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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05
미·중 충돌 양상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더 나빠질지도 모르죠. 미국 대선의 혼란상만 봐도 그렇습니다. 다급해지면 중국을 더 때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이 모두 중요한 한국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저도 모르지만, 최근 SK그룹 사례를 통해 방향을 생각해 볼까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난달 23일 ‘파이낸셜 스토리’ 발언,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인텔 메모리 사업을 국내 사상 최대 금액인 10조원을 주고 사들인 것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지난 4일 컨퍼런스콜 발언 등을 통해 풀어 보겠습니다.
시사점은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에 꼭 필요한 존재, 양쪽의 가려운 곳을 동시에 긁어주는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매출·이익을 늘려 미래사업 전환을 위한 자금을 축적하는 것이지요.
물론 다음 단계로의 계획은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다음 단계의 계획은 글로벌시장의 미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미국의 계획, 미국의 플랫폼(구체적으로는 데이터비즈니스, 모빌리티서비스 등)에 올라타는 것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계획을 실행할 동력을 얻으려면 (테슬라 등에서 보는 것처럼) 직원·소비자·투자자를 매혹시킬 강력한 비전과 스토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 인텔 산하의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인 '모빌아이'와 모빌리티서비스 기업인 '무빗'. / 인텔
◇ 중국과 미국 양쪽 모두에 필요한 존재
SK의 인텔 메모리 인수가 어떤 전략인지를 우선 테슬라 사례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테슬라는 미국 회사인데, 중국에서 엄청 잘나갑니다. 테슬라는 중국에 100% 자기 지분의 공장을 둔 최초의 외국 자동차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중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할 때 토종기업과 50대50 합작사를 세워 이익을 공유할 것을 요구해 왔지요. 그런데 중국이 방침을 바꿔 2018년 전기차에 한해 이 규정을 철폐했고, 그 첫 혜택을 본 회사가 테슬라입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방침을 바꾸고 테슬라에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돈 벌 수 있는 길을 열어줬을까요? 테슬라가 지금의 중국 자동차산업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몇십년 동안 외국 자동차회사를 합작 형태로 받아들이면서 내연기관차 기술을 따라잡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내연기관의 종말로 가고 있는 지금도 격차를 충분히 좁히지 못했지요. 그래서 중국은 내연기관차는 됐고, 전기차에서만큼은 중국이 생산공장이 아닌 개발 중심, 수출 국가가 되어 보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테슬라가 중국의 고민을 풀어주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테슬라 모델3는 지난달 유럽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또 테슬라가 전기차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중국의 관련 인력과 부품 공급망이 함께 성장할 겁니다. 그러니 중국 정부 입장에서 테슬라가 100% 지분으로 들어와 돈을 벌더라도 반사이익이 충분하니 괜찮다는 것입니다. 테슬라를 마중물로 중국 전기차 산업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면, 테슬라가 돈 벌어가는 것은 수업료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죠.
그럼 미국 정부는요?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테슬라의 중국 사업을 딱히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테슬라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하이테크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기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독일·일본에 빼앗겼으니, 미국이 세계최강인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이 변화해 가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테슬라가 더 빨리 성장하는 것을 마다할리 없죠. 딱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는 것과 크게 상관이 있지도 않고요. 중국으로 테슬라의 핵심기술만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테슬라가 중국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 더 빨리 성장하는게 미국으로서도 이익일 겁니다.
이것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잘 따져보면, 이 딜 역시 중국과 미국의 고민거리를 절묘하게 풀어낸 부분이 있습니다.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는 물론 메모리의 중국 판매까지도 미국이 제재할지 모른다는 걱정, 또 중국의 자국 중심 산업정책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을텐데요. 앞서 말씀드린 테슬라의 사례처럼, SK·인텔의 딜이 중국·미국 양쪽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의외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어 보입니다.
