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화인 시
살아생전 어린나이에
부모님 사랑을 멀리하고
현해탄을 넘어 달러벌이를 나섰나
눈물이 마르고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내 누이동생 빨간 신발 사주려 모았건만
세월이 유수라
일제치하에 고국을 등졌구나
가는 세월 한을 삼고
조국광복 이루어지니
홀 몸으로 귀국하여
이쁜 색시 얻어 장가를 갔구나
귀여운 두 아들에 행복이 잠시
이쁜 색시 결핵으로 홀몸이 되어
새 장가를 갔었구나
새 색시 딸 낳고 아들 낳으니
얼시구 절시구 기화자 좋구나
신바람이 났구나
논 사고 밭 사니
춤이 절로 추어진다
몸 추릴 시간 없어
오십 중반에 암덩어리가
목숨을 빼앗겼구나
남은 자식 두고 떠날려니
마지막 신음소리가
온 천지를 흔들어 놓더니
이틀 후에 천국행 비행기를 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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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세찬 비바람이 후려쳐도
이글거리는 폭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싸워라
화해해라
야단법석을 쳐도
세월이 흘러 가도
중용을 지키는 너에게
병마가 왔구나
열이 오르고
기침을 하고
설사를 하여도
마지막 끈을 잡으려
안간 힘을 쓰더니
마지막 잎새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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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은행잎
암수가 만나 한 싹을 틔우고
떡잎이 자라 한양땅을 지나
부천에 왔구나
거친 세상 아랑곳 없이
쭉쭉 세상을 호령하더니
세상사람들 눈에 가시가 되어
가지가 잘렸구나
몸둥아리만 덜러덩 남았더니
새 희망 가지고
한 싹 한 싹 키우더니
둥그렇게 자라났구나
영근 열매를 맺고
뚝뚝 떨어져 고약한 성질머리
노란 단풍잎으로 변했구나
이제는 떠나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세 해가 지나면
두리둥실 새집이 기다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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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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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인
시인, 시조시인, 상담학박사
(사)한국문인협회 정책개발 위원
국제PEN 한국지부 이사
서울중구문인협회 초대회장
한국가곡작사가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