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3/레위기 11장의 정한 음식 규례는 왜 여전히 유효한가?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레11:1~2)
레위기 11장에 근거한 유대인들의 정결 음식을 코셔(kosher)라고 하고, 코란에 근거한 이슬람의 음식을 할랄(Hallal)이라고 한다. 이 음식들이 웰빙 식단으로 각광을 받으며 세계 식품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각각 나름의 엄격한 인증 제도를 시행하며 통과된 음식에 마크를 찍어 준다. 이 음식들이 다른 듯 닮은 것은 이슬람도 레위기를 경전으로 수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에 관한 유대교의 종교적 규칙을 카슈루트(Kashrut)라고 하는데 코셔 인증을 받으려면 이 규칙에 근거한 매우 까다로운 랍비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정한 식물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코셔의 문자적 의미는 '적합한 혹은 적절한'이란 뜻이다. 이 단어가 그대로 영어가 되어 그런 육류를 Kosher Meat, 그런 음식을 파는 식당을 Kosher Restaurant, 반대로 부정한 식물을 unkoshermeal이라고 표현한다.
레위기 11장에 기록되어 있는 식용 생물은 육지 생물, 바다 생물, 날짐승 그리고 곤충 네 종류이다. 육지 생물과 바다 생물은 정한 식물이 되기 위해 각각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두 가지씩 있다. 전자는 “굽이 갈라져 쪽발이 되고 새김질하는 것" (3절)이어야 하고, 후자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9절)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부정하다, 날짐승에게는 기준이 아니라 20여 종의 구체적 금지 사례가 제시되었다. 독수리나 매 같은 육식 조류(Predators)', '썩은 고기를 먹는 조류(Scavengers)' 등이다. 곤충은 다리가 있는 메뚜기 종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부정하다.
그러면 하나님은 왜 이런 규례를 주셨을까? 네 가지 설명이 있다.
(1)'우상 제물 섭취 방지 금지된 음식들이 주로 이방인들의 우상숭배에 제물로 바쳐지던 것들이기에 금하신 것이라는 견해이다.
(2) '이방인과의 교제 방지. 이방인들과의 교제를 식탁에서부터 차단하여 이스라엘 민족의 단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 규례가 주어졌다는 견해이다.
(3)'도덕적 교훈'. 공격성이나 더러움 등으로 사탄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들을 금함으로써 그런 삶을 살지 말라는 도덕적 교훈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이다.
(4) 위생 건강설, 하나님 백성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키기 위해 주어진 규례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금지된 음식들이 실제로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를 쉽게 옮기며, 또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데이터로 지지를 받는다. 이 각각의 설명에는 모두 어떤 측면을 강조하는 나름의 일리가 있다.
레위기 11장의 음식 규례와 관련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이 십자가 이후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구속력이 있는가 여부이다. 왜냐하면 신약에는 음식물 규례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절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수께서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모든 식물은 깨끗하다”(막 7:19)고 하셨다. 또 베드로는 환상 중에 부정한 음식에 대해 하늘로부터 “하나님께서 깨끗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행 10:15)는 음성을 들었다. 바울은 “무엇이든지 스스로 속된 것이 없으되 다만 속되게 여기는 그 사람에게 속되며, “만물이 다 정하되 거리낌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악하니라”(롬 14:14, 20)고 하였다. 그는 또 “무릇 시장에서 파는 것은 양심을 위하여 묻지 말고 먹으라”(고전 10:25~26)고 하였고, 식물은 하나님이 지으신 바니…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딤전 4:2~5)다고 하였다. 만일, 이 구절들이 레위기 11장에 관한 것이라면 음식물 규례는 그야말로 더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레위기 11장에 언급된 음식물 부정과 신약이 말하는 음식물부정은 그 근본 개념이 전혀 다르다. 레위기 11장의 부정한 식물들은 선천적이고 본래적이며 타고난 것이다. 그것들은 어떤 의식을 통해 정하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약에서 말하는 부정한 음식들은 접촉에 의해 오염된 부정한 것들이다. 부정과 관련된 헬라어 단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카싸르토스이고 다른 하나는 코이노스이다. 전자는 어떤 것이 본래적으로 부정할 때 사용되고, 후자는 접촉으로 인한 오염의 경우에 사용된다. 신약에 언급된 음식물 부정은 접촉에 의해 더러워진 코이노스이다.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대한 예수의 대답 중에 언급된 “모든 식물은 깨끗하다"는 말씀은 '부정한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부정한 손 곧 씻지 아니한 손으로”(막 7:2) 먹어서 부정하게 되었다는 바리새인들의 규례에 관한 대답이다. 