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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릴레이 희망인터뷰
- 완주고산농협 국영석 조합장을 찾아서 -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에서는 현재 농협의 위기를 진단하고 조합 혁신의 희망을 현장 조합장과 함께 모색하고자 연속 희망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준산간지역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형 조합인 완주 고산농협 국영석 조합장을 만나 조합장으로서의 포부와 경영구상, 조합의 사업성과와 성공요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인터뷰 내용은 한국농어신문과 식량닷컴에서도 보실수 있습니다).
일시 : 8월11일(화) 오전 10시~11시30분
장소 : 고산농협 조합장실
인터뷰 및 기록정리 : 이호중 사무국장
1. 조합장 출마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떻게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왔다. 그 마음을 알아주셔서 인지 20세에 마을 이장이 되었고 26세에 농협 이사, 39세에 도의원을 역임하였다. 한국 카톨릭 농민회 완주협의회장, 한국농업경영인완주군연합회장 등 농민운동도 지속해왔다.
그런데 IMF이후 고산농협의 부실채권이 확대되자 적자가 심화되었고 경영개선권고조합으로 관리까지 받게 되었다. 직원들은 도내에서 제일 적은 급여를 받았고 조합원과 조합간 갈등과 불신이 심했다. 또한 인근 조합과의 합병위기에 놓이자 주변에서부터 출마 권고가 있었다. 농민운동을 꾸준히 해온 결과 주변 조합원으로부터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고 지역내 농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2005년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2. 조합장으로서의 포부와 경영구상은 무엇입니까?
처음 조합장 출마 당시에는 조합이 처한 경영상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다. 이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농촌 지역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 주민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합농협인 지역조합은 군단위 지역사회 경제공동체의 중심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내 다양한 협동조합이나 영농조합법인 등 생산자조직의 설립이나 운영을 지원할 생각이다. 미래의 소비자가 요구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친환경고품질균일화 생산을 조직화해나갈 계획이다. 유통시스템도 더 잘 갖추어 나가고자 한다. 복지사업에도 더 신경 쓸 생각이다.(독거노인께 반찬 제공, 도배해드리기,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사업 등)
3. 그동안 실천을 통한 조합 사업의 성과는 무엇입니까?
“고산에선 농협놈들 소리가 사라졌어요”
양파 농가들은 수확한 전량을 농협에 맡기고 있다. 2012년 양파의 시중 시세가 1만2,000원(20㎏)까지 폭등한 상황이었는데, 농민들과 조합이 1년 전 파종기에 계약한 가격은 9,000원에 불과했다. 농민들이 1망에 3,000원의 ‘손해’를 보면서 농협에 양파를 넘긴 것이다.
시세보다 계약가격이 낮아도 농민들이 양파를 맡기고 있다. 대신 농협에서 잘 팔아서 남은 이익금을 연말 배당금으로 농민들에게 모두 돌려주고 있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농협에 맡기는 게 결국에는 득이라는 상호 신뢰가 형성된 것이다. 고산농협에서 취급하는 양파 물량은 2007년 5,000망에서 지난해 10만망으로 급증했다.
경영부실 딛고 종합업적 1위 도약
2005년 취임 첫해에 경영개선권고조합이었고 당시 142억원에 불과하던 경제사업 규모가 2013년에는 630억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하였다. 직원도 36명에서 82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매년 조합 규모 그룹별로 평가하는 업적평가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종합 1위를 달성하였다. 또한 2005년 처음 시작할 때는 매출총이익에서 신용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경제사업의 비중이 25%이었는데, 현재는 경제 사업의 비중이 65%, 신용사업의 비중이 35%로 바람직한 농협의 틀도 갖추어가고 있다.
'친환경 농업' 중심지로 탈바꿈
2006년 ‘광역 친환경농업단지사업 시범지역’ 선정을 기점으로 조합 사업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조합원 생산품목의 '친환경·고품질·균일화' 전략을 세우고 소비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농산물을 통해 생산부터 책임지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 초기 154ha에 머물렀던 친환경 농산물 재배 면적은 2012년 800ha에 육박하게 되었고 친환경 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농축산물 생산시설, 부산물 퇴비공장인 경축순환자원화센터 등이 설립되었다. 그중 경축순환자원센터는 유기 축분을 활용해 친환경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퇴비를 생산, 이를 농가에 공급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자연순환농업의 이상적인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쌀, 감, 한우, 딸기, 상추, 토마토, 마늘 등 10가지가 넘는 농작물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과정은 작목반과 농협이 정한 메뉴얼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2008년부터 성과로 이어져 학교급식, 군대급식, 생협 등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완주관내부터 시작한 학교급식 쌀 공급은 서울 서대문구의 168개 어린이집과 학교, 대전의 120개 어린이집으로 확대됐고 군부대에도 납품하고 있으며, 생협연대,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도 친환경 쌀과 각종 채소류 등을 공급하고 있다.
4. 사업성과를 낳게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영석 조합장이 취임한 2005년 이전에는 고산농협도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농협의 모습처럼 경제사업은 할줄도 몰랐고 온갖 편법과 비리로 조합원의 비난과 원성을 받는 조합이었다. 그럼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을까?
‘조합원-임원-직원의 삼위일체’
조합원과 임원, 직원이 상호소통하고 단합하는 삼위일체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합원은 협동조합과 고산농협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기초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이사는 품목 생산자를 대표하고 농협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들로 구성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은 농업농촌을 위해 일한다는 철학적 가치를 정립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고 있다.
