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나는 너희의 작음을 본다.
1985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
1. 사랑하는 자녀들아, 내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서 봉헌하는 신비 안의 나를 관상하여라. 오늘은 태어나신 지 사십 일이 된 ‘아기’를 내 팔에서 사제의 팔에 맡겼을 때 내 마음에 가득했던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너희에게 알려 주고 싶구나.
2. 내 마음은 감사로 타올랐다. 당신 백성에 대한 구원 계획을 마침내 성취하신 주님께 드리는 감사였다. 얼마나 오랜 세월에 걸쳐 기다려진 순간이냐! 흐뭇해하시며 굽어보시는 하느님 성부의 얼굴을 내가 영적으로 뵙고 있었을 때, 성령께서는 그 자리에 있었던 몇몇 사람에게 내려오시어 그들의 마음에 주님의 감추인 계획을 열어 보이셨다.
3. 내 마음은 사랑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어머니로서의 사랑이었다. 사십 일밖에 안된 내 ‘아기’의 앙증스럽도록 작은 팔다리 안에 숨어 계신, ‘신성’ 전체를 관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4. 주님께서 성전으로 듭시는 순간, 내 마음은 기쁨으로 뛰놀고 있었다. 또한, 그분께서 당신 처소를 차지하시도록 인도되실 때 천사들의 대군과 하늘의 모든 영들이 그분을 모시고 함께 있음을 느꼈다.
5. 시메온 노인의 예언을 들은 순간, 내 마음은 고통으로 미어지고 있었다. 그 예언은 어머니로서의 내 사명이야말로 깊은 고통에로의 부르심이기도 하다는 것, 내 성자 예수님의 고통에 찬 사명에 나 자신도 개인적으로 깊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었던 것이다.
6. 사랑하는 자녀들아, 나는 그때와 똑같은 심정으로 날마다 너희를 ‘주님의 제단’으로 데려간다. 너희가 주님의 거룩한 ‘뜻’을 잘 이루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에게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5.7; 시편 40,7.9.).
7. 내 성자 예수께 (다시) 감사 가득한 마음이 되는 것은, 그분의 ‘자비로우신 사랑’의 가장 위대한 승리를 준비하는 나의 모성적 계획을, 내게 응답한 너희를 통해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너희가 봉헌을 통해 아기처럼 너희 자신을 내게 바쳤기에, 내 마음에는 너희에 대한 사랑도 가득한 것이다.
8. 나는 너희의 작음을 본다. 너희의 무능과 나약을 여겨보고, 내 ‘원수’가 너희에게 치는 무수한 덫을 주시한다. 너희는 나의 어머니다운 도움이 없으면 단 한 발자국도 떼어 놓지 못할 정도로 작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새삼 ‘엄마’로서의 자상한 애정으로 몸을 굽혀 너희를 보살핀다.
9. 나는 또 너희의 아낌없는 응답에 기뻐하기도 한다. 봉헌하라는 나의 당부에 "예" 하고 응답함으로써 너희의 삶 전체를 내게 바쳤으니, 주님의 뜻인 내 계획에 따라 그것을 자유로이 안배해 줄 수 있다.
10. 끝으로, 나는 또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예수님의 사명처럼 너희를 기다리는 사명 역시 고통받으며 희생 제물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간구와 보속의 큰 힘을 드릴 수 있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너희의 그 고통과 희생을 통해서이다. 그러면 하느님 자비의 황금 문이 열리고 세상이 완전히 변화되는,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11. 이런 까닭에, 사랑하는 자녀들아, 나는 감사와 기쁨, 동시에 슬픔 가득한 내 가슴에 너희를 안고 날마다 ‘주님의 성전’으로 가서 ‘제단’에 너희를 올려놓는다. 주님의 거룩한 ‘뜻’이 완전히 이루어지도록, 그렇게 너희를 봉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