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특급 타고 알프그륌 가는 날
미리 예약해 놓은 좌석에 오르니 두 자리에 식사 세팅이 되어 있다.
다른 테이블에는 대부분 네 좌석 모두 세팅되어 있는 걸.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을 생각한다면 현명한 선택
준비해 온 빵과 간식거리를 함께 먹으며 든든한 한 끼를 챙긴다.
5시간 30여분 동안기차를 타고 쿠어에서 하차한다.
기차를 타는 시간이 너무 길어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꽤 볼만한 바깥 풍경들과 일행과의 끊임없는 수다가 시간을 수월하게 흐르게 한다.
겨울 눈덮인 풍경이었다면 훨씬 멋스러웠으리라
옆좌석에 앉아 있는 분들은 네덜란드에서 오셨단다.
딱 우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두 쌍의 부부들이 수다스런 우리를 재미있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쿠어에서 다시 두 번의 환승을 한 후 최종 목적지인 알프그륌으로 향한다.
깊숙한 골짜기, 험난한 산등성이, 가파른 암벽산들이 사람 발길 닿지 않는 오지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무려 8시간 동안 기차를 탄 날이다.
이동으로만 하루가 허비된 셈이다.
그럼에도 모처럼의 휴식이 된 듯하여 또 다른 만족감을 준다.
알프그륌 호텔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곳, 역 바로 앞에 자리한 돌벽의 호텔이다.
이런 곳에도 호텔이? 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한 곳
호텔 레스토랑에는 넘치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빙하 때문에 선택했던 숙소인데 빙하가 너무 많이 녹아 있어 아쉬움 가득이다.
역 앞으로 나가니 가까이에 거의 360도 회전하듯 돌아가는 철길이 보인다.
기다렸다 만난 기차는 마치 곡예를 하는 듯하다.
험난하기 그지없는 곳들에 철로를 깔고 도로를 놓고 트레킹 길과 자전거 길을 빼곡하게 만들어 내는 이들의 솜씨와 기술이 참 놀랍다.
느닷없는 곳에서의 하룻밤
브리엔츠 로트호른보다 감동은 덜하지만 별스런 경험 다해 보는 재미가 있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를 타고 다시 쿠어로 향한다.
짧게 경험하는 베르니나 열차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는 널찍한 창이 있는 곳이 거의 비어 있다.
신나서 승차~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후 승무원이 오더니 예약비를 내란다.
한 사람당 24프랑
엥? GA카드 소지자는 무료 아닌가요?
아니란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탑승자는 모두 다 내야 한단다.
안낼거면 다음 역에서 갈아 타란다.
잠시 고민하다 그냥 가기로 했다.
어제처럼 두 번이나 환승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갈아 타기 위해 버리는 시간이 아까워
96프랑 거의 15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한다.
아깝다.
그런데 잠시 후 기차를 살펴 보니 앞쪽에 있는 2등석 객차의 창이 우리랑 다르다.
다시 정보를 봤더니 일반 객차 2등석이 무료란다.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는 객차는 예약피를 내야한단다.
갈아타라는 말은 앞쪽에 있는 일반 객차로 가란 거였다. 다른 열차로 갈아타라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한계가 주는 댓가를 금전적 손해로 톡톡히 치뤘다.
그렇지만 빈 자리를 번갈아 오가며 널찍한 차창으로 풍경 구경 제대로 했으니 뭐~
게다가 베르니나 기차 모형물 안에 초콜릿을 담아 선물로 준다.
비싼 초콜릿이 되었지만 맛있다.
마지막 여정지 취리히 도착
100년 되었다는 고풍스런 저택이 숙소다.
꽤 중후하다.
현대식 아파트, 전통 샬레, 호텔식 아파트, 고택
참 여러 군데 숙소를 경험한다.
4일 동안 잘 지내보자꾸나
첫댓글 풀 뜯는 얼룩소 무리에 참으로 평화를 느낍니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차창 밖에 보이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기차다리를 바라보는 까미노님은 더욱 평화로워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간인데 무척 유명한 아치형 다리라서 고개를 쑥 내밀고 보았는데 금세 지나가버려 아쉬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