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15 (2011.01.08)
22.2km (296.5km)
(충남 태안군 소원면 방조제 - 의항해수욕장 - 백리포 - 천리포 - 만리포 - 모항항 - 만리포고교)
2011년의 첫 번째 장정은 첫 번째 토요일이 새해의 첫날이라 하지 못하고 두 번째 토요일인 8일에 시작됐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1년의 첫 장정에는 대학 동기인 친구 S와 친구 D가 새해 첫 장정에 큰마음으로 동참했다.
그래서 모두 5명이 앞으로는 우리길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 전날 함양에 모두 갔다가 새벽에 태안읍에 도착하여 늦은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해장국 한 그릇으로 요기를 한다.
창밖에는 첫 장정을 축하하는 지 흰 눈이 잠깐사이 주차장을 덮어 버린다.
눈이 내리니 설레임 반 걱정 반이다.
차를 몰아 먼저 점심 때 쯤 도착하게 될 만리포로 가서 차 한 대를 세우고 방조제로 바로 넘어가 5명이 함께 모두 함께 출발이다.
새해 첫 장정에 새로운 멤버 두 명을 축하도 할 겸 모두 출발이다.
눈은 바로 그쳐 하늘은 맑은데 연일 계속되는 영하 10도의 추위가 엄청난 위력을 보여 준다.
바깥으로 나온 살은 칼로 베는 듯하고 눈은 따갑고 가슴깊이 밀려드는 차가운 기운에 숨이 멈출 듯하다.
정말 춥다. 길에는 며칠 전 소한이네 놀러온 대한이가 누워있다.
그래도 자동차에 카메라를 받쳐놓고 자동으로 단체사진을 한 장 찍고 출발이다.
잠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화살과 바람 창을 이리저리 피하며 걷는데 반가운 리본이 보인다.
걷기는 대한민국의 열풍이 되어서 이곳저곳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큰돈을 들여 다시 만들지만 않는다면 대찬성이다.
그 길을 가로 세로로 잇고 엮으면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지겠는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그 길을 이렇게 리본 하나로 이름을 불러주면 된다.
“태안바라길”
바다의 옛말인 ‘아라’ ‘바라’에서 따온 이름이다.
학암포에서 신두리 사구를 거쳐 의항항, 만리포, 모항항, 파도리 해수욕장까지를 잇는 44km의 코스로
2012년이면 완전히 다 이어진다고 한다.
특히 2007년 12월 기름유출사건으로 죽음의 검은 바다가 되어버렸던 이곳이 백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 바로 우리들의 힘으로
다시 황금빛 백사장을 만든 곳이라 더 뜻이 깊다.
그 당시 자원봉사에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일행 S와 D가 참여 했다고 하며 그 당시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정말 기적 같은 지금의 모습에 감사할 따름이다.
방조제가 끝날 무렵 의항항 쪽으로 ‘바라길’을 계속 따라간다.
중간에 만난 견공가족의 무늬가 혹시 기름유출사고의 영향은 아니었는지 20여 마리나 되는
아빠견, 엄마견, 아기견들의 무늬가 얼룩이도 아니 것이 덜룩이도 아니고 참 묘하다.
사나운 아빠 엄마와 달리 강아지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졸졸 따라서 “이 놈 이제가.” 라고 발을 구를 때까지 우리를 배웅한다.
바닷길을 조금 걸으니 하얀 굴 껍질로 가득한 의항리 굴 양식장을 지나가게 되고 바로 길을 질러 의항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그 때쯤 일행 중 가장 잘 먹기로 소문난 S가 한마디 한다.
“좀 걸었더니 나 벌써 배고픈가봐! 글쎄 저것들이 모두 닭으로 보이네. 한참동안 줄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좀 이상하다 했는데…….”
모두 그 소리에 박장대소가 터진다.
집 앞에 심어놓은 키 작은 측백나무가 겨울이라 빛이 바래서 멀리서 보면 살찐 암탉처럼 보였나 보다.
다섯이 걸으니 이런 것은 좋다.
끊임없이 나오는 수다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토해놓으니 여기도 웃음 저기도 박수다.
잠시 후 의항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황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있는 호젓한 겨울바다를 본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가로 질러 우측 갯바위를 넘어가기로 한다.
조심조심 갯바위를 쳐대는 파도 소리를 듣고 그가 토해내는 하얀 거품도 보며 발을 옮겨본다.
아마도 험한 갯바위를 사람들이 지나지 않는지 갯바위에는 석화가 하얗게 피어있다.
금방이면 돌아서 나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은 점점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그렇게 한참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간신히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십리포에 도착이다. 아마 십리포란 지명은 없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다음이 백리, 천리, 만리포로 이어지기 때문에 십리포라고 불러본다.
이제는 모두 갯바위는 사양한다. 바닷가 안쪽 소나무 숲의 오솔길로 백리포로 넘어간다.
해송사이의 오솔길도 너무 상쾌하다. 잠시 고개를 하나 넘어 자드락길로 내려가니 바로 백리포가 나온다.
백리포에서 천리포도 역시 소나무 숲길로 넘어가는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와 지평선이 너무 아름답다.
산은 두 손을 뻗어 푸른 바다를 한 아름 안고 가슴에 품고 있는 풍경은
흡사 내가 산이요. 갯바위는 내 팔이며 모래사장은 가슴 같은 착각에 빠트려 한참을 그곳에 서있게 한다.
또 고개를 하나 넘어 내려가니 바로 왼편이 그 유명한 천리포 수목원이고 바로 천리포 해수욕장이 나온다.
