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출간할 동계 조형도( 趙亨道, 1567~1637) 선생의 『동계집東溪集』 중에서
「허후체귀미득왕전시이체사許矦遞歸未得往餞詩以替謝」
허 군수가 바뀌어감에 나아가 전별하지 못하고 시를 지어 사례하다.
君矦早譽筆如杠군후조예필여강 그대는 어릴 적 문필이 뛰어나 칭찬 받았고
千百騷壇坐受降천백소단좌수항 여러 문단에서 모두가 굴복하였네.
穿葉養拳人第一천엽양권인제일 버들잎을 쏘는 활솜씨는 제일이고
贏絞秋手世無雙영교추수세무쌍 법 집행의 엄정함은 세상에 짝이 없었네.
三年單父琴中宓삼년단부금중복 삼년 수령의 다스림은 자천처럼 어질었고
十日牟陽醉裏龐십일모양취리방 열흘간 모양에서 방통과 같이 취하였네.
誰料卽成鴻鷰別수료즉성홍연별 제비와 기러기처럼 이별함이 이리도 빠를 줄 누가 알았으며
摻裾孤負倒離缸섬거고부도리항 옷소매 부여잡고 이별의 잔 기울임을 저버렸네.
* 군후(君矦) : 원래는 열후(列侯)로서 승상이 된 자를 가리켰는데, 뒤에 와서는 달관(達官) 귀인(貴人)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해여총고(陔餘叢考)』 「군후(君侯)」.
* 필여강(筆如杠) : 깃대처럼 단단한 붓으로서 글을 잘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천엽(穿葉) : 잎을 꿰뚫는 활 솜씨라는 말이다. 춘추 시대 초 공왕(楚共王)의 장군인 양유기(養由基)가 100보 떨어진 거리에서 버들잎을 활로 쏘아 백발백중시켰다는 고사가 전한다(楚有養由基者 善射 去柳葉者百步而射之 百發百中). 『사기(史記)』 권4 「주본기(周本紀)」 및 『전국책(戰國策)』「서주책(西周策)」.
* 영교추수(贏絞秋手) : 『예기』「월령」에 “초가을에는 관리에게 명하여 법령을 손질하고 감옥을 고치며 족쇄와 수갑을 마련한다. 죄 있는 자는 죽이되 형벌을 재판하는데 있어 반드시 엄정하게 한다. 이때에 천지(天地)에 비로소 쌀쌀한 기운이 넘치지만 형벌을 가하는데 있어 지나치지 않게 한다(孟秋之月 命有司 修法治 繕囹圄 具桎梏……戮有罪 嚴斷刑 天地始肅 不可以贏).”라고 하였다. 죄를 지은 이를 재판할 때는 가을에 하며 이를 추결(秋決)이라 한다. 『춘추좌씨전』에 “겨울과 여름에는 상을 주고 가을과 겨울에는 형벌을 내린다(賞以冬夏 刑以秋冬).”라고 하였다. 법을 집행함에 서릿발과 같이 하라는 의미로 푼다.
* 단부에서는 ...... 거문고를 울렸네 : 『여씨춘추(呂氏春秋)』「찰현(察賢)」에“복자천(宓子賤, 기원전 521-445)이 단부(單父)를 다스렸는데 거문고를 퉁겨 울렸으며 몸소 동헌 아래를 내려가지 않아도 단부가 다스려졌다고 함(治單父 彈鳴琴 身不下堂 而單父治). 단부는 지금의 산동성 단현(單縣)을 말함.
* 모양(牟陽) : 전북 고창(高敞)을 말함. 마한시대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백제 때는 모양부리(毛良夫里)라 부르다가 신라 경덕왕 때 고창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창은 모양(牟陽), 무할(無割)이라고도 불렸다.
* 방통(龐統, 178-213) : 술을 잘 마셨다고 함. 뇌양현이라는 곳에 부임한 방통은 매일 술만 마셨다. 이에 유비는 장비를 보내 방통을 혼내주라고 한다. 장비가 뇌양현에 갔을 때 방통은 여전히 취한 모습이었다. 장비가 방통을 호내려고 하자 방통은 그동안 밀린 민원서류를 가지고 오게 하여 반나절도 안 돼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들을 정리하였다고 한다.
* 홍연(鴻鷰) : 3월에는 제비가 남쪽으로부터 오고, 9월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부터 온다고 『예기』「월령」에 보인다(鴻雁來 玄鳥歸). 『오서집(梧墅集)』책2「남당록(南棠錄)」에 보면 “기러기와 제비가 오고가는 게 반년의 시차가 있다(鴻鷰參差隔半年).”라고 하였다. 이 시에서는 6개월 사이에 기러기와 제비가 오고감을 말한 것이니 세월이 빠름을 이야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