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대..하늘위의 꽃밭..설악산 천공의 성 라퓨타, 한국에서 가장 멋있는 고난도 릿지...일년에 딱3개월만 등반허가되는곳..한국의 에베레스트...암벽인이라면 반드시 걸어야야할 버킷리스트.
사당역에서 금욜 밤 11시30분경 출발해서 설악동 입구 주차장에 새벽2시에 도착후 곧바로 비선대로 출발한다. 이봉천대장님은 밤새운전하고 눈도 안붙이고....
설악동입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비선대 통제소에 2시40분경 도착해서 잠시 기다렸다가 3시에 문을 열어주자마자 천불동계곡방향으로 조금 지나 통제선을 넘어 천화대릿지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캄캄한 밤 희미한 헤드랜턴불빛으로 앞사람 발만 겨우 쳐다보면서 잘보이지도 않는 산길을 하염없이 걷고 기운이 빠질때쯤부터 조금씩 여명이 밝아지면서 급경사 오르막길을 지루하게 오르더니 결국 석주길 초입에 도착했을땐 밝은 아침.. 이미 한사람은 기진맥진 해졌다 (AM 06:00)
천화대릿지가 난이도는 5.8정도로 낮은데 고난도라고 하는 이유는 12시간이상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길 때문일텐데.. 체감 체력소모를 비교하자면 지리산 화대종주, 북한산 불수사도북 종주, 덕유산 육구종주, 설악산 오색 공룡능선 종주 코스와 맞먹는것 같다
석주길은 주능선인 희야봉에 연결되는데 천화대릿지 명물 나이프릿지를 통과해야한다. 대개의 나이프릿지와는 달리 올라탈수도 없고 일부는 낭떠러지기 위에서 홀드조차 없이 엉거주춤 기어가야하는데 배낭이 흔들리고 옆은 낭떠러지기여서 공포감이 상당했다...이때 산바람이라도 불면 참 난감해진다..
희야봉에 올라 (PM 2:30) 사방을 둘러보면 지난번에 갔던 장수대 무릉도원도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우선 공룡능선의 1275봉이 중앙에서 좌우로 엄청크게 병풍을치고 오른쪽에 신선봉 왼쪽에 범봉을 거느린 스케일에 압도당하고 멀리 속초시내와 속초 앞바다가 원포인트 파노라마로 보여지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희야봉 하강포인트도 참 썰렁했다 절벽위에 꼭 뱃머리처럼 톡 삐져나온곳이 하강포인트였는데 360도중에 330도가 밑이 안보이는 절벽인데다가 어이없게도 발디딤도 없다. 이러니 천화대릿지는 바람많이 불면 위험한곳이 많아 안가는게 좋을성 싶다
초보관점에서 설명하자면 하강포인트 옆에 조그만 발홀드에 간신히 서서 확보줄걸고 하강준비를 한다음에 반대쪽에 몸을날려 하강자세를 잡고 그다음 오버행 60m 하강을 해야했다. 정말 나로서는 낭떠러지에 몸을 그냥 날리는것같아서....아직까지도 황당하다
희야봉 정상에서 하강시각이 오후 2시30분경이고 하강후에 거의 3시가 다되었는데 몸이 방전된듯 컨디션이 안좋아졌다 마지막 범봉구간은 대장님 배려로 말구로 몸자매듭하고 올라갔고 범봉 마지막 10여미터 구간은 홀드도 마땅치 않아 몸캠으로 간신히 올라갔는데 여기가 범봉 정상이란다 (PM 6:00)... 드디어.. 아니벌써.. 만감이 교차한다...무언지 모를 서글픔과 희열이 터진다..
아득한 멀리서 보는 범봉 정상은 하나의 작품일것이다
누구에게나 범봉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간신히 정복했다는 특별한 성공히스토리도 가질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성공스토리가 모여 천화대릿지는 산사나이들의 전설이 되고 에베레스트 정복과 같은 반열에 오를것이다
준비한 식수 3L 중 마지막까지 아껴둔 100mm를 마시고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범봉 정상 웅덩이에 고인 물을 기념삼아 맛보았는데 빗물맛이 아니고 시원한 생수맛이다. 이렇게 맛있을수가...정상에 마르지 않는 물은 밤새 내린 이슬이 증발을 보충해서이고 정상 찬바람이 시원하게 식혀준탓이리라
범봉 하강후에 드디어 장비해제를 하는데 드디어 배터리가 방전된듯 다치거나 아픈데는 없는데 몸에 기운이 없어 내장비도 간신히 정리했고 내 자일 사리는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왜일까.. 처음겪는 일이라... 아니다... 종주산행 막바지라면 포기하지말고 천천히라도 움직이면 결국 언젠가는 입구에 도착할 것이다..
