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8년 4월 14일 (토)
o 날씨: 폭우/강풍
o 산행경로: 황전터널입구 - 미사치 - 깃대봉 - 형제봉 - 동주리봉 - 도솔봉 - 따리봉 - 한재 - 백운산 - 매봉 - 게밭골 - 회두마을
o 산행거리: 26.3km
o 소요시간: 10시간 반
o 지역: 전남 광양
o 산행정보: 백운산, 도솔봉
o 일행: 좋은사람들 호남7기
▼ 코스지도
날씨가 그렇게 좋더니 주말을 앞두고 폭풍우가 찾아왔습니다.
오늘 산행은 광양 백운산 구간, 능선 조망이 좋은 곳이라 비와 안개를 피해야 하는데...
강풍과 폭우 예보를 듣고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백운산 구간이 호남정맥길 중에서도 조망이 가장 좋기로 꼽히는데,
하필 오늘 날씨가 왜이럴까요?
호남정맥길에서 비를 만난건 한두차례 밖에 없었는데...
새벽 4시, 다행히 들머리 황전터널입구에는 아직까지 빗방울이 굵지 않습니다.
산행내내 비가 없기를,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바라며 출발...
▼ 황전터널입구 (들머리)
들머리에서 미사치까지 약 0.9km는 접속구간, 천천히 몸을 달구며 본격적인 백운산 등정을 준비합니다.
지난번 내려올때는 몰랐는데, 이외로 오르막길이라 약간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오늘 호남정맥길의 실질적인 출발지인 미사치에서 장비를 재점검하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거칠어지고 빗방울도 점점 굵어지고 있습니다.
▼ 미사치
헤드렌턴 불빛에 비치는 철쭉군락지도 지나고...
작은 돌탑이 세워져 있는 3개면 (순천시 서면, 황전면, 광양시 봉강면) 경계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 3개면 경계지점 (서면, 황전면, 봉강면)
등로는 다시 고도를 높이고,
바람도 점점 그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3개면 경계지점에서 얼마가지 않아 깃대봉에 도착합니다...
▼ 깃대봉 (858.2m)
깃대봉을 지나면서 날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비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의 아우터는 어느정도 방수기능이 있긴 한데, 젖어들고 있는 팬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 월출재와 월출봉이 근방일텐데....
굵어지는 빗방울과 짙은 안개때문에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월출재는 3개시 (순천시, 광양시, 구례시) 경계지점이고, 월출재 바로 위쪽이 월출봉이라고 한다는데...
▼ 월출재(?)
무난하던 등로는 다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갑니다.
형제봉입니다.
뽀족한 암봉 위로 몰아치는 강풍에 밀려 몸을 제대로 가눌수가 없습니다.
쏟아지는 비와 강풍에 인증샷도 찍지 못하고 서둘러 철수...
▼ 형제봉 (861.3m)
아무래도 오늘 산행은 끝까지 비와 안개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초속 15~20m에 달하는 강풍이 쉴새없이 몰아치니...
형제봉 아래가 새재, 바로 그 뒷쪽이 동주리봉입니다.
새재는 백운산의 4대 계곡 (성불계곡, 동곡계곡, 어치계곡, 금천계곡)의 하나인 성불계곡으로 연결됩니다...
▼ 새재(?)
▼ 동주리봉 (형제봉에서 1km)
비바람에 속옷은 물론 신발까지 흠뻑 젖어 피할수 없는 우중산행이 되었습니다.
빗방울은 강풍에 날려 수평으로 달려들고,
세상은 짙은 안개에 갇혀 눈에 뵈는(?) 것이 없습니다...
꾸준히 고도를 높이던 등로는 급피치를 올려 도솔봉에 도착합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은 산객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불허하겠다는 모습입니다...
▼ 도솔봉 (1123.4m, 형제봉에서 3.2km)
▼ 도솔봉 일출 (펌)
▼ 도솔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경로 (펌)
▼ 도솔봉에서 바라본 따리봉(좌)과 백운산(우) (펌)
... 몰아치는 강풍과 폭우를 피해 서둘러 도솔봉을 내려갑니다.
강풍에 맞서 그나마 땅바닥에 지지력을 확보하고 있는 과체중의 몸무게가 오늘만큼은 뿌듯합니다...ㅎㅎ
이런 난리에도 품격을 잃지않고 있는 소나무에 감탄하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기암에 탐복합니다...
논실 갈림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옵니다.
지도상 989봉으로 짐작됩니다만...
▼ 989봉 (헬기장)
헬기장(989봉)에서 내려오면 다시 논실 갈림길을 지나갑니다.
이곳이 도솔봉과 따리봉 중간에 있는 참새미재입니다...
