듯 바람을 타고 있다.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산행의 즐거움과 아름다운 풍경과 차오르는 행복감을 맛본다. 누구나 맛볼수있는 기분이지만 누구나 쉽게 다가올수 있는 산은 아니다. 하늘이 가깝게 다가오고 구름이 둥실 떠간다. 가까이 다가온 파란 하늘을 끝없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