바울이 로마서와 고린도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우상의 신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우상과의 접촉으로 음식이 부정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드로가 환상 중에 본 하늘에서 내려온 광주리에 담긴 부정한 음식들도 본래 부정한 음식들이 아니라 접촉에 의해 부정해진 음식들이었다. 물론, 베드로는 그 음식들을 보고 "속되고 깨끗지 아니한 물건"(행 10:14) 이기에 먹지 않겠다고 대답하였다. 여기에는 코이노스와 아카싸르토스가 모두 사용되었다. 그런데 그런 베드로에게 하늘로부터 "하나님께서 깨끗게 하신(카싸리조) 것을 네가 속되다(코이노오) 하지 말라"(행 10:15)는 음성이 들린다. 이 말은 원래 깨끗한 음식을 접촉에 의해 부정해졌다고 생각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이방인은 처음부터 부정하고 또 그들과 접촉하면 자신이 더럽혀진다는 베드로의 생각을 교정하려는 것이다. 즉 베드로에게 이방인은 처음부터 더럽지 않으며 그들과교제해도 부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이해한 베드로는 고넬료를 만나 "유대인으로서 이방인과 교제하며 가까이하는 것이 위법인 줄은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께서 내게 지시하사 아무도 속되다 하거나 깨끗하지 않다 하지 말라"(행 10:28)고 지시하셨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레위기 11장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세 가지 측면에서 그 규례의 유효성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는 이 규례를 주신 목적의 항구성이다. 레위기 11장 44~45절은그 모든 규례를 나열한 다음,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몸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고…스스로 더럽히지 말라…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고 명한다. '거룩'이야말로 이 규례를 주신 목적이다. '거룩'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적용되는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원리이다. 베드로는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인용하며 그것을 그리스도인들의 모든 행위의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하였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벧전 1:15~16)고 하였다.
둘째는 그 내용의 연속성이다. 사도행전 15장을 보면 이방인 선교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사도들과 장로들이 모여 이방인들에게 할례를 포함하여 어떤 율법을 지키도록 요구할 것인지를 의논한다. 소위 제1차 예루살렘 총회이다. 회의 끝에 의장인 야고보는 “이방인 중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자들을 괴롭게 말고 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라"(행 15:19~20)는 것만 요구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에 제안된 네 가지는 레위기 17~18장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즉 우상제물 금지(레 17:3~9), 피를 멀리함(10~14절), 목매어 죽인 것을 멀리함(15~16절), 성적 음행 금지(18:1~30)의 내용이다. 야고보가 이 네 가지를 제안한 것은 그 규례가 처음부터 그들 중에 우거하는 타국인 (17:8, 10, 12, 13, 15; 18:26)에게 적용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피를 멀리하라는 규례 중에 “무릇 이스라엘 자손이나 그들 중에 우거하는 타국인이 먹을 만한 짐승이나 새를 사냥하여 잡거든 그 피를 흘리고 흙으로 덮을지니라”(17:13)는 언급도 있다. '먹을 만한 짐승이나 새'는 정결한 짐승을 의미한다. 이 구절이 포함된 레위기 17~18장의 규례는 사도들에 의해 신약의 이방인 교회에도 그 내용이 여전히 연속되어야 할 것으로 제안된 것이다.
셋째로 준수 결과의 과학적 보편성이다. 현대 과학은 이 규례를 따른 식단이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를 각종 실험 결과와 데이터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것이 코셔 음식이나 할랄 음식이 웰빙 식단으로 각광을 받으며 블루오션이 되는 이유이다. 엘렌 G. 화잇도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정하고 부정한 식품을 구별하는 것은 단순히 의식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독단적인 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생의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부조, S6l).
바울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전 10:31) 권하였다. 레위기 11장의 음식은 하나님의 거룩을 실현하도록 주어진 권면이다. 그 권면을 따라 정결한 음식을 섭취함으로 맑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선택이며 축복을 누리는 길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