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장미 /허영만
장충동 길
앙증맞은 하양 미니 장미,
한쪽은 자동차 물결
한쪽은 사람 물결
그 사이에서
한 사내가
자기에게 빨려들어
빛의 입맞춤에 부르르 떠는
장충동 길
앙증맞은 하양 미니장미.
오후 / 허형만
개미 한 마리가 가던 길 멈추고
빛이 풀잎에 스며드는 모습을 본다.
스며드는 빛의 입술
부풀어 오르는 풀잎
풀잎이 빛을 뿜어내고
빛에 젖은 개미는 황홀해진다.
공기처럼 솟아오른다.
왔던 길이 제 갈 길을 간다.
코딱지꽃 / 허영만
헐거워진 흙 위로
봄 서리 반짝 빛나면
저만치 오는
봄과 흙 사이
자주빛 얼굴 슬며시 내밀고
세상이 얼마나 새로워졌는지
두리번
두리번,
진정한 시 / 허영만
꽃 한송이를 시로 쓰기 위해
관찰하라 한다.
관찰하지 말고 그 꽃과 간통하라 하면
불경죄에 걸리나?
미투로 고발당하나?
내가 꽃을 보는 게 아니라
꽃이 나에게로 와
해와 달의 수액으로
함께 살을 섞고 피를 나누고
함께 호흡을 맞춰 숨 쉴 때
그때에야 비로소
꽃이 꽃으로 피어나지 않을까?
그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시가 태어나지 않을까?
카페 게시글
좋은시
미니장미 / 허형만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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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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