해변으로 나와 모래사장을 걸어본다. 지난 태풍에 무너진 듯 한 해변의 축대는 쓸쓸한 겨울 바다를 눈으로 보여준다.
이제 만리포다. 만리포에 들어서니 꽤 넓은 모래사장이 나오며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만리포를 코스로 잡은 속셈에는 또 다른 나의 옛 추억이 있다.
나이 스물을 갓 넘었던 그 여름 나는 이곳에 서 있었다.
친구 JJ의 아버지께서 만리포에 배 한 척과 별장을 가지고 계셨다.
별장은 말은 무척 부르주아의 느낌이 들지만 실은 조금한 민박집이었다.
매년 여름이면 아버지는 민박집의 영업 관리를 위하여 잘생긴 두 아들을 만리포로 출장 보내셨던 것이다.
그해 여름 나도 간택을 당해 그때는 멀기도 멀었던 이곳 만리포로 내려왔었다.
관광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에는 주차장에 나가 호객을 하고 짬짬이 바다에 나가 몸도 담구고
저녁이면 JJ의 형이 (정확하게는 형과 형 친구들) 베푸시는 성은에 취하며 그렇게 시간을 쌔까막게 죽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천막나이트클럽도 갔었다.
해변 모래사장에 천막을 치고 그냥 그렇고 그런 순간 뻔쩍 조명 하나가 전부인 그곳에서
STARS ON 45의 디스코 메드리에 머리를 아파하며 캔맥주를 먹고 그 캔을 우그려 탑을 싸가면서 먹고 또 먹었다.
사회의 반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잘 자라났고 또 지금까지 그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런 생각에 잠깐 빠져있었는데 점심을 먹을 식당 앞이다.
다시 난 현재의 나로 돌아왔고 그 때 그 만리포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격세지감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점심은 요즘 부쩍 커버린 친구 같은 동생 J가 그리도 열망하는 간재미 무침으로 한다.
아니 충청도에서 잡힌 것이니까 갱개미 무침이다.
21년산 소주에 맥주를 넣고 잘 버물려 건배주를 만들고 새해 첫 장정과 다섯이 같이하는 첫 장정을 위해 건배를 했다.
또 새콤달콤한 무침에 침이 흐르고 남은 양념에 밥까지 비벼먹고 나서야 배를 두들기고 칼국수로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했다.
술 한 잔에다 배까지 부르니 노래가 나온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 ”
바로 그 노래비 앞에서 오후의 장정을 시작한다.
오후에는 J가 지원을 하고 나머지 네 사람이 걷기로 했다.
모항항을 향하여 길을 걷는다. 만리포 해변이 끝날 무렵 길을 잘못 들어 또 갯바위로 넘어가게 됐다.
오전의 갯바위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하고 갯바위라기보다는 절벽을 더듬어 가는 것 같다.
그렇게 얼마를 절벽에 붙어 있다가 절벽 위 소나무 숲 위로 간신히 방향을 잡아 올라서니 다시 만리포 끝 서울여자대학교 수련원이다.
수련원 사잇길로 고개를 넘으니 모항항이 보인다.
작아 보이지만 실상은 상당한 규모인 모항항은 좌우로 뻗어있는 방파제가 아늑함을 준다.
방파제 바깥으로 보이는 섬모양의 곶이 아마도 서해안 육지에서는 가장 서쪽인 바로 그 곳 같다.
구글 항공사진에는 길도 있고 집도 있는데 네이버나 다음의 항공사진에는 숲으로 되어 있는 그곳은 분명 군부대가 있을 것이다.
걸어서 발로 우리나라 육지의 가장 서쪽을 밟아 보고 싶었지만 가능하지 않은 것은 이제 빨리 포기할지도 아는 나이가 돼 있다.
모항항을 벗어나니 바로 넓은 벌판이 나온다. 물론 이곳도 간척지이다.
방향을 이름도 예쁜 파도리 쪽으로 하지 않고 송현리 쪽으로 들판을 질러간다.
들판에는 ‘이 추운 날 이곳을 지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방심하고 있던 한 무리의 가창오리가 하늘로 깜짝 놀라 오르는데
하늘이 온통 검게 변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오리 떼에 넋을 잃고 하늘만 바라보다. 들판에서 길을 잃었다.
간신히 수로를 만나고 깡깡 얼어있는 수로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다시 길을 찾는다.
방파제를 지나 굽이돌아 들어가니 조용한 송현1리가 나온다.
조용히 해는 지고 있고 마실 가셨던 할머니들께서도 굽은 허리에 손을 얹고 집으로 돌아가신다.
송현1리에서 32번 국도로 나와 얼만큼을 걸어 만리포고등학교 앞 법산2리 입구에서 오늘의 춥고 추운 장정을 마친다.
첫댓글 한번 읽어보시고 수정할 곳 찾아주세요 ㅎㅎ
이젠 걷는 것도 좋고 기다려 지지만 맛깔스럽게 쓴 기행문을 읽는 재미도 넘 좋다...
여러군데 철자가 틀린 것도 보이지만 그조차도 정겹다...
이제 글이 점점 더 좋아지는데..ㅋㅋ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있어....음...
이제야 글쓰기가되네!!! 쪼금더 노력하면 가능성이...ㅋㅋ
흑박쥐 철자 틀린 것좀 알려줘 ㅎㅎ
철자교정은 내가 전문이쥐...
지나온 글 읽으면서 오타가 보여도 의미 전달에 별 문제가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오타 수정의 다른 목적이 있다면 나도 체크해줄까??
ㅋㅋㅋ..................내가 꼴찌네..................ㅋㅋ
잘읽고 갑니다............다시한번 되짚어 보는것도 잼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