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3.
덥다 덥다 한 것이 엊그제 같건만 절기상 입동을 지나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태세이다. 풍성했던 집 주변 나무들도 늦가을 빗줄기에 속살을 드러낸 채 긴 겨울 준비에 들어갔다.
추울 때는 절로 뜨근한 음식부터 생각난다. 뭐니해도 대파를 썰어 넣고 깍두기나 김치를 곁들인 뜨끈한 곰탕 맛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한국인의 밥상에서 곰탕은 유래가 깊다. 1527년 발간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따르면 곰국은 국에 비해 국물이 진한 데다 공이 많이 들어가는 진귀한 음식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곰탕은 그래서 수라상에 오를 정도였으며 권세가나 양반들에게도 인기 음식이었다.
영양적으로 살펴볼 때 곰탕은 단백질이 아주 풍부해서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환절기에 기력이 떨어졌을때나 혹은 한 끼 정도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더욱 좋다.
곰탕의 사골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을 향상시켜 주고 각종 질병을 예방해주는 효능이 있다. 칼슘과 콜라겐 등의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 노약자, 환자들의 건강식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등 원기 회복에도 탁월하다.
푹 우려내어 식히면 젤리처럼 엉기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관절에 좋은 교질 성분으로 허리나 무릎 등 관절을 튼튼하게 해주고 어린이, 청소년 등의 성장 발육에 큰 도움을 준다. 곰탕의 주재료 쇠고기에는 적혈구의 주성분인 철분이 풍부해 철분이 많이 요구되는 임신 중이거나 수유기에 있는 여성들에게 좋다. 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 B군은 노화방지는 물론 피부미용, 피로 회복에 좋다. 비타민 B12는 빈혈을 예방하고 안색과 머릿결을 좋게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흔히 곰탕과 동일 메뉴로 착각하기 쉬운 설렁탕과는 분명 다르다. 설렁탕은 쇠뼈를 위주로 곤 음식이다. 소의 다리뼈인 사골과 잡뼈를 주로 쓴다. 허드레 고기와 내장도 일부 넣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일 뿐이다. 쇠뼈는 뭉근한 불에 오랫동안 끓이면 뽀얀 물이 우러나온다. 골수에서 희뿌연 즙이 나오는데 여기에 쇠기름을 적당히 섞으면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쇠기름은 콩팥 옆의 두태 등을 쓴다.
곰탕은 쇠뼈가 아니라 소의 살코기 위주로 오랫동안 곤 음식이다. 소의 양지, 사태 등 특정 살코기와 내장, 사골 등으로 끓였다. 양지는 소 가슴에서 배 아래쪽에 이르는 살코기를 말한다. 사태는 소의 오금에 붙은 살이다. 곰탕은 이렇듯 쇠고기를 푹 삶은 물이라서 맑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추운 겨울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여 곰탕을 끓여보자. 이때 다른 음식과 달리 곰탕은 한번에 그 양을 넉넉하게 잡아 끓여 보관해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는 것이 더 진하게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 곰탕 만드는법 (4인분 기준)
주재료 : 사골 500g, 쇠고기(양지머리) 400g, 무 ¼개, 대파 1대, 굵은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부재료 :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대파 2대, 마늘 5쪽, 생강 ½톨, 통후추 5알
국건더기 양념: 국간장 1큰술, 마늘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향신채: 대파 2대, 마늘 5쪽, 생강 ½톨, 통후추 5알
1. 사골은 5㎝ 길이로 토막 내어 겉에 기름을 떼어내고 푹 잠기도록 찬물을 붓고 하룻밤 정도 두어 핏물과 나쁜 냄새를 없앤다.
2. 쇠고기는 찬물에 1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3. ①의 사골을 냄비에 넣고 넉넉하게 물을 부은 후 센 불에서 끓인다. 첫물은 따라 버리고 다시 찬물을 부어 2시간 정도 끓인다.
4. ③에 핏물 뺀 쇠고기와 향신채를 넣고 불을 약하게 줄여 은근히 끓인다.
5. 무는 껍질을 긁어내고 씻은 후 시원한 맛이 잘 우러나도록 사방 3㎝ 크기로 납작하게 썬다. 대파는 송송 썬다.
6. 쇠고기를 꺼내어 한 김 식히고 나서 0.5㎝ 두께로 얄팍하게 결 반대 방향으로 썰고 국건더기 양념에 무친다.
7. 뽀얗게 끓는 ④의 국물을 먹을 만큼만 냄비에 덜어 ⑤의 무를 넣고 끓이다가 ⑥의 국건더기를 먹을 만큼 넣어 다시 끓인다.
8. ⑦의 국을 그릇에 담아 대파와 굵은 소금, 후춧가루를 곁들여 함께 낸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