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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일상의 빅퀘스천>(안티쿠스, 2020.07.25.)의 3부 ‘담화; 영성적 메시지, 어떻게 전할 것인가?’
가운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직시하고 이 위기 상황을
영성적 삶의 실천을 통해 극복하자는 목적으로 대담한 대목이 있습니다.
마침 일일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 속에서 지난 월요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낮아진 요즈음
시기적절하게 성찰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이를 발췌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2020년 9월 16일 거사居士 법경法境 합장
<일상의 빅퀘스천>(안티쿠스, 2020.07.25.)
3부 담화; 영성적 메시지, 어떻게 전할 것인가?
위기 상황 속 영성적 삶의 실천
- 코로나19 사태의 교훈 -
참여자
도영인(한영성코칭연구소장, 전 국제사회복지학회장)
박영재(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선도성찰나눔실천회 지도법사)
송순현(저절로아카데미 원장, 전 정신세계원장)
이영환(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진기언론문화재단 이사)
도 = 지금까지 저희는 영성적인 힘을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일과 관련된 여러 이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는데 평상시에는 별로 큰 어려움 없이 영성적으로 발현되는 영향력이 크고 작은 실용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코로나19 전염병과 같은 비상상황에 처하여 과연 영성적인 효과가 얼마나 잘 발현될 수 있는지 그 실효성과 더불어 영성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인류사회를 위험에서 구해 내는 가능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담마빠다Dhammapada 경전에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온하고, 증오가 없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라 불린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영성적 지혜가 위기상황에 얼마나 유효할까요?
(中略)
이 =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도 보다 진보적인 복지제도로 옮겨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공중보건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역학자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1943~ )이 <평등이 답이다>에서 주장했듯이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저소득층은 각종 전염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불평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공중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한 정부가 건재해야 하고, 이런 정부는 스마트한 국민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염병 대유행을 염두에 둘 때 우리 모두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공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부 차원의 감시 체제의 확대 위험성입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번 긴급 사태와 관련하여 <파이낸셜 타임스> 및 <타임>과의 연속 인터뷰에서 경고한 바와 같이, 정부 권한을 동원하여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신념이 확고해지면 이 주어진 권력을 질병 통제는 물론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남용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평상시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를테면 개인정보보호와 건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건강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이런 하라리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저서 <호모 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누누이 강조한 데이터주의 및 인간 해킹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장악한 정부나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와 생리작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달로 인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할 것으로 경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팬데믹까지 가세하게 됨으로써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점차 득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도 = 미래사회가 전체주의로 전락하게 될까 염려하시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오랜 영성적 지혜가
그런 위험을 막도록 총동원될 것이라고 매우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퇴행적인 실수를 반복한 것도 사실이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노예제도 폐지와 여성평등권 도입 등 사회제도 면에서 계속 진보해 왔기 때문이고
일보 후퇴하고 이보 전진하는 나선형적인 진화의 방향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 = 그런데 저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ich Hayek(1899~1992)가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영국 정부 내에서 전쟁을 승리로 마감하게 된 상황에서 자유시장경제 대신 계획경제에 대한 향수가 커지는 것을 목격하고 <노예의 길>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고 서문에서 밝힌 것이 생각나는군요.
하이에크는 전체주의로 향하려는 충동을 경고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는데
하라리의 경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도 = 저는 오히려 이번 사태에서 얻은 학습효과로 인해 전체주의적인 감시체계를 강화시키기보다는,
한국 정부에서 다른 나라에 앞서 모범을 보인 것처럼 정확한 정보를 시민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배려하고
감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상호 협력하며 글로벌한 사회적 연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 그저 우려에 그칠 것으로 바라는 마음이지만 만약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치세력과 합세하여
금융자본까지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미래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복지를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진화하기 보다는
그 반대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번영의 공유를 위한 연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맹목적인 경쟁보다는 협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공동선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라면 이는 틀림없이 영적으로 성숙한 사회일 것입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 매일매일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영적 성숙을 확인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주변에서 하이에나처럼 탐욕스러운 눈초리로 먹잇감을 찾고 있는
여러 유형의 영적 사기꾼들을 사회에서 영구히 추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 = 원시반본元始反本, 또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로써 인류 미래의 방향이 예고되기도 합니다만,
순박했던 우리 옛 조상들을 칭송했던 중국 사서史書들의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영우 교수의 저서 <한국선비지성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군자의 나라, 신선의 나라, 대인의 나라라는 칭송을 들어왔다.
2500년 전 공자도 인의仁義정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당시 시대를 한탄하면서
‘뗏목을 타고 바다로 가서 구이九夷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제자가 ‘그곳이 누추하면 어떻게 합니까’ 물으니,
‘그곳에 군자가 살고 있는데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지리지地理志’에는 구이가 곧 조선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때부터 조선은 군자국君子國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이라 한다.(…)
또한 한대漢代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동방에 군자의 나라가 있고 불사지민不死之民이 있다’ 했으며,
동방삭이 지은 <신이경神異經>에는 한층 구체적으로 동이족의 풍속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항상 공손하게 앉아서 서로 다투지 아니하고 서로 존경하여 헐뜯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의 어려운 일을 보면 죽음을 무릅쓰고 구해준다. 이름하여 군자국이라 한다.’
위 글에서처럼 군자, 선비, 신선은 바로 영성이 빛나는 사람과 다름 아니겠지요. 저는 그 시대가 그리울 뿐입니다.
도 = 네. 군자, 선비, 신선이라는 우리말은 참으로 정감이 가는 옛날 용어입니다.
