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고(故) 백정선 교사
지난해 6월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삼례초등학교에서 육상 지도교사로 근무했던 백정선 교사가 자택인 전주시내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 들어섰다. 남편으로부터 “세 딸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라”는 전화를 막 끊고 나서였다. 그때 횡단보도를 향해 질주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백 교사를 순식간에 덮쳤다. 백 교사는 30m를 날아 아스팔트 위에 내팽겨쳐졌다. 그를 덮친 차량 운전자는 면허 취소수준의 만취상태였다. 병원응급실로 후송된 백 교사는 3차례의 뇌수술을 받았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1주일을 버티던 그는 끝내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당시 백교사의 빈소에는 수많은 동료 교와 제자들이 찾아 와 평소 그가 베풀었던 ‘사랑의 흔적’을 얘기하며 오열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1주기 추도식을 마친 고(故) 백정선 교사 유족은 7일 전라북도육상연맹을 찾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1000만원을 기탁했다. 유족들은 평소 백 교사의 육상사랑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로 하고 장학금을 보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아내와 엄마를 잃은 슬픔이 크지만 제자사랑 정신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고인은 30년 이상 도내 일선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육상부 지도교사를 맡아 침체돼 가는 육상 발전에 혼신을 다해 왔다. 수려한 외모와 달리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들의 유니폼을 직접 세탁해 입히는 등 제자들을 친자식처럼 아껴온 참 스승이었다.
고(故) 백 교사의 큰 딸 유영씨(32)는 “엄마는 어린 선수들을 가족만큼이나 사랑했다”며 “엄마의 뜻을 잇고자하는 유족들의 마음이 제자들의 기록 경신에 작은 힘이 됐으면 한다.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육상연맹 관계자는 “백 교사의 유지를 받들어 매년 치러지는 육상인의 밤에‘백정선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