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같이 홍문관에 있고 직차가 편치 않아 부제학의 체직을 요청한 상소 무술년(1658, 효종9)
〔兄弟同館 職次難便 乞遞副提學疏 戊戌〕
삼가 아룁니다. 신이 본직에 대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실상은 진즉 사직상소에서 남김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성명께서 어디인들 살피지 않으시겠습니까만 아직 체직을 해 주시지 않아 뻔뻔스럽게 그대로 있으면서 조그마한 보답도 하지 못한 채 녹봉을 받아먹고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신이 끝까지 굳게 사양하지 못했던 죄는 참으로 도망칠 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이야 어찌 감히 잠시나마 조금 편안하겠습니까.
게다가 신의 형 김수흥(金壽興)이 교리(校理)에 제수되었으니, 법규상 상피(相避)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직차(職次)는 극히 편치 않은 데가 있습니다. 신이 전에 이 관직을 맡았을 때에도 이런 혐의가 있어 여러 번 상소를 올려 간절히 기원했으나 성상께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성상의 체후가 좋지 않은 때를 맞아 마지못해 재직하는 것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돌아보건대 사사로운 정리 면에서도 민망하고 움츠려지는 것은 말로 다 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닥치는 일마다 방해되는 것도 한둘이 아닙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들 형제는 조금도 나라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서 줄줄이 청직(淸職)의 반열에 제수되어 함께 주상의 은혜를 입고 있지만, 성대한 관직에 있으면 화를 초래한다는 경계 때문에 서로 마주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형세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본디 겸손하게 물러나 상피하여 차면 덜어지게 된다는 금기를 범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더구나 형제 사이에 관직의 순서가 뒤바뀌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형세가 마땅한 데가 없으니, 어찌 매번 같이 근무하는 것을 당연한 일인 듯 여기겠습니까.
신이 삼가 듣건대, 중종(中宗) 때 선정(先正) 신 김안국(金安國), 김정국(金正國)이 함께 빈객(賓客)이 되었는데, 혐의 때문에 사직소를 올리자 그 아우 김정국을 체직하도록 명하셨다고 합니다. 세자시강원과 홍문관 관원은 상피가 없기는 마찬가지인데도 체직을 청하자 허락해 준 것은 인정에 편치 않은 데가 있고 법규도 때론 굽힐 경우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성명께서 하찮은 신의 마음을 굽어살피시고 특별히 옛 사례에 따라 신의 관직을 속히 체직시키시어 공사(公私) 간에 편하게 해 주시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
兄弟同館。職次難便。乞遞副提學疏。戊戌
伏以臣於本職萬萬不似之狀。曾已罄竭於辭章。伏惟聖明何所不燭。而未蒙恩遞。強顏苟冒。蔑效塵露。尸素過日。臣之不能終始固辭。其罪誠無所逃。然其慙懼一念。何敢頃刻少安也。臣兄壽興又拜校理。法例雖無相避。職次極有難便。臣之前忝是職。亦有此嫌。而屢疏祈懇。未徹天聽。方當聖候違豫之日。未免黽勉在職。顧其私情悶蹙。有難勝言。而觸事妨礙。亦非一端。竊念臣之兄弟。無分寸裨補國家。而接武淸班。共沐恩渥。履盛之戒。相對兢兢。不便之勢。雖不至此。固宜謙抑退避。毋犯招損之忌。況兄弟之間。官序顚倒。公私情勢。兩無所屆。何可每每並據。視若當然之事哉。臣伏聞中廟朝。先正臣金安國,正國同爲賓客。引嫌控辭。命遞其弟。冑筵玉堂之官。其無相避則一也。因其乞免而準許者。豈不以人情之所不安。法例亦有時而屈也。伏乞聖明 俯察微懇。特循故事。亟遞臣職。以便公私。千萬幸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