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 따라부른 지휘자…관객들 10분간 박수갈채
열기 가득했던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첫 `오페라 in 콘서트` 현장
리 신차오 카리스마 무대 압도
출연진 흡입력 있는 연기·노래
무대 벽면 자막 관람편의 높여
국제신문 강춘진 기자 2009-10-18
'토스카' 공연에서 리 신차오(왼쪽) 수석지휘자가 토스카와 카라바도시 역의 성악가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지휘하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지난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 '오페라 in 콘서트'는 적지 않은 화제를 뿌렸다. 쟈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이 낯선 장르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무대로 관객들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이야기가 흐르는 오페라를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아리아 등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공연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와 달리 성악가들이 오페라의 전 곡을 노래하는 이 같은 시도 자체를 관객들과 지역 음악계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향이 협연자 선정 등에서 기악 부문에 치중하고 상대적으로 성악 부문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는 음악계 일부의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시킨 공연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취임한 리 신차오 수석지휘자가 앞으로 예사롭지 않은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읽을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밑에서 연주하는 기존 오페라 공연과 달리 무대 위에 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리 신차오는 '연극 연출가'로서도 손색이 없는 기량을 발휘했다. '오페라 in 콘서트'라는 장르 특성상 대형 세트는 생략됐지만 기본 소품을 갖추고 객석에서 '배우'들을 등장시키는 등 공연장 전체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무엇보다도 악보 없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이끌면서 성악가들의 노래가사를 일일이 따라부르는 등 극에 몰입한 리 신차오의 열정에 지역 음악인들도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화려한 말치장이나 무대 위의 과장된 몸짓, '외부 입김' 등에 의존하기보다 우선 실력이 바탕이 돼 있어야 카리스마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부산시향 단원들도 연습 과정에서 '실력 있는' 지휘자를 믿고 따랐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연주도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들었다.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는 전반적으로 좋았다는 평이다. 이 중 성당지기 역을 맡은 베이스 함석헌은 천연덕스러운 연기에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역량을 보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소프라노 김유섬(토스카 역)과 테너 전병호(카라바도시 역), 바리톤 우주호(스카르피아 역) 등 주역배우들도 열연했다. 부산시립합창단과 동래초등학교의 '노래하는 아해들'의 화음도 무난했다. 단지 몇몇 배역에서 코믹한 몸짓과 연기가 펼쳐져 간간이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 점은 아쉬웠다.
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힘'은 이날 공연을 더욱 빛나게 했다. 부산시향 기획실의 조성일 씨는 무대 벽면을 활용한 한글 자막 처리를 무리없이 진행했다. 덕분에 외국 작품 공연 때마다 무대 양쪽 모니터를 통해 한글 대사를 읽느라 관람 불편을 겪었던 관객들은 이날 편안하게 오페라 전곡을 극적 흐름을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피날레 음악을 장식한 뒤 무대 벽면에 '끝'이라는 자막이 선명하게 뜨는 순간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후 관객들은 10분 가까이 박수를 쳤다. 결국 부산시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음악계에 많은 메시지를 던진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부산시향의 두 번째 '오페라 in 콘서트' 작품은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으로 정해졌다.
첫댓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마에스트로께서 기획하셨으나 문화회관 재개관 축하 연주회라는 타이틀에 맞춘다고 사랑의 묘약을 연주했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오페라에 문외한이었다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