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完全
불완전
-1-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주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 가령 무엇이 되고 싶냐든지, 어떤 대학교에 가고 싶냐든지, 아니면 무엇을 하고 싶냐든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어떤 활동을 하든 필수적으로 진로를 기입해야 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늘 부딪히기 일쑤. 나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던 길, 나의 생계를 보장할 수 없는 길,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졌지만 그래도 모든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길로는 좀처럼 귀결되지 않았다. 어른임이 완연한 사람들조차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방황하기 십상인데 아직 백 세 시대의 열아홉, 앞으로의 삶을 덜컥 단정짓기엔 내가 겪어 온 것은 턱없이 빈약하고, 미래는 어느 하나 명확한 게 없으며, 나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취약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내가 진로를 충분히 고민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그렇게 허겁지겁 고른 진로는 결국 심리학이었다.
그 탓에 사실 동기도 남들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뇌리에 박힌 한 때의 기억이 떠올라 다시금 더듬었을 뿐이고, 섣부른 내 말에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상처 입히기 않길 바랐을 뿐이고, 그렇기에 사람에 대해 더 깊게 배워 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을 뿐이다.
-2-
사는 게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던 날마다
단지 우리는 삶에 소질이 부족해서 힘든 거라고
허투루 다독이며 함께 젊음을 앓던 밤들.
그때 내 앞에서 울어줘서 고마워
고작 품이라서 좋았어
많이 힘들었겠다며
등 두드릴 손이 있어 안심했고
얼마나 속이 깊으면 눈물이 계속 나올까
농담할 수 있는 관계라서 다행이었어
무엇보다 나를 믿고 무너져줘서
나도 언젠가 너에게
무너질 수 있겠단 용기를 준 게
나는 그게 가장 고마웠어
/ 이학민, <청춘>
어쩌다 접한 이 시 한 편이 어찌나 가슴에 박히던지. 혹시 위로가 될까 싶어 문득 생각나는 친구에게 시 적힌 사진 한 장 보냈다. 친구는 '...' 으로 답장했고 몇 시간 뒤에 '고마워 은진아' 한 마디 더 왔다. 만나서 듣기를, 내가 보낸 것 보고 혼자 화장실에서 울었댄다. 그냥 읽었다는 뜻인가 보다 싶어 넘겼던 '...' 보내 놓고 혼자 울었을 친구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난 한 게 없다며 괜찮다고 말해도 친구는 한사코 미안하다 고맙하다 내 손을 잡았다. 객쩍은 농담이나 던지며 분위기를 풀던 그때, 그제서야 속 편히 웃던 친구를 보고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내민 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몇 번이고 기꺼이 내밀고 싶다.' 라고.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