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매화(왁스플라워)
어머님댁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여주에서 온 아가씨였다.
"언니 오실 때 장 옆 약국에 들려 옻닭 먹기전에 먹는 약좀 사오시오."
"예 아가씨, 또 필요한 것 없어요?"
"없어요."
시골 오일장날이다.
약국에는 남편이 가고 나는 사거리 넓은 곳에 꽃가게를 열어 놓은 곳으로 갔다.
시어머님은 꽃을 좋아하셔서 카아네이션과 다른 화분하나 사러 갔다.
카아네이션은 없고 내가 좋아하는 솔매화가 있어 바로 당첨, 그리고 작년에도 잘 기르셨던 샤피니언을 샀다.
아가씨는 큰 차를 빌려 안마의자를 사 싣고 왔다.
준비해 온 옻닭을 해드린다고 마당에 솥을 걸고 야단이었다.
잔치집 같아 기분이 업 되었는데 꽃을 내려놓으니 시어머님,
"죽이면 어쩔라고 아직 추운디 사왔냐."
말씀은 그렇게 하셨어도 좋아하시는 기색은 감출수가 없어보였다.
하루가 참 행복하게 지나고 집으로 함께 온 솔매화를 눈앞에 두고 보니 입가가 저절로 올라간다.
에고~~~
이 속없는 꽃사랑, 지나친 과욕같은 꽃사랑 , 친정엄마는 실속없는 것 처럼 보인다고 야단치시고 했었다.
먼저 사야할 것을 제쳐두고 꽃을 사고 보는 나.
친정 아버지께서는 아직 덜 핀 흰산작약을 꺾어 비닐봉지에 담아 엄마 몰래 내 가방에 넣어주시곤 했었는데...
엄마는 "오직 딸 집만 보라고 그러고 보내부요. " 했던 엄마 .
세월은 그렇게 멀리 지나 와 있습니다.
솔향이 나고, 코를 아주 가까이 가져다 대면 매화향이 나는 지중해 꽃 솔매화를 보니 친정 부모님도 생각이 납니다.
이곳에 오신 모든 분들 솔향과 매화향이 나는 편안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2023. 4. 9 일요일 오전 10시
법보장 합장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행사 뒷 정리도 못하고 시간에 쫓기다가 이제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