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녀 / 이은상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양
나가 물어 볼가나
*이은상(1903~1982)아호 노산
경남 창원출생. 독립운동가
창신학교 고등과 수료
연희전문대 문과 중퇴
와세다 대한 사학 수료
동양문고연구부 한국문학 수료
건국 훈장 애국장 수훈
묘지:국립서울 현충원
제1유공자묘역 6호
**시감상/ 김용화 시인
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어두운 마음은 날려 버리고 잠시 아름다운 노래로 봄을 만끽해 보자
얼마 전 외국인 성악가가 가곡 ‘봄처녀’를 부르는 영상을 봤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리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아름다운 선율이 깊은 감동을 준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봄처녀’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조시인이자 사학자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조에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리우는 천재 음악가 홍난파 선생이 작곡한 가곡이다.
1932년에 작곡한 ‘봄처녀’는 우리 가곡 중 시조가 가사로 쓰인 첫 번째 노래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노래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좋은 노래는 불리는 만큼 행복을 가져다주는 묘한 힘이 있다.
시인의 눈에는 봄은 꿈에 부푼 아리따운 처녀의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새 풀 옷으로 단장하고 하얀 구름과 진주 이슬을 신은 봄처녀. 꽃다발을 가득 안고 누구를 찾아왔을까. 더 아름다운 표현이 있을까. 마음을 흔들어 놓은 이 시조에 홍난파 선생은 작곡을 결심했으리라.
상상력은 2절에서 절정을 이룬다. 봄처녀가 님 찾아가시는 것은 알겠는데 내 집 앞을 지나시니 혹시 내게 오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아, 어리석고 부끄러운 줄 알지만 혹시 내게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설렘, 수줍음, 순박함, 청아함, 자연의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표현한 이 시조는 천상의 기품을 지녔다. 여기에 귀에 감기면서도 부르기 쉬운 정겨운 멜로디가 붙여졌으니 국민 가곡이 되는 것은 필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 봄은 아름다운 봄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나날이었으면 좋겠다.
*문학밴드 '그루터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