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아빠와 사는 김제덕..그의 '빠이팅'은 절박함이었다
박린 입력 2021. 07. 26. 16:59 수정 2021. 07. 26. 18:25
2.4cm에 갈렸다, 일본전 슛오프
긴장 풀려고, 스승은 안타까워
뇌졸중 아버지 병간호도 병행
어깨충돌증후군 딛고 2관왕
김제덕이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4강전에서 결승전 진출을 확정한 후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코리아 빠이팅!”
오늘도 김제덕(17·경북일고)의 ‘파이팅 샤우팅’은 계속됐다. 한국남자양궁대표팀 김제덕-김우진(29)-오진혁(40)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를 세트 포인트 6-0로 꺾었다. 한국은 1세트에 59점, 2세트에 60점을 명중 시키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앞서 김제덕은 최대 승부처였던 일본과 4강전 슛오프에서 10점을 쏴 결승행을 이끌었다. 28-28 동점이었지만, 김제덕의 화살이 정중앙에서 3.3㎝로 일본(5.7㎝)보다 2.4㎝더 가까웠다. 막내가 또 해냈다. 김제덕은 혼성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등극했다.
김제덕은 이날도 변함없이 “오진혁 파이팅~”, “김우진 파이팅”을 외쳤다. 한국 여자양궁이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전날에도, 김제덕은 관중석에서 목청껏 “파이팅”을 외쳤다. 국내 네티즌들은 “답답한 코로나 시국을 뚫는 사이다 샤우팅”이라고 했다.
김제덕이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4강전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스승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는 제자의 샤우팅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황 코치는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지만, 사실 국내 대회에서 이렇게 소리친 적은 없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부터 (샤우팅을) 시작했다. 목도 아프고 리듬도 깨질 텐데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물으니, 제덕이가 ‘그래야 긴장이 풀리고 괜찮다’고 하더라. 어린 친구가 얼마나 긴장됐으면 저랬을까”라고 했다.
‘소리를 질러 상대팀을 방해한다’는 악플도 달렸다. 황 코치는 “신랑이 이런 것(댓글)도 있다며 보여줬다. 남을 방해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한건데”라며 “도쿄에 있는 제덕이에게 댓글 이야기는 안하고 ‘휴대폰으로 포털 사이트 검색을 하지 말라’고만 얘기했다. 혹시 심리적으로 주눅 들거나 상처 받을까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황 코치는 “제덕이라면 상처 안 받을 수도 있어요. 속은 모르겠지만 티는 안내거든요”라며 웃었다.
김제덕과 소속팀 스승 황효진 코치.
김제덕의 샤우팅은 알고 보면 ‘외로움’과 ‘절박함’이었다. 김제덕은 아버지와 함께 산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난해 초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황 코치는 “그래도 아버님이 많이 회복하셨다. 제덕이가 대구 병원에서 병간호도 했다”며 “사실 작년에 어깨 부상으로 대표 선발전도 포기하고 안 좋은 일이 겹쳤다. 그런데도 이겨낸 걸 보면 대견스럽다”고 했다.
김제덕은 어깨충돌증후군으로 고생했다. 황 코치는 “오른손으로 활 시위를 계속 당기다 보니 어깨 회전근이 손상됐다. 제덕이는 초등학교부터 중3까지 활을 너무 많이 쐈다. 하루에 700~1000발, 오전 8시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안되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쐈다. 좋은 느낌을 얻을 때까지. 그러다 보니 양궁 선수 고질병이 빨리 왔다. 제덕이를 데리고 대구병원으로 치료 받으러 다녔다”고 했다.
김제덕은 어깨 상태를 고려해 작년부터 황 코치와 훈련 방법을 바꿨다. 황 코치는 “하루 평균 250~350발, 많아야 400발 정도로 줄였다. 하루에 5~6시간 정도 쏜다. 앞으로 오랫동안 쏘기 위해. 사실 지금도 어깨가 안 좋다”고 전했다.
황 코치는 카카오톡에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거야’란 글귀와 함께 김제덕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황 코치는 “잘할거라 믿는다. 다 안 해와도 되니 편하게 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데 김제덕은 개인전까지 3관왕을 다 해갈 기세다.
도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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