그 이유를 인텔이 다롄 공장을 SK에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원래 인텔은 SK 외에 중국의 대형 반도체기업인 칭화유니그룹과 인수 협상을 했었다고 합니다.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 주석이 졸업한 칭화대 계열의 기업인데요. 칭화대 과학기술개발총공사를 모체로 1993년 설립됐습니다. 중국 팹리스 2위였던 스프레드트램을 2013년 인수해 반도체 분야에 뛰어든 뒤 순식간에 중국 반도체산업의 맹주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의 인텔 다롄 공장 인수 협상은 미국 정부 압력 탓에 잘 되지 않았죠. 이전부터 인텔은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UNIC에 낸드 플래시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지만, 칭화유니그룹은 인텔 공장 매수가 미국 정부의 반대로 좌절되자, 올 들어 공급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중국은 중국대로, 인텔은 인텔대로 답답했었던거죠. 인텔은 정부 관련 일도 많이 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인텔의 사업을 망하게 할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인텔 공장을 중국에 넘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겠지요. SK가 인텔 중국 공장을 사줌으로써, 중국·미국 모두 끙끙 앓던 과제가 풀렸을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SK가 인텔 중국 낸드 공장을 인수해 중국에서 낸드를 포함한 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중국이나 미국 모두 반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SK로서는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 시장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메모리 국산화 전략을 면밀하게 읽어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중국 기업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그 대신 시장을 더 많이 얻고 더 많은 돈을 벌어 다음 수를 준비할 자금으로 활용하는게 합리적일지 모릅니다.
미·중 반도체 사정에 밝은 대만 시장조사회사들은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고 반도체 국산화 전열을 갖추는데 딱 3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중국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3년보다 더 걸릴 수도 있고 또 전열을 갖추더라도 SK의 메모리는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중국이 필요로 하게 될지 모릅니다. 칭화유니그룹에는 UNIC 외에 YMTC라는 자회사도 있는데요. YMTC가 올 연말쯤부터 삼성·SK하이닉스와 대등한 수준의 고성능 낸드를 양산할 예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YMTC 생산이 확대되더라도, 인텔 중국 공장 분을 포함한 SK의 중국 수요처는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는 칭화유니그룹이라는 현재 중국 반도체의 핵심 기업과 SK가 적절히 협업해 주길 바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인텔이 중국 낸드 공장을 통해 칭화유니그룹과 관계를 맺어왔듯이, 인텔 중국 공장을 인수한 SK도 칭화유니그룹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조금씩 주면서라도 중국의 시장을 더 얻는다면 SK로서도 실리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어떤 것도 주지 않고 시장만 먹겠다는 것은 반도체 같은 중국의 국산화 핵심 종목에서 쉽지 않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도요타가 중국에서 취하는 전략을 참고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도요타는 테슬라로 대표되는 자율주행 전기차에 대응이 늦었기 때문에, 현재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지요. 이 과정에서 충분한 개발자금을 모을 시장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도요타는 중국이 원하는 자사의 하이브리드기술,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을 중국 기업과 공유하는 쪽으로 전략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에 절대 안넘기려고 했었지요.
전략이 바뀐 이유는 하이브리드나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이 영원한게 아니라는 겁니다. 어느 시점에서 보급이 멈추고 전기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거죠. 특히 수소차는 미래 버스·트럭 중심으로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수요가 너무 적기 때문에 도요타로서도 개발 체제를 유지하는게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 내꺼라고 아끼기만 하기보다, 중국에 일부 나눠주고 대신에 테슬라 쇼크에 대비할 자금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중국의 시장을 얻는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거죠. 이에 따라 불과 4~5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도요타는 올해 연간 170만대, 내년 200만대 판매를 바라볼 만큼 커졌습니다. 어차피 자동차 자체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도요타로서도 지금 당장 최대한 돈을 벌어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지요.
▲ <YONHAP PHOTO-4478> SK, 2020년 SK CEO세미나 개최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2020.10.23 [SK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0-10-23 18:28:54/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SK가 인텔·모빌아이·무빗 연합에 합류한다면?
결국은 중국의 메모리 국산화가 진전될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따라서 SK가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해나가면서도, 또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해야겠지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했더라도, 거기에서 일이 끝나는건 아닐겁니다. 인텔의 주력인 서버 CPU 사업에도 메모리가 다량으로 들어가니까요. 이 분야에서 SK와 인텔의 협업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인텔과 또다른 협업을 생각해 볼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모빌리티서비스 쪽입니다. 현재 이 분야엔 세계 3대 강자가 있는데요. 강력한 내부 생태계를 갖춰 나가고 있는 테슬라가 있고요. GPU(Graphic Processing Unit·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AI반도체·개발플랫폼을 갖추고 자율주행시대까지 장악해 보겠다는 엔비디아도 무섭습니다. 모바일 AP 설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ARM까지 인수하면서 가능성을 더 높여가고 있지요.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이 바로 모빌아이(MobilEye)입니다. 이스라엘인 암논 샤슈아가 1999년 창업한 자율주행기술·반도체 기업인데요. 2017년 인텔에 무려 153억달러(약 17조원)에 팔렸습니다. 모빌아이는 완전자율주행의 전 단계인 주행보조 장치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요. 여기서 주행보조란, 전방 혹은 전방과 측방에 카메라를 달아 앞차와의 간격, 차선을 유지시켜주는 정도의 기능을 말하는데요. 모빌아이는 일본의 주요업체 몇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주행보조 장치를 납품합니다.(현대자동차에 들어가는 주행보조장치도 당연히 모빌아이 제품입니다.)
