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다녀왔던 피지.
그곳은 지금은 타이거에 골프 랭킹 넘버원 자리를 넘긴 상태인 비제이 싱의 고향이기도 하죠.
국제공항인 난디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코스가 바로 난디공항 코스로 싱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골프장이랍니다.
하지만 전 그 공항 코스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잠깐 들렀을 뿐입니다.
귀국하는 비행기 시간에 대야했기 때문이죠. 다른 일정과 함께 물려 있었기 때문에 제 취재만을 고집할 수 없었지요.
그래도 어쩝니까. 지금은 세계 랭킹 2위로 떨어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엄연한 넘버원이었는데요. 그래서 팁을 두둑히 주면서 인도인 운전사를 회유했죠. 난디공항에서 공항골프장까지는 5분 거리. 그래서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정신없이 코스를 뛰어다니고 사진 찍었습니다.
나중엔 클럽하우스로 뛰어가서 ‘스코어카드, 스코어카드’를 외쳤죠. 그 직원이 황당했을 겁니다. 어디서 나타난 조그만 동양인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들어와 다급하게 스코어카드를 외치는가 하고요.
정신없이 사진 찍고는 함께 간 일행들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고 조마조마하면서 공항으로 가니. 이륙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뜨는 것 아닙니까.
으휴. 나중엔 일행들이 오히려 제게 ‘너무 재촉했다’며 미안해 했죠. 엉성하게 취재했던 코스였지만 비행기 굉음을 배경으로 연습하면 옆에서 누가 피자를 시켜먹어도 모를 정도겠더라구요. 싱의 평정심은 그렇게 비행기 소리에 단련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최근 <골프 월드>에는 비제이 싱의 어린 시절, 피지에서의 삶에 대한 기사가 났습니다. 알려지기로는 항공정비사의 아들이던 비제이 싱이 캐디로 공항 골프장에서 일하다가 호텔 여주인과 눈 맞아 말레이시아로 도망갔고,
거기서 평강공주와 같은 아내 아데나의 내조로 온달 싱이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아 끝내 유명 선수가 됐다는 스토리지요.
하지만 여기선 좀 다른 얘기도 실려 있군요. 분량 봐서 두세 편 시리즈로 엮어보겠습니다. 제목은 ‘비제이 싱의 자서전- 당신이 모르는 나’입니다.
>>> 어린 시절부터 난(비제이 싱 자신의 간단한 회고록이므로 1인칭 씁니다) 프로 골퍼가 되고 싶었다. 필드 하키, 크리켓, 럭비 등을 운동은 다 잘했지만 결국엔 골프를 선택했고 16살에 골프를 계속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다.
항공 정비사였던 아버지 모한은 11살에 골프를 가르쳐주셨다.
난디 공항코스의 최고 실력자로 비거리는 얼마 안 나갔지만 좋은 템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벤 호건의 열렬한 팬으로 호건 아이언을 여럿 가지고 있었다.
2년 만에 노스웨스턴이란 풀 세트를 장만했는데 처음엔 스윙을 할 때 손이 돌아갔었고 그게 편했다. 그걸 본 아버지는 ‘손이 감기면 안된다’는 것과 ‘스윙할 때 머리를 내리고 있으라’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그러더니 언젠가 키 크고 멀대 같은 톰 와이스코프를 본받으라고 하셨다. 1977년 무렵 어느 땐가 <골프 다이제스트>에서 나온 와이스코프의 연속 스윙을 보고선 나도 크게 느낀 점이 있었다. 그때부터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나는 아버지의 캐디를 하면서 골프를 배웠지만 위로 형 두 명은 골프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두 살 터울의 형 크리시나는 아주 침착했으나 경쟁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연습하러 가면 형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스윙을 했으면서도 시합을 하면 내가 항상 이겼다. 몇 번의 시합에서 형이 선두에 선 적은 부지기수지만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마지막 홀이나 아니면 끝 무렵 세 홀에서 죽을 쑤곤 했다.
난 달랐다. 심지어 내가 걸 돈이 더 이상 없더라도 이번 샷이 얼마나 짧을지 스트로크에서 지면 얼마를 물어야 하는지 걱정하지 않았다.
이런 걸 두고, 골프를 즐겼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지만, 머리 속에서 골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문제들이 간섭하고 끼어들게 되지만 난 내 일에만 집중한다. 지난 2003년 바이런 넬슨 대회 때가 좋은 사례겠다.
대회 일주일 전에 애니카 소렌스탐이 남자 대회인 콜로니얼에 참가한다는 데 대해 내가 싫은 소리를 했다고, 또 그것이 남녀차별적 발언이라고 언론에서 연일 떠들어댔다. 하지만 나는 그 무수한 소리를 막고서 내 시합에만 충실했고 결국엔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걸 집중력이라고 해야 할까? 난 아시아에서 자라서 동양철학과 관련된 백 권의 책을 가지고 있으며 종종 읽는다.
그중에 명상 얘기로 설명하자. 호흡을 차분히 하고 숨을 가다듬으면, 물 떨어지는 소리, 바람 소리를 차분히 듣게 된다.
그 상태로 어느 정도에 이르면 당신은 릴렉스 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땐 허파로 숨쉬는 게 아니다. 심장으로 숨쉬는 거다.
그때 진정으로 고요한 상태가 된다. 그렇게 나는 골프에 집중하는 연습을 한다. 또한 집중이면서 명상이 된다.
첫댓글 숨을 가다듬으면 물떨어지는 소리, 바람부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