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 성례전 후 남은 성물의 처리는?
◎ 저는 목사라로 성찬 성례전을 집례하고 난 다음에는 따르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찬 예식을 마친 다음에 남은 성물 (떡과 포도즙)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매우 난처합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합니다.
이 질문은 기독교가 초창기부터 안고 있던 심각한 사안으로서 초대교회 때부터 논란이 되어 온 문제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가톨릭이나 동방정교회는 성찬 성례전에서 성물(빵과 포도즙)을 성찬상에 봉헌한 다음에 성령 임재를 위한 기도(에피클레시스)를 드리면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성물이 주님의 살과 피가 된다는 화체설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살과 피로 변화된 이 성물을 나누어 준 다음에 남은 성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는 일찍부터 많은 논란을 거쳐 왔습니다. 이러한 논쟁의 해결은 어떤 신학자의 해석보다는 역사적인 문헌을 통하여 그 대답을 찾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기독교 예배의 초기에 속한 3세기에 예배를 가장 잘 기록했던 히폴리투스의 『사도 전승』은 남은 성물의 처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주님의 몸을 지칭하는 떡에 대하여 주는 가르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회는 불신자나 쥐나 다른 짐승이 성체를 먹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것이며 어떤 것도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체)는 모든 신자가 받아야 할 그리스도의 몸이므로 천시해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로 주님의 보혈을 의미하는 잔에 대하여 주는 가르침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잔을 축성할 때에 여러분은 그 잔으로부터 그리스도의 피를 받게 됩니다. 잔을 쏟아 이질적인 영이 그것을 핥게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께서는 이를 경멸한 여러분을 거슬러 분노하실 것입니다. 또 여러분은 속량된 그 값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죄인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따르기 위하여 초대교회 때부터 성직자들은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한때는 남은 성물을 모두 땅에 파묻기도 하였으나 짐승이나 벌레들이 먹게 된다는 것 때문에 얼마 후에 중지하였습니다. 어느 때는 남은 성물을 버릴 수 없어서 성직자가 다 먹다 보니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1525년 개혁 성향이 강했던 갈버티 감독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새로운 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16세기 트랜트 공의회에서 공인받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성당 제단 위쪽에 걸려 있는 감실의 설치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개혁교회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많은 개혁교회 예배신학자들은 먼저 우리의 성물에 대한 신학은 화체설이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신성시하여 모시고 그 앞에 절하는 행위는 거부합니다. 그러나 함부로 버리고 나누어 먹고 하는 것은 성찬 성례전의 신성함을 절하시키는 행위라고 봅니다. 그래서 성공회의 수도원 같은데서 만든 성찬 빵의 경우는 보관이 가능하므로 정중히 간수하였다가 필요한 대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일반 빵이나 떡의 경우 함께 앉아 애찬을 갖는 심정으로 함께 남은 성물을 처리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때는 잡담하면서 먹는 일반 음식의 분위기가 아니라 지속된 성례전의 감정과 몸가짐을 가져야 함을 충고하고 있습니다. 남은 성물의 양이 적으면 목사 혼자서 이상과 같은 자세로 그것을 처리함도 가합니다. 성찬 성례전의 존엄성은 집례자가 어떤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준비하고 집례하는 가에 그 성패가 좌우됩니다. 즉 성찬 예식은 그 준비와 마무리를 목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존엄성이 결정되고 은혜의 척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처리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여기서 첨가해 두고 싶은 것은 성물로 사용된 떡은 그 양과 맛이 인간이 식욕을 포도주 또는 포도즙은 알코올이 없어야 합니다. 주님의 거룩한 희생을 재현하는 인간의 식욕이 수반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첫댓글 하나님의 이름으로 잔을 축성할 때에 여러분은 그 잔으로부터 그리스도의 피를 받게 됩니다.
아멘 주님께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