8시 무렵에 설악골로 하산을 시작했는데 방전된듯 속도를 낼수가 없었다 결국 두번째 끼어서 움직이니 어쩔수없이 속도를 맞추면서 나아지긴했는데 그래도 한두번 더 쉬어서 시간지연이 발생했다
야밤 계곡 너덜길을 희미한 헤드랜턴에만 의지하는 하산길에서 잠시 담근 알탕....너무 차가워 물속에 오래 있을수가 없었는데 알탕은 알몸탕인데 대장님은 옷입은채로 가장 먼저 물속에 들어갔다나왔다고.. 이러면 착복탕이니 복탕이라고 해야하나..하여간 땀으로 뒤범벅인 겨드랑이와 사터구니 등을 냉수로 씻어내고나니 하산길 한동안은 몸이 개운해지고 마음도 상쾌해지고 기분도 좋아졌고 덕분에 끝까지 자력으로 하산했다
하산중에도 역시 그랬지만..김상득씨는 대장님이 선등으로 치고나가면 혼자서 세컨빌레이도 하고 어려운곳은 말구도하고 나와 권혁남씨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가르쳐주는등 체력도 좋고 마음이 따뜻하여 참 다양하고 부지런하게 기여해주어 감사하다.
캄캄한 지루한 살악골 너덜길하산을 오랫동안 계속했는데.. 그러니까 천화대 범봉에서 8시정도에 하산을 시작해서 12시가 지났으니.. 밑에 거의다 내려와서 길을 해매느라 다들 지쳤다
이때!!!!!! 이광철 선배님이 형수님과 국립공원 직원을 데리고 오밤중에 그것도 설악산 오지에 불현듯 나타나서는 계곡쪽으로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내려갔더니 계곡물 밟고 넘어오란다..아차차!!! 계곡물 넘어가야하는 길이어서 안보였던것이다..
이광철 선배님은 제일 컨디션이 안좋은 내배낭을 낚아채고 대장님이 들고가던 내자일은 형수님한테 맡기고 비선대로.. 설악동 입구로 내려갔다 그런데 비선대 천화대 입구인 일반인 등산로까지는 10분정도 걸렸다..ㅠ.ㅠ
배낭도 안지고 설악동입구까지 내려오는데 몸이 그로기상태여서 그냥 걷는것도 힘들었다 새벽2시에 출발했는데 입구에 2시정도 도착했으니 24시간을 걸은것이다. 대장님은 서울에서부터 한숨도 못자고다....
차를 타고 예약한 민박집에 갔더니 회와 매운탕과 소맥과 밥을 차려주고 아침도 차려주셨다..이광철 선배님과 형수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천화대는 그래서 천화대 였던것이다 . 고생안하면 천화대릿지가 아닌곳이었다... 사실 내기준으로는 이정도 계곡 너덜길 하산은..그것도 야밤이면 4~5 시간은 보통 수준으로 보이고.. 목표한 범봉도 정복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이또한 성공한 산행임에는 틀림없으나..예상시간을 많이 초과해서 아쉽고.. 나의 탓도 커서 죄송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교훈을 얻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모두 말짱했다. 미시령 옛길로 상경하면서 울산바위를 보니 금새 마음이 요동친다. 초보주제에 울산바위를...그리고 메밀 막국수 먹고 상경..
장거리 운전과 석주길 희야봉 범봉까지의 짜릿한 절경과 설악골 계곡 알탕의 싸늘한 경험을 선사해주신 이봉천대장님께 특히 감사드리고 많은 도움을 솔선해준 김상득씨, 여러가지로 배려해주신 권혁남씨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야밤에 설악산 오지까지 국공을 대동하고 메시아처럼 나타나 큰도움을 주신 이광철 선배님과 형수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평생 잊을수없는 추억이 아로 새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