동양철학을 연구하다가 한국의 오랜 영성적 삶의 전통에 매료되어 아예 한국으로 귀화한 서양학자들과
종교인들도 꽤 있는데 우리의 정적인 정신문화에는 옛 유학자처럼 몸과 마음의 수행을 중시하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선비문화가 살아있다고 봅니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1623~1662)이 유명한 명상록, <팡세Pensées>에서,
“인류의 모든 문제들은 방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에 기인 한다”고 하였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설사 영화나 게임 등에 훨씬 많은 시간을 썼다 해도 평상시보다 훨씬 외부 활동량이 줄었기 때문에
명상이나 자기 통찰 등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었겠지요.
이 시간을 저는 원치 않은 유행병이 가져 온 예기치 않은 집단적 자기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바이러스의 침공을 받은 인류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누구나 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마련되었지요.
송 = 제 자신부터 수신修身에 더욱 역점을 두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만 명상, 수행, 기도의 생활화로써 다 같이 보다 맑고 밝은 존재로 나아간다면 바야흐로 영성의 시대는 열려 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더 자주 대자연을 접하고 더 깊이 있게 ‘저절로 신선춤’을 연마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정화된 생명체, 의식체로 나아가며 사랑과 평화의 에너지, 파동, 진동을
주위에 발산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축복과 영광은 없을 듯합니다.
도 = 덧붙이자면 모든 미래 상황에 대해 미리 알려들지 않고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능력은
제가 미국 동부에 있을 때 숭산 스님 제자들이 “Don’t Know” 의식에 집중하던 명상법과 같이
초연함을 일상 생활에서 실천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영성멘토spiritual mentor로 자처하는 명상가들이
‘영성산업’에 필요한 테크놀로지가 특히 발달한 미국에 꽤 많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켄 윌버의 통합연구소Integral Institute 초대 설립이사이자 진화영성evolutionary spirituality 분야의 연구자로서 전 세계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레이그 헤밀턴Craig Hamilton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포함해서 위급 상황에서 생존하는 영성기술 6가지를 아주 평이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능력
•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중심 잡는 능력
• 통제하려 들지 않으면서 믿음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편안한 흐름 속에 사는 능력
• 좀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
• 분열과 위기 속에 진화적인 방향성을 가져옴으로써 허약함을 이겨내는 능력
• 도전적인 상황에서조차 가슴을 열어두고 무한한 사랑의 전달통로가 되는 능력
박 = 앞에서 대담에 참여하신 선생님들께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주제에 대해 두루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저는 여기에 상보적이라고 사료되는 ‘죽음 직시’에 관한 성찰내용을 덧붙이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 곳곳으로 감염과 죽음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이때, 감염 예방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시기적절하게 죽음을 직시하며 이에 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봄꽃이 피었다가 지는 요즈음 매년 온몸으로 되새기는 선어禪語가 있는데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지고, 병에 걸리지 않아도 사람은 반드시 죽네(불우화유락不雨花猶落 무병인필사無病人必死).’라고 합니다.
이 선어는 봄 학기마다 제가 강의를 맡은 과목 시간에 한 번은 꼭 칠판에 쓰면서 학생들과 함께 그 뜻을 새기곤 합니다.
이 책 1부에서 제가 빅퀘스천으로 소개드린, 간화선 수행자로 하여금 온몸으로 죽음을 돌파하게 하는 ‘도솔삼관’ 화두도 한 번 깊이 살펴야 할 가르침이지요.
도 = 네. 죽음에 대한 초연함은 많은 수행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의식 수준인데
특히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평소에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가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를 맞이하면 더욱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 = 사실 오늘날 젊은이들의 수명이 평균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고는 하나,
우주의 역사인 138억 년 세월에 비하면 찰나보다도 짧은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집에 주로 머물며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단지 기계적인 수명만을 연장하기보다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루 빨리 죽음의 공포를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세상 떠나는 날까지
우리 모두 각자 있는 그 자리에서 늘 틈날 때마다 각자 코드가 맞는 방식으로 자기 성찰을 이어가는 동시에,
함께 더불어 가치 있는 일에 온몸을 던져 몰입하는 태도를 익히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 판단됩니다.
-<일상의 빅퀘스천>(안티쿠스, 2020.07.25.) 374-396쪽에서 발췌
<일상의 빅퀘스천> 소개 자료들:
북콘서트 소식: “내 안의 행복”/ 도영인 시인
http://www.seondohoe.org/119928 (2020.09.11.)
도영인의 정화수: 천국과 지옥사이에서 마음을 잘 먹는 일 (<논객닷컴>)
http://www.seondohoe.org/119813 (2020.09.02.)
일상의 빅퀘스천
- <불교신문> (2020.08.31.)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755
[여시아독] 특별한 깨달음이란 없다
- <불광미디어> (2020.08.31.)
http://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425
상속(相續)의 참 의미/ 세종대 이은선 명예교수
http://www.seondohoe.org/119713 (2020.08.22.)
일상의 빅퀘스천
영성의 길 (2020.08.14.)
https://blog.naver.com/cbh2470/222060388756
“영성적 삶이 답이다”4인 4색의 영성 이야기, 신간 ‘일상의 빅퀘스천’ 선보여
- <논객닷컴> (2020.08.05.)
http://www.nongaek.com/news/articleView.html?idxno=72424
<일상의 빅퀘스천> 북콘서트 -“영성의 향연”/ 봄날 송순현 (2020. 7. 22.)
https://blog.naver.com/gss7033/222037827887
격월간 <지금여기> 25-5호 (2020.9/10)에서 소개한 신간안내
http://www.herenow.co.kr/bbs/view.php?id=magazine&no=151
원문을 선도회(선도성찰나눔실천회)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자료 및 보강 자료들도 더 많이 보실 수 있어요.
http://www.seondohoe.org/12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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