인텔은 또 지난 5월 이스라엘 모빌리티서비스 기업 무빗(Moovit) 을 9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는데요. 이로써 인텔을 중심으로 모빌아이·무빗이 합쳐진 반도체·자율주행·모빌리티서비스 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텔은 주행보조장치 시장을 넘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BMW는 ‘iNEXT’라는 자사 최초의 자율주행차를 내년에 내놓을 예정인데요.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인텔·모빌아이 연합이 도맡았습니다.
그럼 인텔이 모빌아이에 이어 왜 무빗이라는 모빌리티서비스 기업까지 사들였는지 이유를 설명드려 볼게요. 인텔은 기본적으로 반도체를 팔아 돈 버는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의 수익은 자사 반도체를 탑재한 자동차 대수에 한정되겠죠. 그런데 이 자동차 대수가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전세계에서 1년에 팔리는 신차가 코로나 사태 이전 기준으로 8000만~9000만대. 이중 10%에 인텔 연합 반도체가 탑재된다 해도 수요는 매년 800만~900만대 뿐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정도 규모로는 사업성이 높지 않을 수 있지요. 그래서 인텔이 ‘데이터 비즈니스’로 돈을 벌겠다면서, 모빌리티서비스 사업을 확장하려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사업의 축이 될 기업이 바로 무빗인 것이지요. 무빗은 100여 개국에서 전철·버스 뿐 아니라 자전거나 라이드 쉐어링과 연결된 환승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용자가 8억 명에 달합니다. 2030년에 주행보조(ADAS)·자율주행 시스템 시장이 725억달러인데 비해, 데이터비즈니스·모빌리티서비스 시장은 1600억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인텔·모빌아이·무빗 연합이 바로 이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인텔 메모리를 인수한 것도 큰 딜이지만, SK하이닉스와 인텔의 관계가 메모리에서 끝나지 않고 SK그룹과 인텔·모빌아이·무빗 연합의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SK그룹은 통신기업(SK텔레콤)을 주축으로 보유하고 있고 미래전략 중에서도 자율주행·모빌리티서비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요. 한국이 미·중 충돌 상황에서 더 도약하려면, 데이터비즈니스·자율주행·모빌리티서비스 분야를 장악할 필요가 있을텐데요. 한국 내 사업만으로는 진전이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차원의 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모빌아이는 지난 7월 일본 최대 고속버스 회사인 윌러 익스프레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일본·대만·아세안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자동 운전 솔루션의 제공을 양 회사가 공동 실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일단 특정 구간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셔틀버스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비전과 스토리로 직원·고객·투자자를 이끄는 전략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만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0년10월 23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의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방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기업가치의 공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CEO들은 고객·투자자·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적합한 각 사의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했지요.
‘숫자로 보이는 재무적 성과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진단. 이런 진단이 2020년 말 한국 대기업 총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의미심장합니다. 코로나 사태와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생존하고 또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도 ‘시장의 신뢰가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테슬라·아마존 같은 기업이 재무성과 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높은 기업 가치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깊은 고민의 산물일 겁니다.
특히 테슬라가 최근에 보여준 엄청난 성과는 한국 기업들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강력한 비전을 고객·투자자·시장에 던지고 그 비전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감으로써 기존 기업을 뛰어 넘고 있지요.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메모리 사업을 인수한 것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미·중 충돌 상황에서 나름의 묘수를 짜낸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텔과 빅딜을 한 김에 인텔이 추구하는 데이터비즈니스 모델에 함께 올라타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봄직 합니다. 그리고 이런 도약을 가능케 하는 비전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중 충돌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계속 성장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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