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궁금했다. 도덕적 인간이 왜 나쁜 사회를 만들까?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조금 읽기가 어려운 책이다.
13쪽
우리는 다소 꺼림칙한 일을 할 때 ‘그저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이미 검증된 이 심리 기제를 이용하곤 한다. 가령 못 말리는 술꾼에게 친구들의 주량을 털어놓으라고 하면 그는 친구들의 주량을 실제보다 부풀려 말한다. 당신의 이웃이 남들을 우롱하거나,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거나, 세금을 포탈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라! 구린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의 비율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40쪽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사람들은 확실히 남들과 차별화될까? 그렇다. 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차별화된다. 한 연구에서 실험참가자들의 논리적 추론능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성적이 가장 나쁜 부류와 자신의 추론능력을 가장 과대평가하는 부류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온갖 능력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반려동물마저 다른 동물보다 우수한 것으로 본다. 자기가 키우는 개는 앞집 정원에서 왈왈대는 똥개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믿는 것이다.
59쪽
1940년대에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자동차 정비사, 라디오 및 시계 수리공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로 화제가 되었다. 이 언론사는 전혀 문제가 없거나 아주 간단한 조작(전선이나 건전지 교체 등)만 하면 되는 자동차, 라디오, 시계를 수리공에게 보내보았다. … 그 결과 자동차 정비사의 63퍼센트, 라디오 수리공의 64퍼센트, 시계 수리공의 40퍼센트가 수리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
77쪽
‘우리’와 ‘그들’의 경계는 도덕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선, 다시 말해 우리와 같은 집단구성원에게 기대할 수 있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행동방식의 기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설적이고 놀랍게도, 이 규칙들은 그 집단 내에서는 대개 더욱 강화되지만 적대관계에 있는 집단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도덕의 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이트는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라고 했다.
90쪽
사회집단과의 심리적 유대는 구체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유대는 법을 존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 사회통제는 순응의 압박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정서적 애착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범죄자가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범죄위험도가 낮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91쪽
사람들의 평판은 사회적 교류에서 만들어진다. 작은 집단 내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거론되면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은 두 번째로 나오는 발언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그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나왔는데 누가 그 얘기에 맞장구를 친다면 집단 전체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볼 것이다. 그 반면에 두 번째로 말하는 사람이 그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맨 처음 얘기를 꺼낸 사람의 부정적인 언급은 상당 부분 힘을 잃어버린다.
94쪽
인간의 온기를 거부당한 사람들은 정말로 체온이 떨어진다. 토론토 대학의 두 연구자는 사람이 사회적 배척을 경험한 직후에는 자기가 있는 방 안의 온도를 실제보다 낮게 느끼고 따뜻한 음료나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반면에 사람들은 실내 온도가 17도일 때보다는 23도일 때 서로를 더 가깝게 느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사회적 거부를 경험한 직후에 아이큐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지능지수가 상당히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 사회적 거부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술이나 음식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고, 남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속임수를 쓰기 좋아했다.
139쪽
학생들에게 헌혈을 부탁해보았다. 직접 권유를 받고 헌혈을 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25퍼센트 정도였으나 헌혈 장소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학생이 헌혈을 하겠다고 기꺼이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물론 이 다른 학생은 실험공모자였다) 자신도 헌혈을 하겠다고 답하는 비율이 67퍼센트에 달했고 실제로 헌혈 장소까지 온 학생들도 33퍼센트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