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17)
● 제1장 형제 17회
그렇게 말해도 무송의 입에서 흔쾌한 대답이 나오질 않자, 금련은 마지막으로 하소연하듯 말한다.
“도련님을 굳이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살자는 것은 형제간의 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남들에게 너무 멸시
와 천대를 받고 있어서 그래요. 형님이 난쟁이인데다가 행상을 하기 때문에 모두가 우습게 여기고 깔본단 말이에요.
순포도두가 된 동생과 같이 살게 되면 어느 누가 감히 우릴 업신여기겠어요. 안그래요?
그래서 더욱 도련님하고 같이 살고 싶은 거에요”
그 말에 무송은 어떤 의분 같은 것을 느끼며 서슴없이 대답한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같이 살도록 하지요”
금련은 온 얼굴에 활짝 웃음이 피어오른다.
그러고 있는데, 술을 받아가지고 무대가 돌아왔다. 금련은 얼른 술병을 받아 무송의 잔에 가득 술을 따라 주고는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도련님이 우리하고 같이 살기로 했어요”
“뭐? 같이 살아?”
무대는 난데없는 말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빙그레 웃음을 떠올린다.
“같이 살면 좋지. 그런데 방이 두 개 뿐이라 영아하고 한방을 써야 될 것 아닌가. 좁아서 불편할건데, 어쩌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내가 가지고 있는 금붙이를 팔면 큰 집을 얻을 수가 있어요”
“그래? 당신한테 그렇게 많은 금붙이가 있었어?”
무대는 놀랍기도 하고 좋기도 한 듯 눈이 휘둥그래진다.
금련은 장대인이 희롱한 대가로 때때로 한 개씩 선물로 사준 반지니 팔찌니 귀고리 따위 온갖 장신용(裝身用) 금붙이를 조그만 보
물 상자에 넣어 남편도 모르게 장롱 속 깊숙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보물 상자를 꺼내어 그 안에 담긴 금붙이를 삼분의 이 가량이나 팔아가지고 현청 근처인 현서가(縣西街)에 이층짜리 집
을 얻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이사를 했고, 무송도 그 집으로 옮겨왔다.
금련은 꿍꿍이속이 있는 터이라, 자기네 세 식구는 아래층에서 기거하고, 이층은 무송 혼자서 쓰도록 했다.
비록 자기의 금붙이가 삼분의 이 가량이나 축나기는 했지만, 금련은 이제 살맛이 났다.
우선 이층짜리 큰 집에 살게 된 것부터가 기분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자다운 남자인 시동생 무송과 한집에 살게 된 게 더 없이 기뻤다. 그리고 남들 앞에서도 절로 콧대가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비록 남편은 볼품없는 난쟁이이고 여전히 행상을 하고 있지만, 시동생이 순포도두가 아닌가.
순포도두와 한집에 같이 살고 있는 그 형수를 그 누가 감히 얕잡아 보겠는가 말이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