‘소통과 솔선수범의 리더쉽’
리더는 비난까지도 올바른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항상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진정성을 보여 드리려 노력하는 가운데 조합원의 믿음을 얻어나가고 있다.
처음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인프라 부족이 아니라 침체된 지역 정서 그 자체였다. 과거 농협의 사업이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보니 조합원들이 농협의 사업을 불신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조차도 ‘산촌형 농협’에서 경제 사업으로 손익을 맞추는 것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래서 취임 첫날부터 가장 먼저 출근해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통일되어야 행동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가치를 공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생각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조합원과의 신뢰와 믿음에 기반한 협동’
관리대상이던 농협을 단기간에 업적평가 전국 1위의 최우수조합으로 키운 원동력은 ‘조합 임직원이 진심으로 행동 하면 농민들도 기꺼이 동참해 줄 것이란 믿음’ 이었고, 조합원인 농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조합이 농민 편'이란 생각이 퍼지고 조합과 농민 간의 믿음이 쌓이면서 품종 선정부터 생산관리·저장·유통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었다. 양파 재배농가들이 시세보다 싼 계약가에 수확물량 전부를 농협에 맡기고 있는 사실은 조합과의 신뢰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취임초기에만 해도 계약재배 했다가도 시장가격이 좋으면 시장에 농산물을 팔아버리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믿음이 형성되다보니 조금씩 계약이행률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대부분의 조합원이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5. 추진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텐데요?
경축순환자원센터(퇴비공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역주민들 반대가 심했다. ‘냄새도 나고 주민불편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역 전체 농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입니다. 도와주십시오’ 라고 말했지만 욕먹는 것은 물론이고 물러나라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주민 농성장에 매일 조합원보다 먼저 나가서 청소하고 새참도 가져다 드렸다. 데모하시더라도 드시면서 하시라고 간식도 가져가고 주변청소도 하고 안전점검도 했다. 일주일쯤 지나니까 어르신들이 조합장의 말을 들어주시기 시작했다. 조합장이 사심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주셨다. 그렇게 100일 정도 지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정성과 노력이 조합원의 협조를 이끌어낼수 있었다.
6.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조합장이라면 누구나 조합의 구성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다. 잘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체이자 경영체로서 경영손익을 맞추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농협의 결산은 단기결산이다. 장기투자개념이 없다. 조합장이 의지를 갖고 있어도 단기손익 적자가 나면 불신감이 생겨 지속하기 어렵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따라서 조합원과 조합이 머리를 맡대고 끊임없이 서로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 나가야 한다. 조합이 경영체로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조합원과 소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도 투명한 경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합원과 터놓고 얘기하면 불만족스럽더라도 조합원들도 이해해준다. 끊임없는 조합의 노력과 진정성이 뒷받침된다면 조합원은 충분히 이해해주신다.
7. 후배조합장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리더의 책임있는 자세
사실 사업을 하다보면 직원들의 경우 적자를 겁내기 십상이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다보니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합장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을 적극 추진하다 생긴 어려움은 조합장이 책임질테니 적극 추진하라고 뒷배경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조합원에게도 조합이 잘못하는게 있으면 직원말고 조합장을 혼내달라고 얘기하였다.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교육의 중요성
조합원, 직원 등 조합 구성원의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구성원이 각자의 주장만 하게 되면 분란만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산 조합원은 2,400명인데 연간 3,000명을 교육하고 있다. 마을을 찾아가 최소 2,000명 이상의 조합원에게 조합의 비전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리더들에게는 최소 3회 이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원은 조합사업의 주체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자기가 맡은 업무에서 개선할 점 2가지씩을 선물로 제출해달라고 했다. 직원이 자기 업무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36명의 직원이 총 72가지의 개선방안을 제출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3달 정도 준비해서 전직원 워크숍에서 발표하게 하였다. 직원간 토론문화가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발표내용에 대해 의무적으로 좋은점 2가지, 우려되는 점 2가지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토론문화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발표자 역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서로가 어떤 사업을 어떤 고민속에 하고 있는지 알수 있게 되었다. 토론을 통해 농협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다른 사람의 업무도 모르면서 어떻게 협동이 되겠나?)
다른 조합의 경우 대부분 기획상무가 사업계획을 세우고 집행부 논의를 거쳐 하달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직원들도 주인답게 일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같은 전직원 토론을 통한 계획 수립으로 직원의 열의가 생기게 되고 사업에 주체적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원들이 조합원을 위한 일을 열심히 하게 되니 조합원도 조합을 신뢰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조합이 물질적인 것만으로 조합원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8. 내년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통해 이것만은 바뀌어야 한다면...
중앙회의 개선과제
농협이든 새로운 협동조합이든 자본주의의 기업논리로 경영해서는 안된다. 협동조합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정체성의 확립이 필요하다.
또한 농협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협력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농산물 판매의무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생산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그 가치를 적정 가격으로 지지해주는 소비자-생산자간의 협동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앙회는 이 협력이 잘되도록 조정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중앙회 사업과 운영에 있어 관료화를 경계해야 하고 현장 중심으로 경영되도록 해야 한다.
중앙회가 협동조합의 맏형으로서 다른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조직들과도 적극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중앙회장 선거
그동안 많은 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現최원병 회장 역시 지역본부장은 지역조합장에서 뽑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키지 않았다. 공약 이행이 기본이다.
그리고 대의원 간선제가 아니라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공개적인 선거가 되어야 하고 후보자들이 ‘대농민 약속’도 해야 한다. TV토론도 하고 정책토론회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밀실에서 체육관 투표로 끝나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