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공원
1. 일자: 2023. 3. 16 (목)
2.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공원
3월초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와서 드는 생각, 외국인이 서울에 관광을 온다면 어디가 매력적일까?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몇 달에 걸쳐 항공권, 호텔, 교통편, 여행지 사전 조사를 하며 그리고 다녀와서 더 도시 여행에 관심이 많아졌다. 비행시간을 빼고 온전한 4일 동안 싱가포르 이곳 저곳을 둘러 본 결과, 좋았고 부러우면서도 여행에 드는 이 정도 노력과 비용이면 서울이나 부산, 제주도에서도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에서의 소득이라면, 어디든 그 장소에 대해 아는 만큼 값진 여행이 된다는 확신이다. 앞으로 내가 사는 곳 주변을 중심으로 더 많은 명소에 대해 학습하고 찾아보려 한다.
오늘은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아 두었던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공원을 찾았다.
< 국립중앙박물관 >
이촌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와 마주하는 커다란 건물과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 ‘이건 보물이다' 라는 첫 느낌과 와 보았다고 여겼는데 ‘여긴 처음이다" 라는 놀라움이 함께 들었다. 입구 광장에 들어서며 계단 뒤로 모습을 드러내는 남산과 북한산의 위용에 숨이 멎는지 알았다. 기막힌 공간 배치다. 놓임새(위치)와 앉음새(건물 배치)가 최고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새 발견에 흥분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가 보지 않은 명소가 한 둘이 아니구나!
정말 오랜 만에 큰 박물관 안에 들어가 유물을 살핀다. 첫 유물관에 들어서며 드는 생각, ‘여긴 제대로다. 이리 공원 트레킹에 곁다리로 올 게 아니다. 다시 날 잡아 정식으로 유물 보려 와야겠다.’
빠르게 시대별 유물을 둘러 보며, 특히 관심이 가는 곳에서 멈추어 섰다.
먼저, 류성룡의 정비록 서문 앞에 선다. 시경에 이르기를 “나는 지난 일을 경계하여 후환을 조심한다”라 하였으니 이것이 징비록을 지은 이유이다. 지난 겨울 이 책을 읽으며 받았던 감동이 되살아났다. 지나간 일을 반성하고 미래를 대비하라는 말이 귓가를 다시 때린다.
진흥왕 순수비 앞에 선다. 북한산 비봉에 선 모형비만 보다가 실물을 접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그 험한 곳에 비를 올려 세운 이들의 정성과 오랜 시간과 비바람에 훼손된 글을 읽어낸 추사의 노력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 밖에도 책 속 사진으로만 접했던 여러 유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며 감동했다. 보는 만큼 알게 되리라는 확신도 들었다. 아무튼, 몇 날에 걸쳐 날 잡아 와서 천천히 살펴야겠다.
< 용산가족공원 >
용산가족공원에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매화는 이미 한창이고 성질 급한 진달래가 꽃망울을 피우고 있고, 물가 버드나무에는 연한 녹색 잎이 하늘거린다. 서울 여행을 하다 보면, ‘여기 참 좋다’하는 곳엔 어김 없이 외국인이 많다. 좋은 걸 알아차리는 건 만국 공통 인가 보다.
< 미군 숙소 시설 >
부분 개방된 용산공원은 서빙고역 부근에 있었다. 미군이 반환한 장교 숙소였는데 특별히 볼 건 없었다. 여론의 기대와 요구에 밀려 기껏 숙소 몇 동을 개방해 놓고 생색내는 느낌이다. 문산 미군 부대에서 근무했던 나로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안내하시는 분이 5월에는 121병원과 사우스포스트벙커 부지가 추가 개방된다 하니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