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헌문憲問편에는 ‘子曰, 爲命 裨諶 初創之 世叔 討論之 行人子羽 修飾之 東里子山 潤色之(자왈, 위명 비심 초창지 세숙 토론지 행인자우 수식지 동리자산 윤색지)’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명辭命을 만들 때 비심이 초안을 작성하고 세숙이 토론하며 행인자우가 수식하고 동리자산이 윤색하였다는 것인데 이것은 춘추시대 주나라(周, BC 1046~256)의 제후국인 정나라(鄭, BC 806~375)가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요인을 평가한 내용입니다. 외교 문서를 작성할 때, 창의력이 뛰어난 비심이 초안을 만들고 치밀한 성격의 세숙이 과학적으로 검토하였으며 외교가인 공손우(자우子羽)가 문장의 표현을 더 분명하고 아름답게 수정하였고 종합능력이 뛰어난 자산子山이 손질함으로써 사실을 좀 더 과장되게 포장하여 미화한 결과라는 말입니다.
평생 인간과 자연을 관찰해 온 생물학자 최재천(崔在天, 1954~ ) 교수는 그동안 불필요한 논쟁의 장이 되어버린 토론討論(discussion)이 아닌 숙론熟論(discourse)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누가 옳은가(Who is right?)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What is right?)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토론討論은 그것의 정당함을 논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토’자는 본래 ‘칠 토討’이므로 ‘공격하다, 두들겨패다, 비난하다, 정벌하다’라는 의미를 품고 있으며 오늘날 토론이라는 용어가 너무도 오염이 되었으므로 본래의 뜻인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숙론熟論’이 더 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한다는 숙의熟議와 오래 생각하는 숙고熟考는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글쓴이가 담당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초고를 만들고 토론하며 수식하고 윤색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감당하는 《표현》 문우님들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