▼ 참새미재
... 그리고 등로는 나무계단과 암릉을 타고 다시 급상승합니다.
젖은 바위도 미끄러운데 강풍까지 몰아치니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눈앞으로 희미하게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폭풍우 속 난파선 앞에 나타나는 무슨 신기루 같기도 하고...
따리봉 전망대입니다.
따리봉은 지형이 뱃길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인 '따리'를 닮았다고 해서 따리봉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어떤 지도에는 똬리봉으로 표기된 경우도 있고...
오늘같은 난리 속에 있는 나는 '뜨아~~'
▼ 따리봉 (1127.1m, 도솔봉에서 2.1km)
따리봉에서는 지나온 등로는 물론 가야할 백운산 정상 방향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남해와 여수 앞바다의 뷰가 끝내주는 모양인데...
오늘은 고작 5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 따리봉에서 바라본 도솔봉 (펌)
따리봉에서 오늘의 우중산행을 후회했습니다.
지나온 형제봉, 도솔봉은 물론 이곳 따리봉에서의 일망무제가 안개에 갇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니...
핸드폰에 방수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찍을 것이 없다(?)는 것이 더욱 아쉽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비바람 때문에 오래 머뭇거릴 수가 없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한재로 급강하...
질퍽거리는 등로를 미끌어지듯 내려오면 호남정맥길과 논실 그리고 남도대교 방향의 갈림길인 한재입니다.
▼ 한재 (따리봉에서 1.3km)
한재는 중탈이 가능한 곳, 이곳에서 Go or No Go를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 같은 기상은 저체온증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무리한 산행은 금물이지요...
결국 더 이상의 산행이 어렵거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두어명의 일행은 이곳에서 중탈하고...
나머지는 이제 백운산으로 향합니다.
상당한 오르막길이지만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는 비바람이 더 고역입니다.
꾸역꾸역 언덕과 암릉을 타고 올라가니 눈앞으로 신선대가 펼쳐집니다.
안개가 그 모습을 감싸고 있으니 더욱 신비로운 모습입니다.
신선대를 올라가는 길이 있을텐데...
▼ 신선대 (한재에서 2.1km)
▼ 신선대 정상부 모습 (펌)
...비와 강풍과 안개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 머뭇거릴 시간도 없이 신선대 등정을 과감하게(?) 패스합니다.
다음번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등로는 신선도 우측 아래로 우회하여 백운산 정상으로 이어갑니다...
백운산 정상...
어마어마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몸을 세울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결국 멀찌감치 바위틈에 서서 셀카로 인증샷을 남기고...
얼마나 멋질까?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팔방의 파노라마를 상상만 합니다.
3년전에 왔을 때도 안개때문에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삼 세판... 다시 올 것입니다...
▼ 백운산 정상 (1217m, 신선대에서 0.5km)
▼ 백운산 정상부 모습 (펌)
▼ 백운산에서 바라본 따리봉과 도솔봉 (펌)
백운산을 지나면 등로는 이제 매봉으로 향합니다.
매봉까지는 약 3.6km의 숲길이며, 먼저 내회갈림길까지 가파르게 하강한 후 작은 등락을 거듭합니다...
▼ 내회 갈림길
어찌보면 참 미친 짓입니다.
이런 우중에 '물에 빠진 새앙쥐' 같은 몰골로 산속을 헤매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되돌려 생각하면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오로시 나와 만날수 있는 시간...
▼ 매봉 (백운산 정상에서 3.6km)
매봉을 지났으니 이제는 마무리만 남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함정입니다.
큰 산봉우리도 없고 낙차 큰 등락도 없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곳 숲속은 진달래보다 철쭉이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철쭉이 피기에는 좀 이른 시기인데, 확실히 봄이 짧아진 모양입니다...
▼ 588봉(?)
▼ 여기가 천황재???
먼 걸음으로 게밭골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갈미봉과 쫓비산으로 호남정맥이 이어지고,
우리는 우측 회두마을로 내려갑니다...
▼ 게밭골 (매봉에서 5.2km)
회두마을로 내려가는 길...
운무가 산허리를 감싸며 마을에 내려앉아 있습니다...
회두마을앞 계곡에 흐르는 물을 보니 오늘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마을에 도착하여 계곡물에 몸을 대충 닦고...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건네주는 소맥한잔으로 차가워진 몸을 데웁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고 하는데...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나마 무사히 우중산행을 마쳤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지요...
뒷풀이는 섬진강의 맛 '따뜻한 재첩국'과 정이 넘치는 소주 한잔으로...
▼ 뒷풀이 장소 (재첩국)
호남정맥도 이제 마지막 구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끝까지 안산 즐산이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