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설악산 케이블카 Q&A에 '박종호'님께서 올려주신 글에 '동지풀'님이 답변한을 한 글을 정리하여 구성하였습니다.
■게시글 본문: http://cafe.daum.net/nocablecar2015/epNS/1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1독을 권합니다. (다만, 긴글 주의!!)
◇ 박종호> 환경운동을 지지하는 시민입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카페 가입했습니다. 몇 년 전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을 때 어떤 분이 케이블카 반대 팻말을 들고 계시 길래 산에 오르기 힘든 분들에게는 케이블카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졌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기억이 있고, 그 의문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 등도 명산에 오르고 싶겠으나 케이블카나 모노레일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요. 문제는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설치하면 자연 환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 이용시간, 자격, 인원 등을 철저히 통제한다면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한라산에도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고 내년부터는 노약자 등도 이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데, 설악산 지리산 등에도 제한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누구든 좋으니 제 의문에 댓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동지풀> 답변이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라도 제 생각을 전하고 싶어 몇 자 적습니다. 케이블카를 놓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무엇이 중요한지를 따져보아야 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국가가, 국제기구가 나서서 5중으로 겹겹이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자고 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인지,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가 그 소중한 자연환경을 향유하는 것이 우선인지를 말이죠.
그런데 이 질문은 그 자체로 이미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요. 향유할 자연환경이 보존되어야 노약자든, 장애인이든, 임신부든 그 자연환경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문제는 케이블카를 놓는 것이 향유할 자연환경을 훼손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100% 설악산 자연생태를 훼손합니다.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이 대청봉과 걸어서 30분 거리인 끝청봉 하단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청봉으로 탑승객들이 절대 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조건과 절대가지 못하게 해야 하는 조건으로 작년 국립공원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지요. 대청봉과 매우 가까운 관모능선에 상부정류장을 놓으려고 시도했던, 2012년과 2013년 양양군의 케이블카 사업신청이 두번의 부결로 끝난 이유도 대청봉과 너무 가까웠던 게 그 이유입니다.
탑승객들이 대청봉을 밟는 게 무슨 대수냐 싶으신가요? 오히려 케이블카 찬성하는 분들은 대청봉까지 가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변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밟게 되면 숲이 사라집니다. 설악산 권금성의 숲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의 발길에 사라졌어요. 덕유산의 사례도 있지요. 그 곳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서 정상인 향적봉까지 워낙 가깝다 보니 통제되어 오던 방어울타리가 곧 정상을 밟고픈 사람들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열렸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죠.끝청봉 하단에 설치되는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도 마차가지가 될 거예요. 양양군에서는 성범죄자들이 발목에 차는 전자발찌 운운하며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하지만 덕유산에서처럼 설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다수의 욕망을 통제하기란 쉽지않을 거예요. 더군다나 오색 하부정류장에서 상부정류장 코스 전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볼품없는지를 지역민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대청봉으로 향하는 욕구는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죠.
결국 케이블카가 놓이게 되면 통제 울타리는 뚫릴 수밖에 없고 덕유산처럼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 도착한 탑승객들 대부분은 대청봉을 향하게 될 거고, 또 탑승객의 절반은 케이블카로 하산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하산하게 된다면 설악산은 정상부터 무너져 내리게 되는 건 불 보듯 뻔 하다 는 겁니다. 그렇다면 정상으로의 통행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하면 될까요? 이미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례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되겠죠.
현재 케이블카 노선이 멸종위기종 산양의 서식지라는 것이 양양군의 용역을 받아 연구해온 KEI 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구요. 당연히 설악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먼 훗날 엉망이 된 그곳에 노약자, 장애인,임신부인들 케이블카 타고 편하게 올라 무엇을 보겠다는 말인가요?
제한적으로 운영하자구요? 한번 뚫린 구멍은 점점 커지기 마련입니다.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가 아니더라도 젊은 비장애인들도 편하고픈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들의 욕망은 또 어떻게 통제할 건대요? 결국 좀 더 신체적 약자라는 이유를 들어 그런 욕망들을 선별하자는 말씀이신데 그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자격을 통제하다니요? 무슨 근거로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뚫린 구멍은 한없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모든 걸 삼켜버릴 겁니다.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들이 세상의 강자들에 대해 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함께 살자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상 생활 속에서 배려받지 못하는 사례는 허다합니다. 당장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많은 중소도시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경험한 소외감으로 설악산 속에서 수 천년, 수 만년 삶을 이어오고 있는 생명들을 보아주세요. 수많은 동식물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일들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인간의 편리만을 고집하며 자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죠.노약자, 장애인, 임신부라고 배려 받고 꼭 산정에 올라야 합니까? 자연 속 수많은 생명들 삶을 방해한다면 비장애인들의 탐방도 오히려 제한해야 맞는 거죠. 설악산엔 케이블카가 아니라 오히려 입산예약제를 통해 설악산 생태가 망가지는 지금의 속도를 늦추어야 합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산지관광 운운하면서 전국의 국립공원을 유원지로 만들려는 돈에 눈먼 개발업자들 음모를 꿰뚫어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박종호> 동지풀 님, 답변 감사합니다^^ 저는 자연환경 보호와 신체적 약자의 환경 향유권(?)을 모두 충족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자연환경이 제대로 보존되고는 있으나 우리가 즐길 수 없다면 그 의미는 반감되는 것이고 향유권만 내세우다간 그 소중한 대상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적 결론은 (걸어서 올라가든 뭘 타고 올라가든) 욕망의 제한, 즉 입산자의 숫자 제한일 듯한데, 관리 당국의 철저한 통제와 정기적 환경영향 평가, 시민 감시 등이 균형을 이룬다면 웬만큼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편 동지풀 님의 주장은 신체적 약자들은 어차피 산에 오를 수 없지 않냐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데, 그 중 단 하나라도 대청봉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걸 도와주는 게 이웃의 도리 아닐까 싶네요. 걸어서 오르는 사람과 타고 올라가는 사람의 비율 및 각각의 숫자를 통제하는 방법, 신체적 약자의 기준 등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관리당국과 시민단체 등이 상의(협치)해서 결정하면 될 듯하나, 엄격한 통제 정책 및 파괴적 개발을 막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겠네요.
