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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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포구의 봄.
섬진강이라면 먼저 봄을 떠올리게 된다, 만물의 소샐에 힘입어 덩달아 마음에다
새싹 하나씩을 키우고 싶어하는 희망의 계절 봄, 재첩, 매화, 벚꽃, 달밤의 배꽃, 나름대로
봄의 향취를 다하는 하동 땅, 다사로운 봄 볕에 푸르름을 더해 가는 고즈넉한 섬진강의
흐름에도 강 길이 만큼 긴 편안함과 나른함을 함께 느낀다.
경사진 골짜기와 바위틈에 정원수처럼 펼쳐진 야생녹차밭이 맛으로 치면 귀한 별미라고
나할까, 겨우내 움츠린 어깨를 펴 주는 힘의 생성으로 다가오는 녹색,어찌 봄의 색을 모른다
하리, 섬진강의 봄을 봄답게 만들어 주는 것 이 화개천변에 옹기종기 널려 있는 야생차밭이
겉푸른 신록의 세게로 안내한다. 하동의 야생차는 보성의 차밭처럼 가지런하지도 곱게
다듬어지지도 않았다.
경칩 하루 전날 하동에 도착했다. 지리산 자락 곳곳에 희끗한 잔설이남아있다. 찬바람이
앙상한 가지에 머문듯 빈 나무 가지 끝들이 오소소 떨고 섰다만 계절은 어김없이 아침에 듣는
햇살처럼 또 다시 우리 곁에 머물며 봄나들이를 재촉한다.
물새 유유히 거니는 섬진강에 비치는 매화군락은 미처 땅심을 못 받아 정열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하동포구 팔 십리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함께 반짝거리며 동심처럼 강 따라
흘러간다. 병아리 털 같은 봄날을 눕게 하는 시샘 바람조차도 상쾌하다. 섬진강 수면 위에
마음을 누이며 유유히 함께 흘러가는 묘한 기분 너무 좋다.
밤늦도록 권커니 잣커니 마신 막걸리 잔에 친구의 덕담도 풍덩풍덩 빠진다.삶보다 더한
정을 주거니 받거니 나누며 또래의 정을 화롯불의 불씨처럼 뒤집어 가며 밤을 지새우는데
건강을 되찾은 친구의 해맑은 미소가 천근같은 어둠을 헤치며 팔십리로 휠휠 날았다.
이 봄에 하동을 찾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벽소령 가는 길목의 의신마을에서 체취하는 고로
쇠를 얼마나 욕심부려 마셨는지 자고 일어나니 눈도 손도 붓지 않는 수액의 기적을 보면서
자연이 베푸는 순리만 알고 실천한다면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천세 만세 살 것인데
내 욕심에 그냥 무너져 살다니 어이 무지하다 하지 않으리오,
초의선사는 "차는 골짜기의 난석에서 자란 화개동의 차가 일품"이라고 적고 있다. 차밭은
별로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데 녹차라고 하면 하동을 꼽는 이유를 야생차밭을 보고서
비로서 귀함을 느꼈다. 전통의 수제작업, 맑은 날 차잎을 따 가마솥에 넣고 닦는 일, 명석
에서 비비는 일은 볶아진 찻잎에 일부러 상처를 내 찻물로 우려낼 때 더 진한 향이 배어
나오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하니 구증구포(九蒸九暴)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니 어찌
수제차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지 않겠는가,
야생차는 매화꽃이나 벚꽃 같은 화사한 아름다움은 없다.차 맛의 담백함과 그윽한 향이
보성의 차 맛과 다르다.보성의 차나무들은 수령 7~80년 정도라 하는데 하동의 차나무는
수령 600백년 됨즉한 나무가 생존하는 것도 지리산의 지리적 조건들이 금상첨화를 이룬다.
산세 깊고 높아 운무가 자주 끼여 차의 맛과 향을 더해준다하니 인위적인 솜씨가 어찌
자연의 맛을 따라가리,
남청빛 첩첩산중은 일어나고, 지리산 등성 위해서 빛나던 차가운 별은 여명에 사르르
숨어 든 그 아침,하현달의 미소에 등 떠밀려 산책을 나선다, 귀 끝이 발갛게 변해도 짠한
차거움에 볼때기가 시려도 명산의 품에 안긴 그 기분은 진정한 희열이더라, 굽이굽이
흐르는 개울물 한 사발에 동화된 순간은 시간도 잠시 멈추어 준다. 손에 손잡고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등을 기댄 채 우리는 하룻밤 동안 일심동체였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위치한 지리산 자락에 푸른 남해 바다와 만나 억새가 흐드러진
섬진강변의 부드러운 백사는 눈과 마음을 부시게 했다. 모래 한줌 쥐면 손가락 사이로 다
흘러내릴 것 같은 미세함이 바로 우리들의 부드러운 마음이란 것을 알았다.그리하여 푸른
소나무 가득한 송림공원의 달리기 시합에서 헐떡거리며 웃음 한바탕 퍼내고 나니 세상이
왜 그리도 푸근하고 따스한지,피톤치드에 산림욕의 상쾌한 기분과 합해져 즐거움과
유쾌함이 몇 배로 증가되었다.
지리산의 꿈틀거리는 정기와 매화의 정기가 소담한 곳에서 내려다본 팔 십리 섬진강,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뱃길의 중심지였던 하동포구, 지나가는 길손들의 입에 군음식을
맛보게 하는 화개장터, 구수하고 간드라진 전라도와 막사발 같은 경상도 사투리로 장터
상인들의 흥정에 우리는 맛배기로 입맛다시면서 정으로 연결된 남도 대교를 건넜다.
나루배로 건너던 그곳에 건설된 다리는 동서화합의 상징처럼 부부 금실과 연인 사이처럼
우리의 마음도 이처럼 오래 오래 아름다이 다져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동포구를
떠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입맛의 뒤 끝이 달작지근한 야생차 한 잔을 맛보지
못하고 돌아온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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