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다녀오는 길, 가 본 적이 없는 낯선 길로 접어 든다.
어느 만큼 달렸더니 길이 익숙해 보인다.
아하, 환산정 가는 길이다.
내친 김에 환산정에 들러 보기로 한다.
환산정은 백천 류함이라는 분이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다 화친의 소식을 듣고 내려와 통곡하며 지었다는 정자이다.
세상과 절속하며 우국지한을 삭이던 곳이란다.
들어서는 길, 홍매화가 예쁘게도 피어 있다.
작은 다리를 건너 만나게 되는 환산정.
앞으로는 맞춤한 크기의 호수가 펼쳐지고, 굵은 둥치의 소나무가 환산정을 수호하는 듯 기품있게 바라 보고 있다.
금빛이 도는 선명한 껍질, 쭉 뻗어 오른 가지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더니 약 500년의 세월을 이고 있는 보호수다.
호수 건너편에는 전원주택이 여러 채 자리잡고 있다.
제대로 된 배산임수.
어느 님들이 살고 계시려나. 다들 일터에 간 걸까? 사람의 흔적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풍경 정말 좋겠는 걸, 하지만 서로 교류하고 지내지 않는다면 무척 외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방법을 찾아 전원의 삶을 누리고 있겠지.
담장없는 문이 덩그러니 서 있다.
빙 둘러 심어 둔 홍매와 백매에서는 진한 매화향이 풍겨난다.
환산정 마루에 앉아 내려다 보는 호수의 물결이 가볍게 일렁이며 물멍의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호수 가장자리에 놓여있는 벤치에는 두 여인의 정다운 담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방군데 어디서 바라 봐도 어느 한 구석 손색없는 멋스런 정자다.
예전에 찾았을 때보다 훨씬 좋다.
물이 더 많아서일까?
고요함이 가져다 주는 평안일까?
매화꽃의 향기가 채워주는 넉넉함일까?
세상과 절연하고 시를 읊으며 고즈넉하게 살아간 류함 선생의 한이 조금은 덜어졌으려나.
마음이 흐려지거나 우울해질 때 들러 봐도 좋을 곳이다.
고운 햇살이, 따스한 바람결이 가만히 쓰다듬으며 위로해 줄 것만 같다.
첫댓글 엄마 아빠사진도 좀 올려~~~
아빠가 싫어해ㅋㅋ
울아들 글 보니 넘 반갑네~^^♡♡♡
모자간 사이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