동지풀 님의 답변은 감사하나, 제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신체적 약자들도 대청봉에 오를 권리가 있고, 도움 받을 권리도 있습니다. 이런 권리를 부정한다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점이 취약한 것입니다. 결국 이들만을 위한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단, 환경 보존을 위해 이들의 숫자는 물론 걸어서 오르는 비노약자 비장애인 비임신부의 숫자를 통제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협의해서 결정하면 되고, 엄격한 통제가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합니다.
◆ 동지풀> 자연환경 보호와 신체적 약자의 환경 향유권(?)을 모두 충족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노력해야겠지요.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여기서부터는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 될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은 우리가 즐길 수 없다면 환경보존이라는 것이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냐 라는 건데요. 문득 전경련이 설악산 정상부에 호텔, 레스토랑, 산악승마, 산악자전거 코스까지 만들어 국립공원을 유원지로 만들려는 논리가 떠오릅니다. 자연을 보호만 하지 말고 이제는 적극 '이용'도 하자는 것. 자연은 우리가 거들떠보지 않아도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걸 설명해야 하는 상황인 건가요?
◇ 박종호> "우리가 즐길 수 없다면 환경보존이라는 것이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냐"
"자연은 우리가 거들떠보지 않아도 존재 이유가 있는 것"
=> 인간사회와 자연환경은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가장 좋다고 봅니다.
우리가 즐기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소중히 보호해야 하죠. 생태 오남용은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인간사회의 불행(파멸)을 낳을 뿐입니다. 반대로, 인간사회 없는 또는 인간사회와 분리된 자연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이 정답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전경련처럼 국립공원의 유원지화 같은 끔찍한 주장을 하진 않았습니다.^^
◆ 동지풀> 걸어서 오르는 비노약자 비장애인 비임신부의 숫자를 통제하면, 케이블카로는 제한된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만 오를 수 있게 될까요? 오히려 걸어서 오르던 비노약자 비장애인 비임신부들이 걷는 즐거움을 빼앗기고 억지로 케이블카로 오르게 될 거고 그것도 문제지만 숫자 통제라는 것이 실현가능할까라는 거죠. 입산예약제도 실현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결국은 편하게 오르려는 비장애인, 비노약자들만 더 많이 실어나르는 꼴이 될 겁니다.
설악산 자연환경을 생각한다면 입산예약제부터 실시할 일이며, 노약자, 장애인, 임신부를 위한 권익을 생각한다면 시급한 일상생활문제부터 살펴봐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박종호> 입산예약제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면 원인부터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지요. 입산예약제의 적절한(엄격한) 시행과 케이블카의 신체적 약자 전용을 병행하는 게 정말 불가능할까요? 적합한 체계와 의지를 갖춘다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해보지도 않고 불신(회의)부터 하는 게 아닐지...노약자 장애인 임신부의 시급한 일상 문제 해결(지원)도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지요. 그러나 제가 말씀드린 케이블카는 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과 제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후순위일 필요는 없습니다. (노약자 장애인 등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복지제도 참조)
◆ 동지풀> 자연환경 보호와 신체적 약자의 환경 향유권(?)을 모두 추구하려는 모습이 자칫 국민혈세를 이용하여 개발이익만 챙기려는 집단의 어떤 수작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그런 선행되어야 할 문제들은 그대로 둔채 일거양득하겠다는 이런 논리때문입니다.
◇ 박종호> 저도 혈세 빨아먹고 자연 파괴하는 자들을 제어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대책이라고 봅니다. 그래서라도 입산 총원의 통제와 통제 정책의 효과와 지속성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겠지요. 또, 사회적(신체적) 약자들에게 충분한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 현실을 문제삼고 정부와 기업 등에게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고 싸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죠.
어쨌거나 제 주장은 자연이 1빠, 사람은 2빠, 신체적 약자의 일상생활 지원이 1빠, 이들을 위한 케이블카는 2빠... 이런 논리는 별 설득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을 통섭적(총체적)으로 보는 게 맞고, 신체적 약자의 애로사항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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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종호라는 사람과 저렇게 길게 얘기를 주고받아야 했나싶네요. 인간이 향유할 수 없는 자연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에 빵터졌네요. 저건 다른생각, 다른의견이 아닙니다. 사회적약자가 산 정상을 밟기위해 케이블카를 놓아야한다는 생각? 과연 이게 인간의 생각인지도 의문이 가는 대목입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계획 자체가 사회적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평창올림픽과 연계한 볼거리제공과 오색의 경제활성화, 그리고 개발업자들의 경제적이익을 위해 실행되고 있는데 무슨 사회적약자를 운운하고 말도안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찾는지....이건 멍청함의 도를 넘어 거의 무뇌아 가깝다고 생각되네요.