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토탄 지대

[정슬]

아일랜드에서는 통상적으로 봄에 토탄을 자르고 ,   겨울에 토탄을 태운다고 합니다.

벽난로의 토탄들

그들에게 내 목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가 되자

나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냈다.

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  서서히 다가오는 나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 보았다.

대화를 반기는 기색도 ,    꺼리는 기색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쉽게 대답에 응할 만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    저는 아일랜드를 여행하고 있어요.   `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먼저 운을 띄웠다.

`    이 많은 토탄은 누가 다 쓰는 건가요  ?    `

대답은 남자의 몫인 것 같았다.

`   마을에 사는 모든 가정은 언덕에 각자의 구역을 갖고 있어요.

그 곳에서 자기가 쓸 만큼의 토탄을 캐가죠.    `

그는 토탄 채취용을 보이는 삽에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 보며 땅에 경계선 표시가 있는지 ,

구역을 알려주는 안내판 같은 게 있는지 찾아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당혹스러워하는 내 표정을 읽어 내고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투로 이야기 했다.

`    각각의 구역은 이전 세대가 그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지요.   `

그의 설명을 들은 나는 어째서 아무 표시도 없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저들은 어린아이 였을 때 부터 가족 몫의 토탄을 채취하러 이 곳에 왔을 것이고 ,

이웃의 몫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언덕은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공동의 재산이었다.

`   토탄은 주로 언제 캐시나요  ?   `  

나는 토탄 채굴의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싶어 물어 보았다.

`    봄에 토탄을 캔 다음 ,    건조시키기 위해서 쌓아 놓아요.

    그래야 토탄 안으로 산소가 잘 들어가서 금방 건조된답니다.

     물론 비가 많이 내리기 전에 마를 수 있다면 좋겠죠.    `

그는 머리 위로 드리워진 회색 구름을 바라보며 웃었다.

`     우리는 채취한 토탄을 집으로 가져 가서 그 해에 모두 사용해요.

중앙 난방이 있기는 하지만  ,   마을 사람 대부분이 여전히 집에서 토탄을 사용하고 있어요.    `

지금 지내고 있는 오두막의 벽난로에서 솔솔 풍겨 나오던 달콤한 향이 떠올랐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왜 토탄 사용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얘기해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한 다음 ,

멀리 마을이 보일때까지 토탄 지대를 따라 계속 걸어갔다.

그러던 중 ,   문득   내가 다시 오두막의 뒤 편 언덕에 도착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두막이 시야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익숙한 길과 함께 오툴 부인의 농장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 그 곳에는 언덕 아래로 내려 갈 수 있는 잘 다져진 오솔길 하나가 있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내려 갔다.

오두막에 다다르자 ,   초저녁이 되었고  ,  

벽난로의 따스한 토탄불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툴 부인이 벌써 다녀간 모양이었다.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은 뒤 ,

난롯가에 앉아 하루를 되돌아 보았다.

몸이 노곤해진 나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아일랜드의 아이들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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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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