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드라마 속의 남자 주인공들은 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이상형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 시청자 중에 여자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최근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완벽한 남자 보다 평범한 남자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남은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들어 인기드라마 속의 남자주인공의 캐릭터가 바뀌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완벽한 남자가 사라지고 평범한 남자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전에 드라마 속의 남자주인공들은 잘 생긴 외모에 최고의 학벌을 갖춘데다 돈까지 많은 재벌 아들이 많았습니다. 성격 역시 남자다운 터프가이이거나 상처를 간직한 우수 어린 분위기이거나 연인을 위해 모든 걸 아낌없이 바치는 백마 탄 왕자, 그야말로 순정만화에나 나올만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 속의 남자들은 직업도 평범하고, 돈도 많지 않으며, 성격 또한 완벽하지 않습니다. 명랑 만화처럼 엽기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여자 친구에게 아이처럼 떼를 쓰고 사소한 일에도 버럭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MBC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맹활약 중인 에릭은 전산 착오로 우연히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백수 출신, 강호역을 맡았습니다.
극 중 강호는 태평하고 무능력하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 때마다 모진 고난 속에서도 능청스러운 뚝심으로 대처하는 강호의 독특한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은 '해신'과의 시청률 경쟁으로 12% 안팎을 보여주고 있지만, 방송 2주일 만에 인터넷 다시보기 15만 건을 돌파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시보기 평균치가 하루 2000-3000건 정도임을 감안하면, 신기록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SBS 드라마 '불량주부'에서 손창민은 실직하고 전업 주부가 된 마초맨으로 열연하고 있습니다.
이전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이지적인 카리스마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에 나선 그의 모습은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해 보입니다.
시청률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불량주부'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16.9%를 기록해 지상파 월화드라마에서 선두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의 코믹하고 맛깔스러운 연기는 주부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MBC '원더풀라이프' 의 김재원은 철없는 대학생, 한승완으로 나옵니다. 즉흥적이며 노는 걸 좋아하고 여행 가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 사랑으로 결혼까지 하는 기분파입니다.
그러나 극 중 한승완의 가식 없고 솔직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원더풀라이프'는 닐슨미디어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5일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탄탄하게 초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드라마 속의 남자주인공들의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은 시대적인 트랜드를 반영합니다.
어둡고 진지한 드라마 보다 코믹하고 밝은 드라마를 선호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성향은 드라마 속 남자들을 평범한 눈높이로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 시청자들의 가치관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동화 속의 백마 탄 왕자나 남자답고 가부장적인 남자는 더 이상 여성시청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시청자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공감되는 이야기들,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 주인공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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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속 남자주인공들의 모습이 왜소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통적인 남자주인공은 잘 생긴 외모에 매력 넘치는 성격으로,
주변상황을 여유있게 장악하며, 상대 여주인공을 리드하는 유형이 주류를 이뤄왔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트렌디 드라마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들어
여자주인공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남자주인공을
브라운관에서찾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기존 드라마의 전형적인
남녀관계를 완전히 뒤엎은 '온달왕자-평강공주'형 커플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KBS 2TV의 월화드라마「쿨」의 주인공은 강지훈. 가수
겸탤런트 구본승이 연기하는 강지훈은 진중한 맛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인물로 매사에 덜렁거리며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한다. 사고의 뒷수습은 항상 친구인
한소연(소유진 분) 차지. 게다가 애인 최세라(김지영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견습사원에서 정사원으로 발령을 받는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오는 8월 22일부터 방송되는 MBC 새월화드라마「반달곰 내사랑」의 주인공 반달웅도
무척이나 별 볼일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인정많고 낙천적이지만, 다소 무모한성격에
보잘 것 없는 외모와 집안, 고등학교 2학년 중퇴라는 학력 등이 그를 특징짓는다.
개그맨 김국진이 연기하게 될 반달웅은 자신이 임시 축구부 코치로 있는
학교이사장의 딸 한정은(송윤아 분)과 사랑을 엮어나가면서 '온달왕자-평강공주'형
커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MBC 주말드라마「그 여자네 집」의 장태주도 마찬가지. 미남탤런트 차인표가
연기하는 장태주는 자신의 어머니(김해숙 분)와 부인 영욱(김남주 분)과의 갈등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며 전전긍긍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주변사람들의 간섭으로
힘든결혼생활을 하고있는 장태주의 현실적인 모습에서「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느긋한'왕자님'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않다.
지난 6월 세간의 뜨거운 논란 속에 막을 내렸던 KBS 2TV
주말드라마「푸른안개」에서 윤성재(이경영 분)의 뒷모습도 몹시 애처로웠다.
'껍데기'만 화려했던 지난세월에 염증을 느끼며, 싱그러운 젊음을 지닌
이신우(이요원 분)와의 이룰 수 없는사랑에 심혈을 기울이던 그는 끝내 갖고있는
모든 것을 잃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MBC「아줌마」의 장진구(강석우 분)도 빼놓을 수 없다. 장진구는 당시 한국남성과
지식인들의 허위의식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희극적인 인물로 등장해 많은 시청자의
지탄과 사랑을 함께 받았다.
이밖에도 현재 방영중인 MBC일일드라마「결혼의 법칙」의 황복수(손현주 분),
SBS일일드라마「소문난 여자」의 김우진(박용하 분)은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지고있으며, SBS시트콤「허니허니」의 이영범은 부인과의 잠자리를 두려워하는
코믹연기로 시청자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반영한 여성중심 드라마가 뜨고
있는최근의 경향과 무관치 않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요소들이 여자주인공들에게로 옮겨감으로써 상대적으로 드라마 속 남성들의 모습이
빈약해지고 있는 것.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근래의 경향도 빼놓을 수없는
부분이다. 최근 드라마속 남자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친근한
인물들이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있던 기존의 완벽한 남자주인공들에게지쳐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러한 인물들이 편안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반달곰 내사랑」을 기획한 이은규 책임프로듀서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점점강해지는 경향을 드라마가 반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드라마들이
남성들의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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