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디아에 제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자주 언급했다.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그 위엔 '마을'을 여행하는 것만큼 제주를 잘 아는 것은 없다 말했다. 마을 안에는 없는 게 없다. 그들의 삶도, 문화도. 특히, 제주의 마을은 더 그렇다. '제주스러움'이 잔뜩 묻은 채 사랑스럽게 빛난다. 마을 각자만의 특징은 지니고 있지만, 결은 같다. 포근하고, 사랑스럽고, 제주스럽다. 어떤 마을은 바다를 품은 채 반짝이고, 또 어떤 마을은 숲을 품은 채 초록 두 팔을 벌리고, 또 어떤 마을은 한라산 아래서 그저 풍요롭게 서 있다.
나는 오늘 이 마을을 소개하려 한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간직한 작은 마을 신풍리를. 이름부터 특이한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을.
신풍리
제주에는 평지가 대부분인 지역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언덕으로 이루어진 제주의 마을들. 이곳 신풍리는 다르다.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인 특별한 장소다. 반농반어촌인 마을로 비율마저 사랑스러운 이 마을. 서쪽으로는 사전이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남해와 가까이 인접하고 있다. 동동네, 소동네, 웃동네 등의 마을이 있는 신풍리. 이 위에는 특별한 것들로 가득하다.
신풍 어멍아방잔치마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하동로 39
새롭고 풍요롭다는 뜻을 지닌 이곳은 고인돌을 비롯해 선사시대 유적이 산재해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농촌체험마을로 토종 돼지우리, 초가집, 혼례장 등 체험시설도 잘 갖추어있다. 어망아방의 뜻은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뜻을 지닌 제주도 사투리로 마을은 제주의 전통문화와 생활풍속이 녹아 오늘까지 잘 유지하고 있어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제주의 사투리를 배우고 전통 혼례도 체험할 수 있는 마을. 이곳은 걷기에도 부족함 없이 좋은 마을이다.
밭담길
제주의 풍경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에 '돌'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니까. 조선시대부터 쌓아올린 돌담. 이를 쌓은 후부터 토지 경계의 분쟁이 없어지고, 방목했던 소와 말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크게 줄었다. 또한,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돌밭에서 돌을 치고 나니 경지 면적이 넓어졌고, 농사일도 평해져 수확량이 크게 늘어 농업 경쟁에 큰 도움이 됐다.
아울러 제주의 밭담은 서로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지형에 맞게 계단 형식으로 조성된 경우가 있어 독특한 제주의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밭담의 과학성과 창의성, 역사성이 인정되어 2013년 1월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14년 4월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제주의 밭담의 길이를 다 합치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6,400km의 만리장성의 3배 규모. 약 22,000km의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검은 용이 용틈임 하듯 구불구불 이어진 밭담을 사람들은 흑룡만리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제주 밭담은 많은 사람에게 제주의 이미지를 현무암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5년부터 구좌읍에선 제주 밭담 축제가 열리고 있다.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 여행기
분명 소개는 신풍리를 여행한다 했고, 그 안에 놓인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을 여행한다 말했다. 하지만, 여행기의 이름은 신풍리 어망아방 밭담길이라 칭하고 있다. 이는 이유가 있다.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은 밭담길로 모두 연결이 되어있다. 그리고 마을 소개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농촌체험이라 말했다. 이는 밭담길이 가장 잘 이루어져 있다는 말과 같다. 그렇기에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을 여행하는 방법은 밭담길을 따라 걷는 게 적확하다. 그렇기에 나는 걸었다. 귀여운 현무암 안에 들어간 귤 이정표를 따라.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은 잔치 마을 중앙에 있는 초가집에서 시작됐다. 초가집은 민박으로도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그 뒤로 놓인 넓은 잔디 초원과 잘 어우러졌다. 4km 남짓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 초록빛 잔디와 전통 초가집으로 시작된 여정은 꽤나 즐겁게 다가왔다.
밭담길 위에는 여러 유적지가 존재했다. 예부터 물을 기르던 작은 못부터 사냥터, 그리고 신을 모시는 장소까지. 그리고 지금 제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귤 밭이 눈만 돌리면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은 마을을 여행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게 없다고.
마을 안엔 나무 아래 쉼을 청할 수 있는 벤치들이 많았다. 걸음에 지칠 때면 잠시 앉아 조잘대는 새들의 이야기를 듣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나는 그 아래 앉아 따뜻한 감정을 느꼈다. 또, 걷는 중간중간 보이는 그들의 삶의 터전은 퍽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게 만들었던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 이 위에는 제주스러움이 잔뜩 묻은 채 내게 행복을 선사했다.
마을 위에는 홈스테이를 하는 곳부터, 남해로 흐르는 천미천까지 다양한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마을이 같은 결로 빛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채로운 모습에 같은 결. 이게 신풍리의 매력이었다. 제주를 가장 완벽하게 느끼는 방법. 이제 곧 주황으로 무르익을 감귤 밭이 있는 이곳 신풍리를 걷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저 사랑스러운 초록의 마을.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은 밭담길로 이어져 같은 결로 빛났다. 제주를 제주스럽게 담고 있는 작은 마을.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마을. 이곳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은 여러 체험부터 제주스러운 것들이 가득하다. 이곳 신풍리를 여행하자. 그리고 온전히 담자. 당신에게 완벽한 추억을 선물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