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22년 2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의 숲 하면 이젠 곶자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곶자왈은 크게 알려진 적 없는 숲이었다. 하지만, 최근 SNS를 통해 하나 둘 알려지며 곶자왈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사실 곶자왈은 진작에 알려져도 이상하지 않은 숲이다. 제주 지형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곶자왈인데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있는 지형이 곶자왈이니까.
그렇기에 제주에 살면서, 또 두피디아에 콘텐츠를 작성하며 곶자왈을 여럿 소개한 적이 있을 거다. 소개한 곶자왈들은 모두 조금씩 저마다의 특징으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산양 곶자왈도 그랬다. 광범위한 크기의 이곳은 어떤 곶자왈보다 정갈하게 정돈되었고, 여러 사진 찍기 좋은 테마로 꾸며졌다. 나는 이번 산양 곶자왈을 시작으로 곶자왈이 더욱 유명해질 것임을 확신한다.
곶자왈이란 무엇인가?
산양 곶자왈을 알기 전에 곶자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할 듯 싶다. 여러 콘텐츠에서 곶자왈을 다룰때마다 설명하기에 조금은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곶자왈은 '곶'이라는 제주어와 '자왈'이라는 제주어가 합쳐진 단어로 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와 덩쿨을 뜻한다. 그 말은 즉슨 덩쿨로 이루어진 숲이라는 말과 같다. 곶자왈은 지금도 제주 여러곳에 퍼져있는데, 덩쿨로 숲이 이루어져 아직 미지의 지역도 여럿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곶자왈은 예전엔 버려진 땅에 가까웠다. 단단한 돌무더기로 농사로 이용하지 못했고, 방목지나, 뗄감을 얻는 대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곶자왈지대는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그렇기에 많은 연구가들이 이 숲을 찾고, 연구한다.
산양 곶자왈 / 산양큰엉곶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산6
2월 10일 산양 곶자왈이 정식으로 오픈했다. 산양 곶자왈은 협곡이 심한 숲이라는 뜻으로 큰엉곶숲길과 달구지 길로 나누어져 있다. 옛것을 토대로 소와 말이 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으며, 현대에 맞게 동화 속 '숲속 작은 마을'을 구현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 산양 곶자왈은 제주 곶자왈의 약 19%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탐방로는 약 3.5km로 거닐기 좋고,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와 여러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탐방을 하다 보면 자연이 만든 싱크홀과, 옛 생활 터전으로 추측되는 터의 흔적 등 흔히 볼 수 없는 자연의 모습과, 가끔씩 보이는 노루를 만날 수 있다.
숲의 포근한 향이 느껴지는 산양 곶자왈
산양 곶자왈과의 만남
오는 2022년 2월 10일 산양 곶자왈이 오픈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산양 곶자왈은 오픈 전부터 많은 사람이 찾는 숲이었다. 그 이유는 여름이면 흔히 볼 수 없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며 동화 속으로 초대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여름이면 밤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반딧불이가 빛을 뽐내는 황홀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아쉽게도 나는 여름에 이곳을 찾지 못했다. 다른 갈 곳들로 인해 차일피일 미룬 게 화근이다. 그렇게 겨울이 돼서야 찾게 된 산양 곶자왈. 하지만, 나는 겨울의 이곳도 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정돈된 숲
산양 곶자왈은 잘 정돈된 숲이었다. 걷는 길이 불편하지 않게 만들었고, 그렇다고 숲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다. 특히 달구지 길은 걷기에 편해 누가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곶자왈의 특징은 자연 친화적으로 만든 조형물에 있었다. 숲 곳곳에 놓인 작은 집들이 눈 길을 끌었고, 마치 요정이 나올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초록 숲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 통나무집은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거니는 동안 나오는 흔들의자는 포근한 휴식처와 같았다. 걷다 보면 피곤한 다리를 쉬게 만들었고,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 거니는 동안 만나는 사슴 조형물은 숲 곳곳에 숨어 찾는 재미를 더했고, 숲 자체가 정갈히 갈고닦아 많은 사람이 찾기를 바라는 숲이구나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놓인 통나무집이 이곳을 더욱 예쁘게 꾸민다.
겨울이 끝나는 소리
숲을 거닐면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이 내 볼을 간질였다. 원래라면 살갗을 찢는 듯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기분 좋은 바람이 부니 조금은 이상했다. 이제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바람이 해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성산과 산방산에는 이미 봄의 소리를 알리려 유채가 피고 있으니까. 이제는 숲에도 봄 향기가 퍼져 한라산을 제외하곤, 모두 봄이 된 것이다.
첫 번째 사진, 달구지 길의 끝이 보인다.
잘 닦인 길을 지나 3.5km의 곶자왈 숲을 거닐고나니 총 2시간 남짓의 시간이 흘렀다. 2시간 동안의 힐링을 제대로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다시금 숲을 여행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불어오는 바람, 나무에서 나오는 상쾌한 공기가 내 기분을 설레게 했고, 걷는 내내 발걸음을 가볍게했다. 만약 제주를 여행한다면 숲을 일정에 담아보자. 제주의 숲만큼 특별한 곳도 없으니까.
특히, 이번에 오픈한 산양 곶자왈을 여행하는 것은 가장 옳은 선택이 될 것이다. 잘 닦인 길을 거닐며 숲도 제대로 즐기고, 여러 체험도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